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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갑자기 눈물 폭발 사건

by 마인드카소

울었다. 댄스 수업 중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업은 잠시 멈췄고, 공기까지 침묵했다.


춤을 추다가 왜 눈물이 났을까?


댄스 자격증 반을 시작한 지 두 달째. 그동안 에어로빅과 힙합을 나름 즐겁게 배웠다. 아직 안무를 완벽히 외우진 못했지만, 버벅거리며 연습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어설퍼도 따라는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난주부터 새로운 벽이 나타났다. 복고 리듬의 ‘나이트 댄스’와 여성스러운 동작의 ‘걸스 베이직’


나이트 댄스는 박자를 잘게 쪼갠 리듬으로 표현한다. 몸으로 리듬을 갖고 놀아야 하는데, 감을 못 잡으면 멘붕이다. 빳빳한 내 몸은 복고 리듬을 거부했고, 그 리듬을 이해하지 못하는 몸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다음 수업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둠 속에서 혼자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고민하다가 걸스 베이직을 가르쳐 주시는 나나쌤께 도움을 청하였다. 감사하게도 동작을 봐주시겠다고 일요일 수업 시작 전 30분 일찍 오라고 하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선생님은 내 몸의 엉뚱한 움직임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잡아주셨다. 아마 속으로는 '아이고, 오늘 쉽지 않다…' 하셨을지도 모른다. 나도 디지털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어서 안다. 이해가 더딘 수강생을 가르칠 때 얼마나 많은 인내와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그럼에도 선생님은 웃으며 가르쳐주셨다. “그렇지~ 지금 잘했어요! 그 느낌 기억해요.” 그러다 이내, “아니~ 그게 아니라고 무릎을 펴요!” 칭찬과 욱함 사이를 오가며, 정신줄 하나로 버티며 지도해 주셨을 것이다. 아…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나 쌤의 걸스 베이직 수업이 끝나자 나이트 댄스를 가르쳐 주시는 제시카 쌤이 등장하셨다. ‘아, 선생님 주말인데 푹 쉬시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레트로 리듬이 시작됐다. 나이트 댄스는 진짜 어렵다.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없다. 잘못하면 아주 우스꽝스럽다. 요즘 그 역할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제시카 쌤의 춤은 언제 봐도 감탄스럽고 멋지다. 핸드폰에 ‘댄스천재 제시카 쌤’으로 저장해 두었다. 선생님의 몸으로 표현하는 리듬을 보면, 정말 천재 같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따라 해도 흉내조차 안 난다. 선생님의 설명은 귀에 쏙 들어오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골반, 엉덩이, 손끝, 팔꿈치까지 여러 신체 부위를 동시에 리드미컬하게 조정해야 하는 압박이 밀려오자 결국 몸이 “못 하겠어…” 하고 소리쳤다.


나는 한 동작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겠는데, 진도는 계속 나가야 하는 상황. 앞으로 더 어려운 동작들이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참았던 감정이 엉켜버렸다.

그리고 왈칵, 눈물이 터졌다. “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말하고 이 자격증 반에서 영원히 퇴장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날 저녁 설거지를 하며 생각했다.

‘오늘 나는 왜 울었을까?’


춤은 머리나 손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거라 아무리 선생님이 자세히 알려줘도 내 몸이 못하면 못 한다. 디지털드로잉은 대신 그려줄 수 있지만 춤은 누가 대신 해 줄 수가 없다. 오늘 그 ‘막막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럼 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제시카 쌤이 자주 하시던 말이 떠올랐다.

“수업만 듣는다고 절대 춤이 되지 않아요. 연습을 해서 자기 몸으로 체득해야 해요.”

그 말이 처음으로 깊이 와닿았다. 되든 안되든 냅다 리듬에 나를 던져 넣는 선생님이 조금 이해되었다.


결국엔 내가 내 몸으로 춤을 춰야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어렵고 막막해도 내가 내 리듬을 찾아야 했다.


선생님은 “차라리 시원하게 울라”고 하셨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많은 선배들도 그랬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다.
“이렇게 자신에게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기, 인생에 한두 번밖에 없어요. 지금 이 시간, 진짜 좋은 거예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같이 수업 듣는 동기 언니들의 위로, 쌤들의 격려 덕분에 금세 마음이 풀렸다.

울고 나니 어렵게 느껴진 그 복고 리듬을 내 몸에서 찾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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