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까 말까 할 때는 뭐다? 해버린다

by 마인드카소

댄스 자격증을 따겠다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무슨 자격증까지. 그냥 지금처럼 취미로 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전문가'라는 뜻인데... "


흐릿해진 말 끝에는 "몸치인 네게 댄스 전문가 타이틀은 좀 아니지 않아?"가 생략된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머릿속에서는 댄스 자격증 취득 가능성을 빠르게 계산 중이었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건 딱 세 가지였다.


돈, 시간, 10살 아이


1. 돈

자격증 교육비는 꽤 비쌌다. 주 3회, 2시간씩 3~4개월 집중 수업이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일하고 있어서 금전적 부담은 조금 덜했다. 다만 ‘나중에 이 돈이 아깝다고 후회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다. 곧 답이 나왔다. “교육비는 춤으로 다시 벌면 된다” 돈은 최고의 동기부여. 교육비를 레버리지 삼아 도전하기로 했다.


2. 시간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다 보니 자격증 수업 시간을 확보하려면 일정 조정이 필요했다. 프리랜서는 출퇴근이 없고, 일한 만큼 돈을 번다. 하지만 일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불안정함이 기본값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간다’는 태도로 살았다.

하지만 자격증 수업은 주 3회, 2시간씩 잡혀 있었다. 당연히 일부 강의는 거절해야 할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걸 선택하려면, 기존의 것을 놓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떠올리자 생각보다 마음 정리가 쉬워졌다.


3. 10살 아이

가장 큰 고민은 아이였다. 수업 시간이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 아이 학원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내일 준비해야 하는 딱 그 시간이었다.

남편 퇴근은 늘 일정치 않았고, 심지어 외동이라 혼자 있는 걸 싫어했다. 그런 아이를 집에서 혼자 두고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선에서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이 안 나오자 결국 어머니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어머니, 평일 이틀만 저녁에 아이 좀 봐주세요. 자격증 공부해야 해서요"


처음에는 '댄스'는 쏙 빼고 '자격증'이라고만 말씀드렸다. 부연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서였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자격증 공부하겠다는 며느리의 부탁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만약 어려우셨다면 아이를 데리고라도 수업에 갈 생각이었다.





사람은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으면 핑계를 찾는다. 내가 믿는 삶의 원칙은 단순하다.


문제에는 반드시 방법이 있다


달력을 보니 자격증반이 시작되는 6월은 이미 빡빡했다. 매일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강의를 가야 했고, 하루 10시간 수업도 줄줄이 잡혀 있었다. 남편은 내 스케줄을 보며 말했다.


"힘들지 않겠어? 지금도 일정이 빠듯한데, 내년에 해. 올해 자격증까는 무리야."



파란색 내 강의 일정, 빨간색 댄스 자격증 교육 일정



내년? 내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프리랜서인 내게 내년은 그저 불확실할 뿐이었다. 일이 많아져 시간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고, 일이 줄어들어 돈이 아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자격증을 미루거나 고민하는 건 정말 싫었다.


돈이 있을 때, 시간을 조율할 수 있을 때,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결심은 단순해졌다.



할까 말까 할 때는 뭐다?

그렇다. 해버린다.



새로운 경험 앞에서는 극과 극의 감정이 번갈아 찾아온다.


설레면서도 두렵고,

해보고 싶으면서도 피하고 싶고,

파이팅 넘치다가도 이내 쪼그라들고.


결국 선택의 문제다.

두려움을 선택하면 포기하게 되고, 설렘을 선택하면 즐거움으로 바뀐다. 춤을 통해 그 사실을 배웠다.


마음이 끌린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비효율적일지라도 해봐야 하는 일.


내 직감은 분명히 말했다.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라고.


심장은 이미 바운스 바운스 춤을 추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1화몸치는 왜 댄스강사 전문반에 끼어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