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카소 Oct 22. 2023

프리스 friss 뜻 금토일 즐겁게 놀자였는데...


퇴사 후 시작한 나의 작은 브랜드 이름은 프리스였다. 영어 스펠링으로는 friss. 현재 나의 네이버 블로그 주소와 이메일 아이디가 된 프리스, 이 이름에 대한 스토리는 나의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가 결정되어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남편과 주말에 어디 놀러 갈지 이야기하던 중, 


-자기야 우리 금토 어디 놀러 갈래? 멀지 않은 곳으로! 

-금요일 연차 쓰기 어려운가? 토일로 갈까?

-아니야. 회사에 말해볼게. 어디로 가지? 기분 전환하러 신선한 공기 있는 곳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아. 빨리 금요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달력 보다가) 엇? 자기야 브랜드 이름 frisat 어때. 금토.

-프리셋?

-응. 금요일이랑 토요일 너무 좋잖아~ 


<며칠 생각하다가>


-프리셋은 좀 뭔가, 뭔가... 어감이 아쉬워. 마지막 셋이.... 셋... 셋......?!

-그럼 우리 일요일도 넣자! 프리스. friss, 프리스 어때!?

-금토일처럼 즐겁게! 즐겁게, 우리답게 살자!

-오오 괜찮은데?! 좋아!


< 또 며칠 생각하다가 >


-자기야 주말에 놀러 가는 거 얘기하다가 프리스가 나왔잖아. 이 선이 들이고 위에 산이야. 밑에는 강에 비친 산이고. 여긴 하늘, 여긴 강이야. 어때~

-중성적인 느낌이 좋은데! 


그래? 괜찮아? 욕심 내지 말고 재밌게 하나씩 해보자! 



friss=fri+sat+sun
just, pleasantly!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남편과 이런 대화를 하다가 프리스 브랜드 이름이 탄생되었다. 직장인이었던 우리가 손꼽아 기다렸던 금토일. 지금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성장하면 남편과 나눈 이런 대화도 하나의 히스토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디자이너 샤넬이 밤하늘의 초승달을 보고 두 개가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을 상상하다가 탄생한 코코 샤넬의 CC로고처럼 말이다.


이렇게 즐거운 금토일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과 의미를 담아서 시작했는데, 현실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프리마켓은 금토일이 대목이었고, 나는 금토일은 무조건 일을 해야 했다. 즐겁지 않았다.


프로덕트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얼떨결에 입사한 가방 프로모션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갑인 줄 알았다.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어서 일을 할 때는 회사의 대표가 갑인 줄 알았다. 신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백화점 입점 프레젠테이션에 갔다가, 백화점 담당자들에게 굽신굽신 거리는 임원들을 보며 백화점 매입부가 진정 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퇴사를 앞두고 다시 생각해 보니, 삶의 진짜 갑은 대기업 직원도 아니고 회사 대표도 아니고, 고액연봉의 전문직도 아니고, 어떤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즐기며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재미있게, 그렇게 내 인생의 갑으로 살고 싶어서 프리스를 시작을 했는데....... 구상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구체화하고, 공장에서 수천 개의 제품이 다 제작되어 우리 집에 가득 채우고 나니, 나에게 남은 진짜 역할은 슈퍼 슈퍼 막강 을이었다.  

오 마이갓. 하하... 하하핫... 이런~ 예압... 예예...  


어느 날은 나는 망했다는 생각에 '나 어떡해' 노래만 생각나더니, 또 어느 날은 그래도 그 새, 프리스를 살려내 보겠다고 뭐라도 한 노력에 정이 들어서 '애지중지' 잘 키워보겠노라. 다짐했다. 


친구가 나에게 개업 축하 꽃 화분 선물과 힘내라고 저녁을 사주었다.

-민영아, 우리 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어. 고생길이 꽃길이래

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화석처럼 굳어져 버렸다. 준비 미흡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일은 벌어졌고 어떻게해서든 하나씩 수습해야 했다. 

팔아야 하는 제품도 넘치게 있었으니, 내가 적극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은 디자인이 아닌 홍보, 영업, 판매였다.


friss=fri+sat+sun

just, pleasantly! 


프리스? 이름처럼, 금토일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브랜드가 되기를, 우리의 삶이 되기를 기원했는데, 현실은 1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금토일엔 프리마켓 참여를 해야만 했다. 



이전 04화 솟아날 구멍을 찾아서, 프리마켓 셀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