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책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때

by Emile

책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때는 음식을 먹으며 책을 보다가 음식을 흘렸을 때다. 책에 음식을 흘린 자국이 마치 소중한 마음에 상처라도 입은 듯 안타까워 빨리 닦아내야 할 때는 그 책이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책에 끔찍한 음식의 상처 자국을 남기고도 그 흉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저 책장을 넘기거나 책을 덮음으로 잊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저 읽다가 말 미천한 존재일 수 있다. 그렇게 책은 냄비 받침으로 음식의 수발만 들다가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잊히기도 한다.

keyword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