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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카소 Oct 22. 2023

프리마켓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

1. 


덕수궁 돌담길에서 진행된 프리마켓에 참여한 날이었다. 그날은 장사가 좀 잘 되었는지, 오후가 되자 준비해 온 쇼핑백이 다 떨어졌다. 하필이면 가방을 구매한 분이 쇼핑백에 담아달라고 했고, 빠르게 주변을 스캔해서 가방을 담을 수 있는 크기의 쇼핑백이나 비닐을 갖고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았다.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나보다 열 살쯤 많아보이는 아줌마가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가죽 소재의 가방을 팔고 있기에 급히 뛰어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일도 같은 장소에서 마켓이 진행되는 일정이니 쇼핑백 하나를 갖다 주겠다고 설명하면서, 쇼핑백 하나만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여분이 있다면 당연히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남는 쇼핑백은 있지만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는 장사할 때 그런 거 안 도와준다고 했다. 황당스러웠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손님을 보내고, 쇼핑백을 빌려주지 않은 매대로 다시 가서 양갈래 아줌마에게 물었다. 당신은 마켓 다니고, 장사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이 한 번도 없었냐고 말이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줌마는 단호박처럼 없었다고 대꾸했다. 그 대답을 듣고 더 이상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그럴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얼마나 사람들의 보편적인 호의를 받아보지 못했으면 저렇게 인색해졌을까 혹은 주변의 판매하는 사람들을 모두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걸까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저런 아줌마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자신이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부정해도,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스스로 도움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도 자신이 존재함 그 자체 만으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은 세상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2.

백화점 디자이너 마켓에 참여해서 판매한 날이었다. 그 날은 장사가 참 안되었다. 내 옆 매대에서는 실버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수시로 붐볐고, 불티나게 판매 되었다. 도대체 어떤 디자인 제품이길래 저렇게 잘 팔릴까 궁금해서 구경하다가 레터링이 되어 있는 심플한 은반지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DO IT FOR YOURSELF


너 자신을 위해 하라'는 의미가 새겨져 있었다. 보자마자 끌렸다. 마켓에 다니면서 힘들 때 반지에 새겨진 이 문구를 기억하려고 구매했다.그 때부터 지금까지 약 8년 이상 인연이 된 고마운 반지다. 이 반지의 문구 덕분에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힘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위해 프리마켓은 그만 두었지만, 그 이후에 육아든, 집안 일이든, 돈버는 일이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내가 선택했고, 나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DO IT FOR YOURSELF

모든 일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내 삶의 0순위는 나인 것이다. 



3.

신상품으로 별모양 펀칭이 되어 있는 가죽 팔찌를 만들었다. 그리고 썼던 기록이다. 

프리스의 별


별별 사람들을 만나고, 

별별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틈에서 나의 빛을 잃지 않기를 소망해요.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별 하나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요.

별의 크기와 밝기는 다 다르겠지만,


처음엔 그 빛이 흐릿하더라도,

반짝반짝 세상을 환하게 비출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프리스의 팔찌에 

길을 잃지 않도록 북극성을 새겼습니다.

결국에는 반짝반짝 나만의 빛을 내는

별에서 행복을 발견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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