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
얼굴 때문에 구독한 적 있다? 손
솔직히 얼굴 때문에 구독한 적 있다면? 손! 들어 자수하시지요. 뭐 괜찮습니다. 가장 글빨로 말해야 할 작가의 세계에서도 얼굴빨은 중요하니까요. 저도 작가의 프로필 얼굴에 혹해서 클릭을 꾹 누르고 얼굴만큼 글도 사랑하게 될지 살폈던 적이 있으니까요.
글빨 대신 얼굴빨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 표지에 얼굴을 크게 박아 놓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젠가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고 관련글 :
그런데 잭 웰치도, 스티브 잡스도 일론 머스크도 책에 실망스럽게도 얼굴을 크게 박아 놨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들을 신나서 모두 탐독했었지요. 얼굴이 광고판인 사람들이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작가가, 특히 잘생기거나 예쁜 얼굴을 책의 띠지에라도 새겨 놓았으면 그 책이나 글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글빨 대신 얼굴빨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지레짐작하게 되거든요.
얼굴만 딱 보고
그래도 또 얼굴은 봅니다. 책을 사지 않거나 구독을 누르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성은 기어이 얼굴에 눈이 가거나 클릭으로 손이 가게 되어있거든요. 얼굴은 사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인간의 광고판이자 이력서입니다. 관상을 딱히 믿지 않더라도 우리는 궁예의 관심법으로 얼굴만 딱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부터, 이력, 선악, 배우자로서의 자질, 채용을 위한 면접관의 합격 여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유추해 내니까요. 그것은 먼 옛날 적과 아군을 빠르게 구별하기 위한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요.
얼굴 뜯어먹는 얼굴값의 시대
예전에 어른들로부터 "얼굴 뜯어먹고 살 거 아니니 너무 얼굴 보지 말라"라거나 "얼굴값 한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알고 보니 정말 얼굴을 뜯어먹고 살거나 얼굴값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놀랐다란 말입니다. 연예인은 둘째치고 비연예인도 얼굴이 꽤 돈이 되는 세상으로 점점 진화하였으니까요. 아마도 그것은 영상의 시대로 넘어가며 더욱 가속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시작하여, 이제 움직이는 영상에 이르기까지, 얼굴은 그야말로 더욱 확고하게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말하게 되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내면은 얼굴처럼 보이지 않으므로 보이는 것만 믿는 세상에서는 더욱 증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래서 그것을 글로 써서 증명하였다지요. 그런데 글빨이 얼굴빨에 밀리면서 작가가 이제 힘들어진 이유겠지요.
프로필에는 얼굴을 올려놓으셨나요?
프로필에 혹시 얼굴을 올려놓으셨을까요?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도 될까요? 얼굴에 자신이 있어서? 얼굴이 곧 보증 수표라서? 그렇다면 프로필에 왜 얼굴을 올려놓지 않으셨을까요? 얼굴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서? 얼굴이 중요하지 않아서? 뭐 얼굴을 내세우는 또는 내세우지 않는 이유는 모두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도 작가마저도 이제 얼굴이 꽤 중요한 시대에 이른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합니다. 수상 작가에는 항상 근엄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프로필 사진이 제일 먼저 따라붙으니까요. 약간은 노이즈처럼 느껴지는 그 얼굴이 책이나 글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혼선을 주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글 보다 먼저 얼굴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하니까요.
얼굴 없는 작가
얼굴 없는 가수가 한때 마케팅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노래를 잘하면 얼굴도 잘할 거라는 기대가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노래를 못해도 립싱크로 가수가 얼마든지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얼굴로 글을 쓰는 비주얼 작가입니까? 넵! 저는 그렇습니다. 이것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지요. 신은 얼굴을 주면 이상하게도 다른 것들을, 즉 얼굴값을 꼭 빼놓더라구요. 제 글이 이모양이꼴 아직 출간작도, 수상작도 없는 이유가 다 이 얼굴값 때문이랄까요. 만에 하나 어쩌다 실수로 제가 책이라도 내서 어디 나오면 그때는 이 말을 이해하게 될 텐데 정말 안타깝지요.
내가 책을 쓸 상(얼굴)인가?
그러고 보니 책 이야기를 거의 못했네요. 뭐 앞에서 피아식별을 위해서 그렇다고 조금, 거의 다 한 것도 같습니다. 어차피 얼굴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니 된 것이지요. "내가 책을 쓸 상(얼굴)인가? 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고 저는 아니올시다. 글빨은 아니어도 얼굴빨 하는 비주얼 작가가 다음 생에서라도 꼭 되도록하겠습니다!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
한줄 서평 : 내가 책을 쓸 상(얼굴)인가? (2025.09)
내맘 $점 : $$$
최훈 지음 / 현암사 (20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