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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by 마인드카소

2021년 봄, 우연한 계기로 춤을 시작했다.

처음 춤을 췄던 날의 강렬한 감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완벽한 몸치였던 내가 음악과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던 그 순간, 세상에 없던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 나는 춤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더 커졌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댄스러버 모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격증반에 도전했다. 기본기를 배우면 몸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한층 자연스러운 몸짓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와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추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스케줄만 허락하면 무조건 고(Go)!


사실 춤의 기본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좋은 선생님과 충분한 연습이 있다면 언젠가 나도 잘 추게 되겠지. 그저 그런 순수한 믿음 하나였다.

그래서 누군가 “자격증반 하니까 정말 잘 추게 됐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몸을 쓰는 법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춤에 대한 마음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산증인은 남편이다. 그는 내 춤에 한없이 냉정한 비평가다. 절대 빈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은 빈말이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런 남편이 어느 날 내 영상을 보더니 말했다.
“오, 강민영! 몸의 움직임과 느낌이 좀 달라졌다? 돈 들인 보람 있다?”

아직은 리듬에 딱 맞춰 ‘파바박!’ 멋지게 움직이진 못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 왜 이렇게 몸이 안 따라오지?’ 하는 좌절감과 ‘이 동작, 이제 된다!’는 성취감 사이를 오가며, 나는 매일 1도씩 성장 중이라 믿는다.


며칠 뒤면 자격증 실기시험 전 중간 점검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강의가 끝나거나 수업이 없는 날, 아이가 학원에 간 틈새 시간마다 학원에 들러 연습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전체 흐름과 루틴을 외우는 데 집중하고, 그다음엔 동작 하나하나를 쪼개어 몸에 배게 하는 단계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아는 건 전혀 다르다. 갑자기 기억이 안 나거나 엉뚱한 동작이 나올 때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거울 안 보고도 몸에서 동작이 술술 나올 만큼 연습해야 돼요. 핸드폰 보며 따라 하면 절대 안 늡니다.”




최근 들어 깨달았다.
선생님과 동기 언니들과 함께 배우는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이렇게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잘 안 되는 동작을 마음껏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고,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지금 이 시간이 감사하다.

교육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 그래서 지금 이 과정을 더욱 의미 있게 즐기려 한다.


수업에서 배운 동작을 응용해 릴스 영상을 찍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촬영 과정 자체가 연습이 되고, 서로 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순간들이 소중하다. 물론 제일 자주 틀리는 건 나지만, 웃으며 “다시 해보자~” 하고 힘을 낸다.


동기 언니들과 연습할 때는 어려운 부분을 함께 얘기하며 풀다 보면 더 잘 외워진다.
“우리 좀 뻔뻔하게 추자~”
“오늘은 걸스 루틴 외우고 가자!”
언니들의 유쾌한 한마디에 부담이 사라진다.


연습 영상을 모니터링할 땐 처음엔 진지하지만, 결국엔 핸드폰 앞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거처럼 웃게 된다.

어느 날은 열정적으로 연습하고, 어느 날은 “밥만 먹고 하자” 했다가 진짜 밥만 먹고 귀가한 적도 있다.

그런 과정이 좋다. 지금 내가 즐겁게 하고 있는 춤, 그 안에서 이어지는 인연이 참 따뜻하다.


못해도 괜찮고, 천천히 나아져도 괜찮다.
“오늘은 이 동작 순서만 외우자!”
“잘하고 있어!”
이렇게 격려해 주는 언니들과 선생님들 덕분에 의심을 내려놓고 다시 나아간다.


연습 공간, 그리고 배려해 주는 가족들. 모든 게 감사하다.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다리도 찢어지고, 유연성도 좋아졌다.


나의 선택을 옳게 하고 싶다.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다가올 중간 점검과 실기시험에서도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땀과 웃음, 이 순간이 언젠가 가장 그리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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