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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는 왜 댄스강사 전문반에 끼어든 걸까

by 마인드카소

지금 다니고 있는 댄스학원의 제시카 선생님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춤만 생각하며 사시는 분 같다.

평일에는 나 같은 일반 회원들을 위한 다이어트 댄스 수업, 토요일에는 강사 혹은 자격증을 딴 제자들과 함께하는 전문반 수업, 일요일에는 댄스 자격증 반 교육을 하신다. 그 사이사이엔 릴스 챌린지, 원데이 클래스, 개인 레슨, 유튜브 촬영, 안무 제작과 튜토리얼 영상 판매까지… (선생님은 하루를 몇 시간으로 사시는 걸까?) 춤의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 그 넓은 폭을 넘나들며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보며 감탄한다. 특히 댄스 강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능력에서 새로운 멋짐을 느꼈다.


나는 드로잉과 디자인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서 평일 저녁 다이어트 댄스 수업만 참여했다. 그마저도 강의 일정이나 남편 퇴근 상황에 따라 퐁당퐁당 빠지기 일쑤였는데, 그래도 학원에서 춤추고 있으면 그저 즐거웠다.

춤은 내게 회복과 활력이다. 춤추고 난 뒤의 땀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해소되었고, 펄떡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면 “강민영, 살아있음”이 선명해지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 유튜브 채널에서 ‘강사 레벨업 클래스’ 홍보 영상을 발견했다.



월 2회 진행되는 토요일 수업 안내 중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힙합 코레오’와 ‘걸리쉬 코레오’였다.


코레오(choreo)는 ‘안무’를 뜻한다. K-pop 댄스처럼 가수들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직접 짠 안무를 배우는 수업이라는 의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외쳤다.


아, 이거 진짜 배우고 싶다!


나는 댄스 자격증 준비반 교육생 아니고, 댄스 강사도 아니고, 이미 자격증을 딴 선생님의 제자도 아니었다. 여전히 몸은 빳빳하고 리듬감 없는 몸치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끌렸다. 마침 토요일 디지털드로잉 수업도 오후 2시였다. 11시부터 1시까지 춤을 추고 바로 이동하면 되는 완벽한 동선이었다. 야호, 시간까지 딱 맞네


다음 날 저녁 다이어트 댄스 수업이 끝나고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 유튜브에서 3월 토요일 강사전문반 모집 글 봤어요. 혹시 저도 들을 수 있을까요?

음... 같이 해보고 싶어요?

네! 선생님과 다른 분들만 괜찮으시다면...

그럼 수업 들어봐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 해볼게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내가 강사 레벨업 클래스 수강권을 득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남편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자기야, 나 11시부터 1시까지 강사전문반 댄스 수업 듣고, 2시 디지털드로잉 수업 가야 하니까 시간 맞춰서 데리러 와줘."


댄스 학원에 도착허니 대부분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순간 긴장되었다. 운동화를 갈아 신는데 ‘내가 여기에 껴도 되나…’ 싶은 의심이 올라와서 조금 쭈뼛거리다가 소심해진 채로 구석에 섰다.


이날 배운 곡은 Chris Brown의 〈Ayo〉

힙합의 비트와 선생님이 짠 세련된 안무가 멋졌고 잘 어울렸다. ‘나도 멋지게 추고 싶다’는 마음이 스쳤고, 더 이상 “나는 못 춘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나 어딨게?

물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춤 잘 추는 선생님들 틈에서 두 시간 내내 헤매고 허우적거렸지만, 놀랍게도 정말 즐거웠다.

재능은 없는데…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스스로도 신기했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차로 대기 중인 남편에게 달려가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뛰어오는 내가 웃겼나 보다)

자기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뛰어오더라? 그렇게 재밌었어?

응응! 나 진짜 진짜 저어어어말 즐거웠어!


‘진짜’를 몇 번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벅찬 기분이었다. ‘정말’을 아무리 늘려 말해도 내가 직접 느낀 즐거움을 남편에게 전달하기에 부족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했을까?


열정 넘치는 댄스 선생님들 틈에 껴있다는 사실, 서툴지만 안무를 몸에 욱여넣으려 애쓴 나 자신이 기특했던 순간, 서로 다른 개성과 춤의 느낌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펄떡거리는 심장이 전해준 살아있음 때문이었다.


선생님~ 오늘 무지 헤맸지만 정말 즐거운 수업이었습니다 (멋진 선생님들 틈에 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 후 배움의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 감사 톡을 드리며 결심했다.


올해 댄스 자격증 꼭 따야지!




https://youtu.be/zyL5tRypZN8?si=zpR2vtsUhQSmA9Ol

그날 저녁, 유튜브에 올라온 댄스 영상을 보았다. 선생님들 틈에서 마음처럼 잘 안 되는 서툰 몸짓으로 따라가겠다고 애쓰는 내가 조금 웃겼다.


남편의 눈에도 헤매는 게 티가 났는지 그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댄스 강사도 아닌데?"라며 주말 내내 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에게 확신을 담은 어조로 말했다.



자기야, 나 올해 댄스 자격증을 따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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