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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을 따고 싶은 이유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춤에 재능은 1도 없지만

by 마인드카소

토요일의 댄스 전문반 수업에 두 번 참여한 뒤, 선생님께 슬쩍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 자격증에도 관심 있어요.”


마침 타이밍이 절묘했다. 며칠 뒤, 선생님이 협회장으로 계신 협회의 댄스 자격증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자격증을 따려면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 번이라도 직접 보고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럼 이번에 한번 와서 봐요” 하시며 나를 그 자리에 초대해 주셨다.


그날은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오디션의 진행 방식과 난이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교육생들의 춤과 몸의 움직임에 대해 심사위원님들이 어떤 기준으로 피드백을 주시는 지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민간 자격증이라 하지만, 그 시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디션 현장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직감했다.

‘이건 만만한 여정이 아니겠구나.’

그리고 동시에, 불안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3개월 만에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거였다.

정말로 이 자격증을 따고 싶은가?

그렇다면 왜 따고 싶은가?


이유를 분명히 해야 중간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이렇게 10가지 이유로 정리해 본다.





1.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다.

>> 이슬아 작가의 책 『부지런한 사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을 마음 깊이 새겨두었다. 나도 꾸준함으로 증명해 보고 싶다. 춤에는 재능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긍정적인 태도로 끝까지 붙들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증명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말만 하는 건 이제 그만…)


2. 내 몸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싶다.

>> 춤을 배운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몸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골반이 빠지는 방향, 발이 먼저 나가는 순서 하나하나가 늘 헷갈린다. ‘선생님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 사이 동작은 이미 넘어가 있다. 내 몸의 움직임을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익히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서너 배는 더 걸린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마다 늘 “이렇게 움직이면 되는 걸까?” 하는 의심은 단짝처럼 찾아온다.

자격증 과정을 통해서 이런 몸짓의 낯섦과 어색함을 깨우쳐 보고 싶다. 차근차근 동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습하고, 피드백받으며 나아지고 싶다. (나는 왜 항상 거울 속에서 반대로 움직이는가…)


3. 내 몸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몸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다르다. 나도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 지금은 운동과 식습관으로 간신히 몸을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춤을 통해서라면 몸을 다루는 감각을 더 깊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을 잘 다스리는 게 결국 삶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몸치 탈출이야말로 내 인생 프로젝트)


4. 몸에 리듬감, 그루브를 넣고 싶다.

>> 나는 뻣뻣하다. 리듬감이 부족하다는 피드백도 수없이 받았다. 특히 웨이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어떻게 몸으로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리듬에 맞춰 흐름을 탈 수 있을까? 동작에 강약과 리듬을 넣어, 음악에 녹아드는 춤을 추고 싶다. (웨이브는 나의 큰 숙제다. 하루빨리 숙제를 끝내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5. 마르고 단단한 근력의 몸을 갖고 싶다.

>> 내가 원하는 몸은 명확하다. 마르고 단단한 몸.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 할머니가 되어서도, 평생 유지하고 싶은 내 피지컬이다. 자격증 과정에서 배우는 근력 트레이닝이 그 목표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근육통은 서비스겠지만?)


6. 춤추는 지금의 나도 좋다. 더 잘 추는 나는 더 좋을 것이다

>> 춤을 잘 못 춰도 내 삶에 춤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잘하게 된다면, 그건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 될 것이다. 그 길로 가고 싶다. (솔직히 “조금 더 잘 추는 나”는 상상만 해도 설렌다)


7. 목표가 있는 사람은 성장 속도가 다르다

>> ‘3개월 뒤 자격증 취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내 뇌도, 내 몸도 그 목표를 향해 세팅될 것이다. 해야만 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 속도는 자연스레 빨라진다. 물론 자격증 없이도 꾸준히 배우면 늘긴 한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 그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특히 돈)


8. 원데이 클래스, 나 같은 몸치들을 위해

>> 지금 당장 전문 댄스 강사가 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면, 춤을 경험해 보고 싶은 비기너들과 재미 삼아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싶다. 나처럼 서툰 리듬으로 몸을 움직이는 몸치들에게 ‘이 정도면 괜찮다’는 경험과 '춤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는 감정을 선물하고 싶다. 그러려면 티칭법을 배워야 한다. 자격증 과정이 나에게 좋은 연습이 될 것이다. (몸치 클래스라면 내가 홍보 모델도 할 수도 있음)


9. 10~15년 뒤, 나만의 댄스 스튜디오를 열고 싶다.

>>10년, 15년 뒤쯤에는 내 철학이 담긴 댄스 스튜디오를 열어보고 싶다.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창작과 치유, 표현의 기쁨을 담는 공간. 댄스의 즐거움과 효능감을 전할 수 있는 곳. 언젠가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지금의 도전은 그 상상에 작은 씨앗을 심는 일이다. (간판 이름부터 고민 중)


10. 춤추는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 나의 최종 꿈은 명랑하고 유쾌한 춤추는 할머니다. 70살, 80살이 되어도 리듬감 넘치게 건강하게 사는 것.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될 순 없다. 지금, 이 마음이 뜨거울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댄스 자격증을 따고 싶은 10가지 이유’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친한 이웃님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다. 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다.


댄스에도 자격증이 있다는 걸 민영 님 덕분에 알았네요. 이렇게 많고 중요한 이유가 있으면 안 할 이유가 없죠! 파이팅! 민영 님의 댄스를 사랑하는 글을 읽으면 어느새 나도 댄서가 되어있는 착각이 들어요ㅋㅋ


찬찬히 다시 읽으니 기분이 따뜻해졌다.


춤의 즐거움과 매력은 글로 써도 써도, 말로 해도 해도 부족하다. 재능도 없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도전해보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꾸준하게 퐁퐁 솟는다. 그런 진심이 신기하고, 또 사랑스럽다.


‘댄스 자격증을 따고 싶은 10가지 이유’를 정리하면서 마치 이미 다 이룬 사람처럼 괜히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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