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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Sep 09. 2020

돈이 없다. 돈이 없어. 돈타령에 남편이 보너스를!

주었으나... 멋진 소비를 하지 못하고...또 돈타령

오로지 나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엄마로서의 나로 끝나버리는 나의 뇌구조

그렇게 나는 점점 엄마인 나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다



한 가정을 꾸리고 나니 분명히 돈을 벌었는데 통장에 남아있는 잔고는 없다. 내가  나빼고 남들은 다 신는 것 같은 나이키 운동화를 산것도 아니고, 내 나이 여자들은 다 하고다니는 것 같은 스와로브스키 귀걸이를 산 것도 아니고, 내 몸매 보정을 도와줄, 살찐 나의 몸을 구해줄 값 비싼 뽕브라를 산것도 아니고, 그 맛있다는 한우를 사먹은 것도 아닌데... 늘 세일 하는 고기, 상하기 직전의 저령한 과일, 유통기한 임박한 세일 상품, 1+1 티셔츠만 샀는데... 돈이 없다. 돈이 없어.  너무 돈돈돈 돈타령하기 싫어서 이런글 안쓰고 싶었는데... 증말 돈은 분명 벌고 있는데 돈을 무지 아껴쓰고 있는데 돈이 없다. 돈이 없어.


코로나로 가뜩이나 우울한데 돈까지 없다고 생각하니 내 표정이 너무 어두웠나보다. 착하고 착한 남편이 보너스라며 현금 십만원을 마술상자에서 꺼내주었다.  역시 내 기쁨 내 남편!


그렇게 나는 분명히 남편이 준 보너스 10만원을 들고 쇼핑을 하려 대형쇼핑몰에 갔다. 코로나블루를 떨쳐버리러! 돈타령 하지않고 나를 위해 다 막 흥청망청(?) 십만원을 쓰기위해서!


현금 10만원을 들고 아니 정확히는 지갑에 넣어서 신나는 발걸음으로 '어떤 옷을 살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갔다. 오늘은 아이들 여름에 필요한 '아동런닝'이라던가 남편의 헤진 속옷을 대체해줄 '팬티'라던가. 오늘밤 가족이 먹을 '반찬재료' 가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해 그것도 '나의 패션'을 위해 혹은 '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반드시 돈을 쓸 거라 다짐하며 길을 나섰다.



쇼핑몰에 도착하기 전까지 10만원은 나에게 매우 큰 돈이었다. 원피스에다가 돈이 남으면 고급스타킹도 하나 사야지라던가, 티셔츠랑 바지 세트로 사고, 남은 돈으로는 세일하는 운동화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쇼핑몰에 도착하여 가게를 둘러보니, T셔츠 하나에 이미 10만원이 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어, 티셔츠 하나만 사기에는 좀 돈이 아까운데.. 실컷 사고 싶은데, 10만원으로 딸랑 옷 하나라고? 명품도 아니고 왜이렇게 비싼거야 증말...흥'


남편이 애를 봐주기로 한 2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데 나는 그걸 감사히 누리기는 커녕 벤뎅이 소갈딱지같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같은 생각만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에쁜 옷은 죄다 비싼거냐. 암튼 예쁜 것들이란. 흥'

온갖 옷을 향해 한탄과 짜증만 던지고 있었다. 그렇게 즐겁제 않은 쇼핑을 하다보니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는 옷이 아니라 주차비가 걱정이 되었다.

'2시간이면 3천원인데, 아...주차비라도 아껴야지. 그래 마트로 가자!'

처음에 그토록 다짐했던 '나' '나의 패션' '나의 아름다움'을 위한 소비는 사라지고 나의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익숙한 발이 닳도록 자주 들리는 마트에 와있었다. 그리고 마치 원래 장보기 위해 집을 나섰던 사람인 것 마냥 세일코너로 가서 아이들이 먹을 고기와 요거트로 2만원을 채우고 나왔다. 2만원이상 영수증이 있으면 주차비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아 주차비 아껴서 다행이다. 이제 집에가자!'

하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차로 돌아가는 데 갑자기 아줌마 특유의 서러움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


나는 분명히 나를 위한 소비를 하려고 남편의 보너스를 들고 왔는데, 나는 왜 나를 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가

왜 나를 위해 소비하리라 마음먹었던 그 작은 다짐하나 지켜내지를 못하는가.



집에 도착하여 내가 장봐온 고기와 요거트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내 서글픔을 사라졌고, 나는 다시 행복한 엄마로 돌아왔다.


[행복한 나]는 잠시 가출을 하고 방황하고 있지만 [행복한 엄마]가 여기있으니 그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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