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신으로부터 파생된 존재 말고, 인간을 매개체로 한 완전히 새로운 신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CCTV와 통화녹음으로 인간은 더 이상 기적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숨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의 역할은 인간을 대신하여 물질이 대신하고 있는데, 금이나 화폐가 그것이다. 즉 돈만 있으면 대부분의 기적 이상의 것도 가능하고 거의 신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이런 물질 중 가장 최근의 메시아는 비트코인을 비롯하여 가상화폐 종파와 코인교도로 보인다. 이 현대판 선지자는 믿음의 대가로 5비트 2더리움의 수많은 기적을 행한다. 가치가 거의 0이라고 사망 판정에 이르렀다가 부활하여 이를 부인한 제자들에게 세계 끝까지 이 코인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라고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리하면 현세에서 바로 현찰로 부의 구원과 파라다이스를 얻으리라! 따라서 예수가 비트코인인지, 이더리움이 부처인지, 믿거나 말거나와, 사거나 안 사거나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다만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듯 부의 구원이라는 기적은 선지자를 자처한 일부 교주와 다단계 다이아몬드 계급을 위해서만 일어난다. 대신 몽매한 신도들의 역할은 물 위를 걷도록 보이는 기적을 만들기 위해 물 밑에서 끊임없이 등을 받치다 가라앉아 순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발 신도들은 파라다이스 팬트하우스에 입주하기보다는, 맹신과 혹세무민의 가점으로 미리 현세에서 지옥청약 특별공급에 사전당첨 될 가능성이 높아진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사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아파트는 미분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