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리듬 타는 것이 어려워서 자격증 교육 중에 울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는 새 운동화를 사면서 깔깔 웃었다.
인생이란, 발끝으로도 감정의 기복을 겪을 수 있다는 걸 그날 알았다.
춤과 리듬의 어려움으로 눈물범벅이 된 수업을 겨우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오늘 수업 때 울었어어어…”
“아이고, 왜…”
“춤이 너무 어려워서어어…“
"많이 어려웠어?"
"응. 너무너무. 그리고 나 학원에서 신는 운동화에 빵꾸났어. 몇 달째 구멍 난 상태인데 쇼핑하기 귀찮아서 그냥 신었어. 그것도 슬퍼...”
"그럼 신발 사러 가자”
"갑자기?"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춤까지 못 추는 나를 생각하니 불쌍해서? 다시 눈물이 날 뻔했다가 ‘신발 사러 가자’는 남편의 한마디에 울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그래, 나 지금 슬플 때가 아니라 운동화를 살 때야’
그렇게 우리는 동네 신발가게로 향했다.
남편은 유난히 진지한 얼굴로 운동화를 하나 집어 들었다.
“이 운동화를 신으면 춤을 잘 추게 될 거야. 선물할게.”
“진짜?”
“응, 정말이야. 믿어봐.”
‘몸치도 춤을 잘 추게 하는 운동화’ 면 좋겠다는 내 바람까지 더해져서 깔깔 웃음이 터졌다. 엉뚱한 그의 말이 웃기기도 했지만, 묘하게 힘이 났다.
그냥 신발이 아니라, 응원의 상징이었다. 그가 사준 새 운동화를 신고 매장 거울 앞에 섰을 때, 왠지 다음 수업에서는 조금 더 리듬을 잘 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워서 근처 카페로 갔다. 신발은 그가 사줬으니, 음료는 내가 사야지.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그에게 오늘 배운 나이트 댄스 영상을 보여줬다. ‘이걸 몸치 강민영이가 한다고?’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말했다.
“어휴, 리듬이랑 동작이 어렵네. 울 만했네!”
“그렇지? 어렵지?”
“다른 사람들은 안 울었어? “
“응 아무도... 다들 잘 따라 하던데”
“아니야, 아마 속으로는 울었을 걸? 나였어도 울었겠다.”
“풉~”
“참, 선생님들은 안 우셨어? 선생님도 가르치기 힘들어서 우셨을 거 같은데...ㅋㅋㅋ“
“뭐야~ ㅋㅋㅋ”
본인도 울고, 선생님들도 울었을 거라는 말에 풋 하고 웃어버렸다. 평소 그는 내가 심란해하면 몇 마디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남편의 농담 덕분에 여러모로 위로가 되었다. 심기일전해서 다시 잘해보자는 용기도 생겼다.
며칠 뒤엔 이런 일도 있었다.
학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선생님들과 함께 찍은 숏츠 영상을 보더니 그가 말했다.
“오 자기야, 춤 진짜 많이 늘었다.”
“정말? 진짜?”
“응. 동작만 안 틀리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몸치 소리는 안 듣겠는데? 지금까지의 몸짓과는 완전히 다른데!? 리듬도 좀 있고, 느낌도 생겼어. 이야, 고무적인데? 선생님 두 분 정말 대단하신데?? “
나의 댄스 흑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늘 내 춤을 ‘리듬이 없다’, ‘빳빳하다’, ‘멋이 없다’며 놀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이 자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하다니, 그날 처음으로 진심 어린 칭찬을 들은 셈이다.
그 한마디에 하루 종일 입이 귀에 걸렸다. 행복했다.
남편이 선물한 새 운동화는 어느새 발뿐 아니라 마음까지 단단히 바쳐주고 있었다.
그의 농담과 칭찬과 응원 덕분에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서는 법, 흔들려도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그에게 고마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