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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당첨자를 만나보기 힘든 이유

feat 오징어복권

by Emile

로또 1등 당첨자를 한번이라도 실제 만나본적이 있는가? 만나보기는커녕 건너서 들어본 적도 없다. 물론 당신도 1등 당첨자로부터 밥한번 얻어먹은 적이 없을 것이다. 로또 1등 당첨자는 한주에 대략 스무명씩, 1년이면 무려 1천명에 이르는 숫자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주위에 한명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물론 1등에 당첨되었다 해도 은밀하게 이를 숨기고 있어서 그래서일거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모든 것이 공개되어지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작은 땅덩이에서 그런 밥 짓는 냄새가 전혀 새어 나오지 않다는 것은, 처음부터 쌀을 넣지 않고 끓인 빈 냄비였음을 충분히 의심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흔히들 로또의 추첨 과정을 의심하지만 오히려 추첨과정에서는 조작의 가능성이 적다고 다. 왜냐하면 마술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의 핵심은 시선을 한쪽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고, 마술의 트릭은 오히려 시선이 집중되지 않은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추첨 방송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마술 트릭의 세트일 뿐, 이 마법의 핵심 기술은 아닐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너무 많은 당첨자를 낸 실수로 조작 의심에 몰리자, 과학자도 웃고 지나갈 수학과, 우연의 필연을 강조하는 비과학을 동원하여 진땀을 흘리며 해명하며, 추첨과정에 응모자들을 초청하여 조작이 아니다라며 추첨 과정을 공개로 보여주기까지 한적이 있다. 실제로 로또 1등이 50명이 넘게 나오거나, 1등보다 어렵다는 2등은 무려 100명이 넘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가 버젓이 존재한다. 하지만 응모자를 초청하여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만 봐도 얼마나 추첨 과정은 이 트릭의 핵심이 아닌가를 실토하는 것 같아 코웃음을 친다. 그 행사 자체가 아무것도 검증할 수 없는 쇼일뿐더러, 로또 공이 굴러 나오는 순간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마술쇼의 시선 잡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로또 1등 당첨자 수는 왜 이렇게 또 많이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 로또의 경우에만 1등이 거의 이십여명 가까이 항상 나온다. 이렇게 1등을 하고도 10등도 못한 기분은 기분탓이 아니다. 가끔씩 그러나 매우 주기적으로 1등 수를 10명 이내로 줄여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항변하는 듯한 짜맞추기도 어설프다. 이렇게 만나는 볼 수는 없는데 당첨자 숫자는 항상 많은 현상을 '희석의 오류'라고 명명하고 싶다. 왜냐하면 다수의 허수 당첨자를 위해 다수 당첨자의 숫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 당첨자가 아예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실 당첨자는 몇 안되면서, 나머지 돈을 허수로 빼내고 또는 특정인에게 배부하기 위해서는 허수가 필수적으로 많이 필요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허수를 낀 로또에서 조차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안배가 중요 고려 사항이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로또 당첨은 전국 각지에서 참으로 골고루도 나오고 이를 공표한다. 특정 지역에 당첨자가 쏠리면 지역감정과 조작의 의심을 더 살 우려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전 지역에 비교적 균등하게 인구가 분포하여 살고 있다면 이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인구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된 것을 보면 당첨자도 그래야 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더하다. 아예 당첨자가 없는 회차도 많아, 마치 이 당첨은 지방 분배에 상당한 의무감을 지닌 듯한, 지방 분권, 국토 균형 발전의 공무원적 마인드를 보여준다. 더군다나 서울이 당첨자가 없으면 다음 회차에서는 그 의혹을 무마하려는 듯이 당첨의 수를 보장한다.


로또는 일정 숫자 이상의 허수 당첨자뿐만 아니라 전체 당첨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판매 마케팅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다. 주위에는 한명도 당첨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주기적으로 로또 당첨 사연 기사가 도배된다. 로또를 사이좋게 나누었다는 미담부터 시작해 단 며칠을 남기고 로또 금액을 수령하였다는 스릴러까지, 소설 같은 광고가 보란 듯이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물론 기사가 실린 그 주에는 기대 심리로 로또 매출이 급등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기자는 어떻게 그 만나보기 힘든 로또 1등 당첨자를 그리 자주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는지 물론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이쯤 되면 복권위에는 마케팅 팀이 분명 존재하고, 기자는 기사를 수주받는 작가 지망생이라 추정된다.


자리 하나에도 알고 보면 청탁이 오가고 내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가 남이가, 누구가 하며 서로 암암리에 끌어주고 밀어주며, 군대도 빼고 넣고, 심지어 여론조작도 다 가능한 시스템의 허점에서 오직 로또만이 완전무결하게 공정한 경우의 수라고 가정하는 것은 정말 허황된 믿음이다. 이 좋은 것을 그렇게 쉽게 당신에게 흔쾌히 내어 줄리 절대 만무 하기 때문이다. 너무 친절하고 너무 그럴 듯이 당신에게 대박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하는 편이 사기나 사이비에 당하지 않는 길이다.


여기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로또에 너무 기대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실제 확률은 광고하는 것보다 훨씬 작을 테니까. 사실 꿈에서 조상님이 알려주는 것도, 돼지나 대통령이 나타나서 당첨됐다는 결과도 트릭과 마케팅, 작가 지망생 기자의 소설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국의 파워볼 같이 당첨자를 공개하고, 돈도 공개하여 주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여러 부작용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리라는 것을 어차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는 정말 당신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마술사의 트릭이 들통날까 걱정돼서 그런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도 내란, 외환의 망상보다는 로또조작의 공상은 차라리 깜찍하다고 본다. 비상계엄을 일으켜 부정선거가 의심된다고 선관위를 털 것이 아니라, 아무리 로또를 사도 전혀 1등 당첨이 되지 않는다고 로또조작이 의심된다며 복권위를 털었다면 일말의 동정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로또는 오징어볶음 아닌 오징어복권이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속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나 죽지는 않고 작게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임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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