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자격증 수업이 시작되는 6월의 첫 번째 수요일.
새벽부터 춤에 대한 새로운 여정과 배움의 설렘으로 살짝 들떴다. 춘천에서 오전 4시간 수업을 마치고, ‘오늘은 어떤 걸 배우게 될까?’ 하는 호기심을 안고 댄스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문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벌써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국가 자격증 실기 시험을 준비 중인 선생님들이 큰 구령에 맞춰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연습실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셀카를 찍었다. ‘파이팅!’을 외치며 브이 포즈를 취했다.
오후 5시 30분. 수업이 시작되었다.
저녁 다이어트 댄스 수업에서 늘 뵙던 제시카 선생님, 처음 만나는 나나 선생님, 그리고 촬영을 도와주시는 분까지 선생님은 세 명이었고, 교육에 참여한 사람도 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다.
살짝 긴장한 채로 서 있는데, 제시카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 근력부터 합시다. 점핑잭 50개!”
점핑잭...? 그게 뭐죠?
당황한 나에게 다른 선생님들이 친절히 시범을 보여주셨다. 옆으로 다리를 벌리며 뛰고, 두 손을 머리 위에서 ‘착’ 치는 동작. 그렇게 점핑잭을 시작으로, 약 1시간의 근력 수업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스쾃, 푸시업, 스파이더, 플랭크, 버피, 복근운동, 다리 찢기… 나는 새로운 춤을 배울 생각에 부푼 마음으로 왔는데, 현실은 ‘몸의 모든 부위를 체계적으로 조지는 운동 코스’가 제대로 펼쳐졌다.
평소 근력 운동과는 거리가 멀던 내 몸은 이름도 생소한 동작들에 비명을 질렀다. 자세가 틀리면 곧바로 선생님이 자세를 잡아주셨다.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푸시업을 할 때 들려온 선생님의 한마디
“더 내려가요!”
그 말이 무척 잔인하게 들렸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솟구쳤고, 그 순간엔 온몸으로 울고 싶었다.
첫 자격증 수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충격
내 두 다리가 이렇게 무거운 줄, 그날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운동기구였다. 온몸이 자근자근 짓눌리는 통증 속에서, ‘아, 이렇게까지 힘든 운동이 있었구나’ 새삼 알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몸 곳곳이 여전히 욱신거린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다음이었다.
선생님이 “오늘 한 건 맛보기예요”라고 하셨을 때
…네?
약 한 시간의 근력 운동으로 몸과 정신이 산산조각 난 상태에서 선생님은 바운스를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두 다리는 이미 내 의지 따위는 듣지 않았다. 후들거림으로 저절로 바운스가 되는 것 같았다. 몸이 아프니 춤이고 뭐고 선생님들도 세상도 다 미워 보였다.
그렇게 7시 30분이 되자 자격증 수업이 끝났다. 정말 바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힘들어서 잠시 앉아있다 보니 회원님들이 한 분, 두 분 들어오셨고, 어느새 8시 다이어트 댄스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
수업 도중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여 헛웃음이 나왔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음악과 상관없이 몸이 스스로 반응하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나 있었다.
정말,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 날 바로 알 수 있었다.
온몸의 근육통이 심각했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지난달 자전거 사고 때보다 더 아팠다. 걸을 때마다 몸 구석구석이 신음소리를 냈고, 혼자 끙끙거리며 춘천까지 수업을 다녀왔다.
남편은 물론, 누구에게도 이 고통을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댄스 자격증반 꼭 듣고 싶다”며 큰소리쳤는데 겨우 하루 교육받고 힘들다고 하면… 모양이 빠지지 않겠는가.
결국 참다못해 선생님께 몸이 너무 아프다고, 근육통은 언제쯤 사라질지 여쭈었다. 선생님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안 쓰던 근육들을 다 건드려놔서 당분간은 아플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점차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하셨다.
퇴근 무렵, 결국 남편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아파 죽겠어…”
귀가하자마자 침대에 그대로 뻗었다. 집에 온 남편은 내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기어 다니다시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몸 개그라도 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저녁식사 준비는 엄두도 못 냈다.
저녁 7시 30분
침대에 누워 8시 댄스 수업에 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도저히 못 뛸 것 같아요...” 통화 연결은 안 됐지만, 이미 마음은 ‘쉰다’로 기울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말했다.
“운동으로 생긴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 해. 차로 데려다줄게. 다녀와.”
평소 같았으면 “말도 안 돼” 했겠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그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이 통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뒤늦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 댄스 학원의 드레스 코드는 블루. 파란색 모자를 쓰고, 남편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집을 나섰다.
남편은 “오늘 운동하면 내일 훨씬 나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그때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몸 상태를 말씀드리며 “이제 막 가려던 참이에요”라고 전했다. 남편이 차로 데려다준 덕분에 조금 편하게 학원에 갈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학원에 도착하니 수업은 이미 한창이었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 선생님은 늦게 들어선 나를 보며 웃으셨다. 그 웃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몸이 움직여졌다. 분명 꼼짝도 못 할 만큼 아팠는데, 춤이 춰졌다. 거울 속 춤추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남편 말대로, 진짜 근육이 풀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춤은 체력이에요. 살면서 이렇게 온몸의 근육을 쓰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텨봐요. 근육통을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점점 단단해질 거예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몸을 잘 쓴다는 건, 결국 내 근육을 알고 잘 다루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회원님들도 나의 근육통 이야기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다. 웃음이 나고, 힘이 나고,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근력 운동을 생각하니 눈물도 났다.
고통 속에서도 조금씩 강해지는 몸,
그보다 더 단단해지는 마음.
이날이 진짜 댄스 자격증 여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