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연주리 Oct 14. 2020

어떻게 해서라도 행복하기

남과의 비교로 더 행복해지는 이상한 대화

남편 친구 가족들과 캠핑장에서 만났다.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집에 와서 남편과 나는 늘 그러하듯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었다. 결론은 우리 아이들이 제일 예쁘다인데 그 과정이 너무 우수워 기록해 본다.     


우리 아들보다 두 살 많은 눈이 초롱초롱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 인사도 잘 하고, 시냇물을 보더니 옷 젖는  것에 개의치 않고 용감하게 물고기 잡으러 바지를 걷고 들어가는 털털함에 기차와 지리에 관해서라면 어른 서적과 다큐까지 다 섭렵할 정도로 영재 같은 명석함까지 갖춘 누가봐도 꽤 괜찮은 아들이었다. 그 아이 칭찬을 한참 하다가 내가 말했다.     


“그런데 너무 똑똑해도 부모가 고민이 될거야. 그치? 아이라면 귀여운 구석이 있어야지. 우리 아들도 냇가가 차가운데도 막 들어가잖아. 성격이 엄청 좋은 게지! 그리고 그 아이처럼 영재삘은 안나도 적당히 똑똑한 느낌나잖아. 누가봐도 어린이인 천연덕스러운 우리 아들이 역시 최고야. 그치 그치?”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내 딸과 동갑내기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너무 예쁘게 생긴데다가 기분이 좋으면 눈웃음까지 보여주는 이기적인 외모의 아이였다. 게다가 이 아이 또한 성격이 매우 밝아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입을 모아 ‘어린이 모델을 해도 될 정도로 예쁘다.’며 그 아이를 칭찬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그리고 예의상 똑같은 말을 우리 딸에게도 해 주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들은 진실만을 말하는 진실 된 사람들이어서 우리 딸에게는 예쁘다는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예쁜 줄 알고 있는 나의 딸이 그런 말이 오갈 당시 나와 완전 다른 곳에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또 남편과 예뻤던 그 아이를 이야기하다 서로 나서서 말했다.     


“그런데 너무 예쁘면 피곤할거야. 주변에서 막 키즈 모델하라고 하면 애한테 괜히 바람들어가고, 남자애들이 너무 좋아하면 귀찮을거야. 그 귀찮은 감정 나도 겪고 싶었지만 못 겪어봐서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그러니까 우리 딸 채윤이가 딱 적절히 너무 피곤하지 않게, 너무 위험하지 않게 아주 안전하게 이뻐. 어주 이뻐. 역시 우리 딸이 제일이야. 그치 그치?”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어느 나라의 대화법이냐며 하하하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고, 앞에 들어가는 대사만 바뀌는 희한한 논리라면서 계속 웃었다.

기승전 우리가 최고.

그렇게 웃다가 내가 남편도 칭찬해 주겠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자리에는 치과의사가 한 명 있었는데, 매우 고급진 차를 타고 등장하여 모두가 놀랐다. 그런데 놀라움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에 모두 삼겹살 (우리의 경우에는 용기내서 산 항성장 300g 과 삼겹살)을 꺼내 놓았는데, 그 의사친구는 무려 한우 스테이크를 꺼냈다. 우와! 우와! 캠핑장에서 한우를 보다니. 정말 기대하지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한우의 등장에 우리 아들도 놀라서 환호성을 질렀다.

 “박수! 한우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아이도 매우 다정하게 돌보았다. 와... 이거 모야 돈도 잘 벌어, 돈도 잘 써, 애도 잘 봐... 엄친아가 아니라 모라 불러야 하나.... 엄친남? 엄마 친구 남편? 이상한대... 그렇게 또 남편 친구를 이야기를 하며 칭찬을 해댔지만 우리의 결론은 또 우리의 방식대로 도출되었다.     


“그런데 남편! 치과의사는 토요일에 일해야 해서 집에 돌아가야 하잖아 오늘. 우리 남편은 주말에 쉬니까 캠핑장에서 1박 할 수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돈 잘 번다고 막 그렇게 돈 헤프게 쓰면 안돼. 우리 남편처럼 알뜰하게 써야지. 그리고 육아는 우리 남편이 금메달이지. 금메달. 아무도 못 따라와. 우리 남편이 최고! 최고!”    


이렇게 행복하기가 쉽다니.
비교를 하면 더 행복해지는 이 대화법은 널리 퍼뜨릴 필요가 있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고 귀에 박히도록 들었는데 우리의 이 대화법을 사용하면 비교를 하면 할수록 내가 최고가 된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우리가 행복해지는 이 대화법. 논리가 약하다고 누군가 반박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밉게 보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해야지!      

이전 03화 자기 계발서 실행이 이렇게 어렵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