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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춤을 그만두지 않아?

by 마인드카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시작이었다.

“야, 오늘 아침에 너 그 블로그 글 봤어. 왜 울었어, 거기서? 그리고 왜 빵꾸 난 운동화 신고 춤을 춰! 너 지금 예능 찍냐?”

“춤이 너무 어려워서 못 해 먹겠다 싶어서 울었다. 왜!”

“아니~ 댄스 학원에서 드라마 찍냐고!”


나는 빵 터졌다. 친구는 걱정이나 위로보다는 날 웃길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민영아, 솔직히 말해봐. 춤으로 그렇게 좌절했으면 그만둘 만도 하잖아. 왜 아직도 해? 대체 왜? 왜 넌 포기를 안 하니?”

“몰라… 그냥 하고 싶으니까?”

“아니 근데 너 진짜 대단하다. 못 추면서 아직도 한다는 게, 거의 인간 승리야. 대단함 보다도 존경스럽다. 난 춤 잘 추는 자신 있어도 귀찮으면 바로 그만둬. 너는 못 추면서도 계속하잖아! 포기 좀 해~ 제발! 포기할 때도 됐잖아! “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담 100%인가?) 포기 좀 하라는 말을 듣는데, 배꼽이 빠지도록 웃음이 났다.
아, 그렇구나. 춤을 못 추면 그만둘 수도 있구나
그 선택지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일이 많아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한 번도 떠오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만둘 수도 있었던 거였어?’

나 자신이 너무 성실해서 잠시 황당스러웠다.


지난 4년간 엉성한 몸짓으로 춤을 추며 늘 생각했다. “나는 언제쯤 잘 추게 될까? 10년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춤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선생님의 디테일한 지도에도 불구하고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춤에 매달려 있는 나.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까지 계속할까?


그때 친구가 다시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민영아, 나는 네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안 부러워. 춤? 1도 안 부러워. (나도 알아... 우리 시어머니도 내 몸짓 보고 ‘멋이 없네?’라고 하셨... 잠깐, 눈물 좀 닦고.)

근데 진짜 너의 끈기는 부럽다! 그건 나도 갖고 싶다!”


한참 통화하다가 전화를 끊은 친구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왜냐하면 끈기(Grit)는 내 삶의 키워드 3가지 ART.LIFE.GRIT 중 하나로 가치 있게 여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품이나 덕목이 적힌 버츄 카드의 끈기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끈기는 초지일관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입니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전념하면 장애가 얼마나 크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댄스 자격증을 따고 싶은 이유 10가지, 춤에 담은 꿈 중 마지막 10번 멋지게, 그루브 있게, 느낌 가득하게 춤추는 명랑한 할머니가 되는 것.

그렇다. 나는 명랑한 할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을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포기’는 없다. 아직 30년은 남았으니까.


30년 넘게 춤을 배우고 추다 보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멋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뭐, 솔직히... 내 춤과 몸짓이 그렇게 멋있어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명랑한 할머니가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멋이니까.

아,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가 있다. 웃으면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꿈이라 그런가 보다.


그러니까, 오늘도 킵댄싱.
댄스씬에서 오래오래 남아 있어야지
명랑하게, 나만의 그루브를 찾을 때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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