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폭싹 속았수다 (스포일러 없음)
너무 좋아
진짜 짜증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너무 좋아"인데 "진짜 짜증나"는 드라마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고요? "너무 좋아"는 드라마 중 오애순(문소리, 아이유 분)이 즐겨 쓰는 말투입니다. 그리고 "진짜 짜증나"는 그녀의 딸 양금명(아이유 분)이 자주 쓰는 말투이지요. 사실은 1인 2역을 한 아이유의 말투이기도 하기에 두 말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너무 좋아서 진짜 짜증나"라는 의미이지요.
너무 좋아서 진짜 짜증나
정말로 너무 좋은데 진짜 짜증나는 드라마였습니다. 대사는 왜 계속 시 같이 운율을 타듯 마음을 울리는지, 내레이션은 왜 이렇게 한줄한줄이 눌러쓴 듯 기발한지, 때때로 툭툭 뱉는 대사는 위트가 이렇게 묻어나는지, 작가는 이런 대본을 다 어떻게 계산하고 썼는지 진짜 짜증났지요.
내용은 왜 이렇게 슬펐다, 기뻤다 밀당을 잘하는지도 진짜 짜증났고요. 지난 과거의 시대를 궁상맞게 회상하는 드라마를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시대를 딱딱 맞추어 배경으로 잘 깔아 기억나게 만드는지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게다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연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또 짜증났고, 이 가족은 분명 세세의 풍파란 풍파는 다 맞고 슬퍼보이는데 다정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게다가 박보검과 아이유는 진짜 부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어울리게 연기를 잘해서 짜증났고, 특히 이 드라마는 양관식(박보검, 박해진 분)의 사랑이야기지요. 그 애닮음과 숭고함에 짜증이 더 났고, 그 와중에 아이유는 노래도 잘 부르는데 이제 1인 2역 연기도 다른 인물인것 처럼 찰떡 배역인데다가, 너무 예쁘게 까지 보여 왕 짜증이 났었지요. 조연은 뭐 이리 완벽하게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지 짜증이 안 날 수 없고, ost마저 옛날노래인데 뭐 이리 귀에 쏙 들어와 박히는지 짜증 만선이었다마시!
선제지혈
내용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대사 한 부분만 꼽자면 "선제지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컵을 떨어뜨려 깨졌는데 유리를 치우려는 것을 말리며 손에 피가 나는 것 같다고 손을 잡으며 말하지요. 손에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하니, "선제 지혈"이라며 이렇게 라도 안 하면 급사할 것 같다고 합니다. "선제 지혈"이라니, '급사'라니, "힝" 폭싹 웃기고 속은게 귀여워서 짜증납니다.
제주도마시
실은 제주도에 살아본 적이 있습니다. 일 년 반정도나 살았었지요. 제주 일 년 살기 이런 낭만적인 것은 아니고 본의치 않게 제주에서 군생활의 반을 보냈었지요. 그래서 극 중에 나오는 주요 인물인 부씨, 양씨, 오(고)씨 성이 낯설지가 않더라구요. 제주도는 '고양부'라고 고씨, 양씨, 부씨가 3대 성씨입니다. 고상사, 부상사, 양중사 어우 끔찍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없던 제주도 사투리도 한때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거의 까먹었네요. "-마시"로 끝나는 말을 줄곧 썼었는데 그 당시에는 아직 군대에 지역민이 방위병으로 있을 때라 본토 사투리를 익힐 수 있었지요.
봄
특히 이 드라마는 2025년 3월 7일 오픈해서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로 4주에 걸쳐 그려내 3월 28일 마지막 계절이 마무리했으니 무엇보다도 헌재의 지리멸렬한 탄핵 선고를 기다리는데 힘이 되었던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특히 노오란 유채꽃 밭이 희망을 상징하는 봄의 색으로 보였거든요. 먼 훗날 역사와 함께 기억되는 드라마가 될듯 싶지요. 극 역시 역사적 사건을 군데군데 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생은 봄이 아니라 힘든 겨울부터 시작해서 점차 온기를 찾아 열매를 맺는 역방향 삶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없는 승부차기
양금명(아이유 분)을 잡기 위해 "기회는 삼세번, 연장전도 노골이면, 승부차기 가는 거였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3주의 선고 기회가 가고, 연장전 선고기회도 노골로 가버렸지요. 다음주 부터는 승부차기 가는 것입니다. 심판의 편파판정, 골인취소, 침대축구'로 필요 없는 승부차기를 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승부차기는 필요 없었지요. 왜냐하면 가까스로 다시 만났을 때, 그 순간 서로 한눈에 골이 들어가 승부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짜증나"였지만, "너무 좋아" 날이 우리에게도 폭싹 올 것이지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