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청와대
다시 청와대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사를 본다. 그러나 정작 관심이 가는 것은 청와대가 아니라 빈 용산은 어떻게 되느냐가 궁금하다. 용한 무당의 예언도 산산이 박살이 난 용산은 그 강한 기운 때문에 폐가로 남는 것일까? 그보다는 이전에 국방부와 합참이 위치해 있었으므로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얼핏 간단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바람직할까? 어차피 서울의 중심부에 있어봤자 과거부터 현재까지 빠지지 않고 반란에나 가담하기나 하는 군바리들에 뭐 하러 이 노른자 땅을 프라이로 리필해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일찍이 국방부나 합참 같은 군사 시설이 서울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게 군사 정부 시절 결국은 알박기를 통해서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시 순진하게 힘들게 빼낸 알을 다시 박아 주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흑역사
대통령실이 위치했던 용산 근방의 땅은 원래 국민에게 돌아갈 용산공원으로 예정된 곳이었다. 그것도 아주 긴 시간 동안 어렵게 얻어낸 땅이었다. 물론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설 곳에 알박기를 하고 거액의 대가를 요구하는 어떤 교회처럼 그 공원 옆에는 여전히 군사시설이 알박기를 한 이상한 구조이긴 했다. 하지만 알박기 땅도 모자라 그 옆 땅 계란 흰자도 국민에게 그냥 돌려주기에는 무척 욕심이 났다 보다. 그래서 그 땅에는 각종 기관과 단체가 건물을 짓기를 원했고, 급기야는 가장 강력한 기관인 대통령실이 사실상 그 땅을 알박기 무리마저 내쫓고 무단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 공간으로 예정된 곳을 마치 왕궁의 부속 정원처럼 꾸미고, 아주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그저 살짝 열어 보여줘 선전 도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일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군부에 이어 검부가 알박기의 흑역사를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한 일이었다.
용산공원
미군이 쓰던 땅을 어렵게 반환받아 국가공원으로 정한 '용산공원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2007년이고, 2008년 시행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실행된 진척은 무척 더뎠다. 그러다 2021년에는 변경 계획을 통해 부지를 300만㎡(약 90만 평)로 까지 확대하며 공원 조성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곳을 부속 정원으로 무단 점거 하면서부터 다시 모든 것이 꼬였다. 2022년 6월부터 일부 구역(장교숙소 5단지)이 맛보기로 시범 개방 되었고, 2023년 5월에는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다시 일부를 개방했으나, 공원이라기보다는 왕정도 아닌데 왕궁 부속 정원에 가까웠다.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었고 위기에 처한 루이 16세가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에 딸린 베르사유 정원을 모티브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사유 정원
그러나 이곳은 어려운 예약, 신분 확인과 공항처럼 수화물 검사의 수모를 통과하기만 하면 서울 안에 이러한 장소가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넓고도 평화롭고 좋은 장소였다. 물론 처음에는 신분과 소지품 확인으로 엄격하게 통제하여 기분이 무척 상했다. 심지어는 처음에 루이 16세가 심박 탐지기 같은 것을 설치해 반대 세력을 걸러낼 무시무시한 검색기를 설치하려고 했다니 말 다 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그것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기로 했으니, 출입 인원이 적어서 일단 통과해 들어가기만 하면 무척 한가해서 좋았다. 때로는 입장객보다 여기저기에 감시하는 듯한 요원들이 많을 정도였는데, 영 거슬리기도 했지만 뭐 호위무사 정도로 여기니 그들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이 공원의 주인이기 때문이었다. 저 루이 16세, 혹은 마리 앙뜨와네뜨만 이 공간을 누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관인 꼴을 보아야 하기도 했으니 한편에는 루이 16세와 마리의 사진들이 걸려있기도 했으며 이곳을 거의 잘 꾸며놓은 놀이터로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그러므로 이 공원은 사실 그들과 내가 반반씩 사용하는 셈이었다. 그러니 통과가 귀찮아도 더 많이 이용하는 수밖에.
자가로 이사
이제 빈집을 버리고 공원도 남겨두고 청와대로 떠나나 보다. 그래 남의 집, 사실상 내 공원 한켠에서 세를 사느니 자가로 이사하는 것이 났겠지. 사람이 아니라 공원을 지키며 지루해하던, 혹 한가해 죽겠던, 호위무사들도 같이 떠나려나? 그렇다면 이곳은 과연 방치된 폐허로 변할 것인가?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담벼락을 세우고, 풀이나 쑥쑥 자라나는 도심 속 밀림을 만들 것인가? 밀림의 왕은 까치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그러다가 다시 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큰 건물을 때려 박겠다고 나올 것인가? 아니면 못 먹는 감 떨어뜨려 버리자고, 임대 아파트를 차라리 여기에 때려 지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길 것인가?
공원을 돌려달라
이 공원은 이제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한다. 이 공원을 현재 크게 세 곳으로 나눈다.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최근 인기 폭발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가족공원, 그리고 장군숙소 5단지가 위치한 공원, 용산어린이정원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대별로 구분되는 주요 방문객의 특성상, 가족공원, MZ공원, (어린이)개정원으로 부르는 쪽이다. 마지막이 어린이가 아니라 개정원인 까닭은 유일하게 개가 출입이 가능하고 개 산책에 최적의 정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공원은 결국 통합되어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선물이다. 이곳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말고 화재로 휴관하고 있는 한글 박물관이 위치한다. 그래 거기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어떤 건물도 들어오지 않으면 좋겠다. 글쎄 딱 하나 허락한다면, 도서관 정도가 유일하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의도 공원에 건물?
여의도 공원에 최근 제2 세종문화회관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글쎄 그것이 환영할 만한 일일까? 개인적으로는 공원을 싹둑 잘라서 인공적인 건축물이 들어오는 것이 전혀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한 것이 일생에 몇 번이나 있었을까? 몇 번 가보긴 했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편에 속하지만 자주 찾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여의도 공원은 자전거도 자주 탔고 수만 수천번은 걸었던 공간이다. 봄에는 벚꽃도 물론 아름답다. 그런데 공원이 세종문화회관의 뒷마당이 되어 주객이 전도된 모습은 그리 달갑지 않다.
청와대는 청와대 공원은 공원
이사 가서 청와대에서는 잘 사시라. 나는 이미 한번 구경 갔다 왔고 더 이상 가볼 의사는 없다. 그러나 공원을 하나 빼앗아 갔으니 하나는 돌려주어야 형평에 맞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는 그들의 것이지만 공원은 우리들의 것이다. 공원은 언제든 계속 방문할 것이며 그곳의 나무와 함께 숨 쉴 것이다. 거기에 커다란 건물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 그냥 땅과 나무가 더 많으면 된다. 출입은 자유로워야 하고, 까치도 고양이도 거기서 살던 가락이 있으므로 허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거기에 뭔가 힘 있는 기관, 심지어 그것이 세종문화회관이라도 이순신장군동상이라도 어떤류의 커다란 건물이 들어오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커다란 건물뿐 아니라 임대주택도 언감생심 탐내지 말길 바란다.
군사 시설
그곳에 국방부와 합참이 복귀하는 것은 맞는 일일까? 당장은 모르겠지만 국방부와 합참도 용산에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부가 서울의 중심에 알박기를 한 잔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딱 봐도 남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국방부와 합참 건물이 가린다. 풍수지리학은 쥐뿔도 모르지만 전문가가 보아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곳은 문화의 나라에 걸맞게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한글박물관, 그런데 그 옆에 국방부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인가? 이곳은 문화도시인가? 군사도시인가? 군사시설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국방부와 합참이 존재해야 할 곳은 앞으로 서울 밖이었으면 한다.
내놔라!
용산 공원에서 제거할 것은 단순히 땅의 오염물질만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나 그나마 정화가 가능한 가장 기본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군사시설의 알박기, 반란과 탐욕의 역사, 무지성 콘크리트 건물, 아무의 동상, 이런 것은 쉽게 제거해서 뿌리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건물도 짓지 말고 공원을 온전히,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돌려주기 바란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무슨 건물이 있는가? 거기도 처음에 공원을 만들자고 할 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곳이 되었는가? 이번 생에 서울 한복판 공원을 넓게 좀 거닐어 보자. 그냥 내버려 두고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단의 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