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5cm 바 스푼을 끝까지 밀어 넣은 뒤 다시 주방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나무젓가락을 가져와 그의 항문에 집어넣기 시작했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무언가 덜컥 걸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준범아. 더 이상 안 들어간다. 대장에서 막혔나 봐.”
저는 엎드린 채 흐느끼고 있는 이준범의 뒤통수를 쳐다봤습니다. 어깨를 들썩이는 게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궁금했죠.
“뭐야, 우는 거야?”
그는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 울고 있었습니다. 입에 부착한 테이프를 떼자 그가 울먹이며 말했죠.
“잘못했어요... 그만해 주세요...”
“그럼 대답해 봐. 항문에 물건이 들어가는 게 무슨 느낌이야?”
“뱀... 뱀이에요.. 뱀 같은 게 몸속으로 들어가는...”
“마취돼도 그런 게 느껴지는구나. 그런데 어쩌지? 마취 풀리려면 족히 1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니까 조금만 더 놀자. 응?”
저는 카페 주방으로 가 커피포트에 뜨거운 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준범을 앞으로 돌려 뉘었죠.
“뭐, 뭐 하시려고요...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성폭행하지 않을게요... 아니, 직접 경찰서에 가서 자수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저는 이준범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성기에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습니다. 치이익- 성기가 익는 소리가 들리며 수증기가 제 얼굴까지 올라왔죠.
“이, 시발!! 미친놈아! 그만하라고!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네 엄마도 강간해 버리고 찢어 버릴 거야! 이 개새끼야!”
“그래, 진작에 그랬어야지. 아까부터 재미없게 빌고 그러냐.”
“이 시발 놈. 내가 꼭 죽인다. 무조건 죽인다!”
그는 악다구니를 치더니 이내 다시 빌었습니다. 고통이 없는 가학을 통해, 정신이 공포로 물든 것이었죠.
“삼촌... 아니, 형...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죄송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죽은 듯 살게요...”
이준범이 눈물을 쏟으며 두 손을 비볐습니다. 그의 성기는 4도 화상으로 인해 시커멓게 탄 채였습니다. 저는 순간 그에게 연민이 들어 물었습니다.
“그럼 말이야, 이유 좀 묻자. 너 왜 여자들 성폭행한 거니? 진주희 말고도 다른 여자들 여러 차례 강간했을 거잖아. 그치?”
“네... 맞아요...”
“왜 그런 거야? 왜 여자들한테 그랬어?”
“엄마가, 엄마가 먼저 그랬어요... 아빠랑 이혼하고 제가 조금만 잘못하면 가위 가져와서 꼬추 잘라 버린다고...”
그는 애처럼 울며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너무 무서웠어요... 실제로 가위로 제 성기 표피를 자르기도 했고요... 아파서 막 우니까, 울지 말라고 하면서 목 졸라서 기절도 시켰고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요...”
“그래. 정말 지옥이었겠네.”
“네... 그때부터 여자만 보면 항상 얼어붙었어요. 여자들이 절 무시하고 때릴까 봐 겁났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때 한 여자애가 제 얼굴을 할퀴어서 때린 적이 있었어요... 여자가 제 주먹에 맞고 쓰러졌는데, 그때 처음으로 여자는 제가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계속 복수만 꿈꿨어요... 엄마한테 당한 거 그대로 갚아주자. 이 미친 여자들도 나중에 임신하면 자식한테 우리 엄마랑 똑같이 할 거다. 그러니까 사전에 싹을 자르자 그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만.”
저는 이준범의 말을 잘랐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을 강간하고 성폭행했다. 이거지?”
“네...”
“그래, 잘 들었어. 그런데 아쉽게도 증거가 없어서 어떡하냐.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잖아.”
“진짜예요. 거짓말 아니에요. 제 주변 친구들한테만 물어봐도 알 수 있어요. 제가 학대받고 컸다는 걸요... 그러니까 제발...”
“거기까지.”
저는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드디어 진주희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녀는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를 받았죠.
“주희 씨. 저예요. 이제 카페로 오시면 돼요. 노크하면 문 열어드릴게요.”
“주희가 보낸 사람이에요...?”
“응. 그런데 주희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너는 내가 찾아냈을 거야. 내가 제일 경멸하는 게 너 같은 멍청한 종자거든. 복수를 하려면 엄마한테 하지. 왜 엄한 사람들한테 해.”
“...주희한테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
“준범아, 그 목숨만은 주희한테 해. 알았지?”
“네, 네.”
이준범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5분 도 채 되지 않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블라인드를 통해 그녀를 확인한 뒤 문을 열어 줬습니다. 드디어 카페에 입성한 그녀. 진주희는 조심스럽게 어두운 카페를 둘러보더니 반나체로 뒹굴고 있는 이준범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이수 씨 지금 이게...”
“말했잖아요. 제가 해결해 주겠다고. 이게 그 결과예요.”
그녀는 아마 제가 이준범을 제압하면 바로 연락할 줄 알았을 겁니다. 자신에게 복수를 할 기회를 줄 거로 알았겠죠.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고, 일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 초초했을 겁니다. 그러던 중 곧 저에게 전화가 왔고, 평화로운 제 목소리를 듣고는 안심했을 테죠. 그리고 다짐했을 겁니다. 이준범 이 사이코 같은 새끼를 어떻게 죽일지. 그냥 죽이기엔 아쉽고 온갖 고통을 줄 방법을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처참한 이준범의 몰골을 보고는 그녀는 복수는커녕, 자기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모두 잊은 듯한 얼굴을 했죠.
“어때요? 다섯 배 이상은 제가 보복해 줬는데, 만족스러운가요?”
그녀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했습니다. 이준범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미..미안해 주희야... 10년 전에 아파트 계단에서 성폭행한 거 내가 한 짓 맞아. 정말 미안해...”
“그러면서 날 팬 거야?”
진주희 목소리에 금방 날이 섰습니다.
“미안해.. 때린 것도 잘못했어... 용서해 달란 말도 안 할게... 경찰서에 가서 다 자백할게... 그러니까 죽이지만 말아줘... 살아서 죗값 받게 해 줘...”
“그럴 생각 없다면?”
“노예가 되던... 뭐가 되던 네가 시키는 건 다할게... 무조건 복종할게....”
이준범은 두 손을 싹싹 빌며 말했습니다. 진주희는 처음과는 달리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죠.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주희 씨 용서해 줄 거예요?”
“아니요, 계획대로 해요.”
“알겠습니다.”
저는 바(bar)로 가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 진주희에게 건넸습니다. 그녀는 갈색 분말가루를 물에 탔죠. 정체는 솔미치광이버섯. 복용하면 감정이 고양돼 미친 듯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환각 증상이 나타납니다. 진주희는 검지로 분말가루를 저었습니다.
“이수 씨.”
그녀가 신호를 보내자. 저는 이준범 앞으로가 그의 양팔을 양다리로 밟았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그의 입을 벌렸죠.
“왜.. 왜 이러세요... 주희가 잘못했다고! 응?”
진주희는 그의 머리맡에 선 뒤 굳은 얼굴로 입을 뗐습니다.
“먹어봐. 기분 좋아질 거야.”
진주희는 이준범의 입과 코에 물을 쏟아부었습니다.
“우웍... 어억...”
이준범은 발악하며 물을 뱉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량의 물을 섭취한 채였죠. 심지어 진주희는 가방에서 분말가루를 아예 이준범 얼굴에 부었습니다. 그렇게 약 20분가량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이준범에게 생체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끄윽. 딸꾹.”
그는 지속적으로 딸꾹질을 하더니, 이내 저를 보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헤헷... 형...? 이거 뭐예요? 기분 좋은데... 더 없어요?”
“그래 준범아. 더 줄까?”
“네, 좋아요! 주희야, 나랑 더 놀자!”
이준범은 환각에 빠져 자기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 사람 몸 좀 똑바로 잡고 있어 줄래요?”
“알겠어요.”
진주희가 시키는 대로 하자, 그녀가 가방에서 끈 하나를 꺼냈습니다. 끈에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준범의 목에 끈을 감았습니다. 뒤로 잡아당기자,
“카카카. 주희야 뭐야 이거? 간지럽잖아.”
이준범이 방긋 웃었습니다. 살점이 찢겨 피가 철철 나는데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죠.
저는 그의 양팔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준범아, 지금 죽으면 어떨 거 같아?”
“죽는다고요? 제가요? 왜요?! 전 살아 있는데요?”
“그치? 살아 있는 거 같지? 그런데 넌 지금 죽어가고 있는 중이야.”
“푸핫! 뭐라는 거예요!”
이준범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진주희가 목을 조르는데도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했죠.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뇌에 산소공급이 줄어들자, 이준범의 말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작별인사를 고했습니다.
“준범아, 지금까지 고생했어. 어린 시절부터 학대당하느라.”
“네... 형... 형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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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은 질식사. 과다출혈과 가학적 학대. 독버섯 중독.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에 있는 CCTV 찾았습니다. 카메라가 총 4대 부착되어 있으나,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채였죠. 역시나 생각한 대로였습니다. 이준범이 카페에서 대범하게 진주희를 폭행할 수 있었던 것도 녹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는 뒤처리가 한결 편해졌다며, 미소를 흘린 뒤 진주희와 카페를 빠져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