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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미술심리치료는 처믐!

#처음이야! 미술심리치료


한 달 전 보다 집안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 집안에는 어색한 공간이 많이 사라졌다.

병구의 방은 어린 동생들이 자주 놀러 온다. 식탁에서 소주를 먹던 아빠의 자리는 

병구가 밥 먹고 간식 먹으러 자주 앉곤 한다. 

병구와 아빠를 같이 지켜보던 싱크대 앞 엄마의 자리는 소파에 터를 잡았다. 

TV를 보다가 잠드는 행복도 가끔씩 엄마에게 주어진다.


부부합방 15일! 병구가 어린동생들과 놀게 된 지도 15일이 지났다.

그럼 이제 이들에게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토요일 오후 이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다.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인 김선생님! 낯선 이의 방문이다.

미술심리치료?

미술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고, 서로의 관계를 탐색해 보고, 소통하게 할 수 있을까?


미술치료는 

보통 솔루션 프로그램 초.중반에 진행된다. 가족들의 변화가 시작될 때 현재 마음과 

관계를 체크해보고, 앞으로 무엇을 더 원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이다.

제작진의 요청에 김선생님이 직접 집까지 방문한 것이다.

친절하고 유능하고 가족마음을 사로잡는 분! 김피디도 기대를 갖고 지켜본다.


엄마 아빠 그리고 병구가 거실에 둘러앉았다. 김선생님이 가족들에게 도화지를 

한 장 꺼내 놓는다.

그림을 통해서 현재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표현하게 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표현되는 그림을 통해 살펴 볼 것이다.


가족을 그릴 때, 본인을 특별히 작게 그리거나 동 떨어져 그린다면 가족 사이에 

자존감이 낮고 불편한 것이다. 


예전에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들을 위해 ‘올인(All In)’하는 엄마와 마마보이 아들의 얘기다. 동물가족을 그릴 때 

엄마를 고슴도치로 그린 아이가 있었다. 고집이 세고, 아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결정하는 

엄마를 아들은 고슴도치로 표현한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 곰이나 

늘 아이를 데리고 다니고 챙겨주는 캥거루를 엄마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 아이는 아픈 것이다, 엄마의 관심이 더해 갈수록,

엄마가 다가와서 안아줄수록 상처를 받고 있었다. 고슴도치가 된 아들은 온 몸에 

난 가시 때문에 늘 혼자인 아이가 되었다.  친구도 없고 자기 생각도 없는 고슴도치 

아들이 되었다.

과도한 사랑은 상처가 된다는 얘기를 김선생님이 들려주었다.


그럼 이 가족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현명한 선생님의 특징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하고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거실에 둘러앉은 가족들에게 김선생님이 말을 꺼낸다


      김선생    지금은 잘 느껴지시지 않겠지만 제가 칭찬 드리고 싶은 점은 저도 

                한 가정의 엄마이고 한 사람의 아내로서 이 가족을 보면,

                참 대단 하세요. 방송에 출연할 결심을 하시고, 변화를 위해서

                애쓰시는 것을 보면..

                직장 다니면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아요. 보세요 병구도 지금 

                머리모양도 이쁘게 하고 앉아 있잖아요. 

                조그만 변화들이 시작된 거죠. 이렇게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이 가족에게 보석 같은 점이에요.


보석 같은 가족이라는 말에 아내가 웃으며 답한다

       아내 감사합니다

       김선생 아버님도 인정하시죠?

       남편     네~

병구도 ‘네’하며 대답한다. 김선생님이 부담 없이 그리라고 당부한다. 낙서가 되도 좋다고..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각자 마음을 얘기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얘기한다.


       김선생   먼저 세분이서 순서를 정해야 되요 가위 바위 보를 해볼까요?


김선생님의 요청에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가족들. 선생님이 가족들에게 요청한다

3명이 할 때는 엄마가 ‘가위바위보’를 외치게 했고, 병구와 아빠가 순서를 정한다면 병구가 

‘가위 바위 보’를 외치도록 했다. 

엄마가 구호를 외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엄마는 모두에게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아빠와 병구가 할 때는 왜 병구가 구호를 외치도록 했을까? 


병구는 이 집에서 자기표현을 안 하고,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던 사람이다, 

특별히 주도적으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병구에게 작은 역할을 먼저 주는 것이 아닐까? 김선생님의 디테일이 엿보다.

순서는 엄마, 병구, 아빠 이렇게 정해졌다.


이제 김선생님이 그림 그리는 규칙을 이야기 한다.

        김선생   ‘세분이 이 조그만 도화지 한 장에 그림을 그릴 거예요. 

                   각자 한 가지 색만 선택할 수 있어요. 원하는 색깔을, 

                   이긴 순서대로 어머니부터 ..’


모두 각 자 원하는 색을 집어 들었다. 엄마는 빨간색, 병구는 하늘색, 아빠는 초록색을 

골랐다. 한 장의 도화지에 가족들이 순서대로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이때 김선생님이 또 규칙을 정해준다.


          김선생    지금부터 이 한 가지 그림을 세분이서 완성하시는데 미션이 있어요. 

                      셋이서 절대로 말을 하면 안돼요, 그리고 순서를 정했죠. 1번 2번 3번 그 순서대로 

                      그려야 해요. 그러면 말을 하지 않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데, 뭘 그릴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가족들. 

         김선생   아무거나 그리시면 됩니다! 

                    자기 순서에 맞게 무엇을 그리든 좋아요!


가족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세 가지 규칙이 정해졌다.

첫째 각자 선택한 색깔 만 사용 할 수 있다.

둘째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셋째 아무거나 원하는 것을 그린다.


왜 이런 규칙을 제시 했을까?  

김피디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아무거나 그린다’는 것은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렵기도 하다.

앞 사람이 무엇을 그릴지 모르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지 다음 그림을 

생각해서 그릴 수 있다. 서로의 그림에 관심을 집중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을까?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물어 보거나, 잘했니 못했니 품평회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기 소신껏 그림을 그릴 수 없고 타인의 지적에 신경쓰다보면 솔직한 그림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 또한 상대방이 그리는 그림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엄마 그리고 병구 아빠 이렇게 순서대로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해보는 일이지만 소신껏 그림

을 순서대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병구가, 병구는 아빠가, 아빠는 엄마가 어떻게 

무엇을 그리는지 유심히 관찰하며 흥미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 엄마는 빨간색으로 집 모양만을 그려 놓았다. 도화지에 삼각형 지붕과 네모 모양의 

집이 그려진다. 병구는 엄마가 그린 집에 파란색으로 색깔을 입혀 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집 앞에 초록색 잔디와 울타리를 그려 넣었다.


김피디는 ‘왜 선생님이 각자 한 가지 색으로 만 그리도록 했는지’알 것 같았다.


엄마 병구 아빠의 순서대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그리고 3번씩 그림을 그리고 끝이 났다.

선생님이 예상 했던 데로, 그림에 집중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끝날 때 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완성된 그림을 선생님이 펼쳐든다. 빨간색 테두리 집에 파란색이 입혀져 있다. 하늘에는 파란

색 구름이 떠있고 초록색 잔디가 마당에 깔려 있다, 그리고 빨간색 태양이 집을 비추고 있다.

‘잔디가 있는 따뜻한 집’ 누구나 꿈꾸는 집의 모습이다.


이 그림을 보면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각자 선택한 한 가지 색으로 만 그림을 그렸으니까. 

가족이 꿈꾸는 집이 모두의 손으로 완성된 것이다.


김선생님이 그림을 가리키며 말을 한다.

          선생님    이제 말씀하셔도 돼요. 완성된 것을 보고 제목을 한 번씩 정해보기로 

                       할게요 3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버님

          남편       우리집! 

          아내       꿈의 정원!

          병구       편안함! 

각자 미리 생각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제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꿈꾸는 정원과 편안함이 있는 우리 집”


선생님이 그림을 보면서 가족들에게 설명한다. 

 "좋은데요! 자 빨간색은 엄마가 하셨고, 하늘색은 우리 병구가 했고, 

 초록색은 아빠가 움직였어요. 멋진 집이 되었죠. 누구는 집을 만들고 

  누구는 거기다가 색을 입혀주고, 누구는 집에 어울리는 잔디를 만들어 줬어요."


그리고 그림을 보고 가족들의 관계를 알려준다.

    "병구가 가장 먼저 엄마가 그린 집에 색을 칠했어요. 다른 사람의 영역에 들어 간 게 처음이고, 

    엄마는 병구가 그린 구름에 태양을 그려 넣었어요.

    아빠도 병구가 그린 나무에 초록색을 칠해 주셨어요. 색깔을 보면 내가 무엇을 그렸고 

    누가 그린 그림에 색칠을 했는지 알 수 있죠."


가족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많이 해보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힘을 합쳐서 

무언가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하면 가족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더 해 진다는 말이었다.


#3년만 버티면 돼요


이제 김선생님은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안방에 자리 잡은 김선생님은 한 명씩 들어와서 상담과 그림을 병행하면서 진행을 이어 

나갔다.

엄마와 어릴 적 이야기, 병구를 낳고 살아 온 이야기, 결혼 하고 시댁식구들과의 이야기

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엄마는 어린 엄마일 때 자기 자신을 점토로 만들어 보았다.

점토로 만든 ‘어린 엄마’인 자기를 보면서 엄마는 많이 울었다. 지난 날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며,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김선생님은 엄마에게 특별한 조언을 해주었다.

 ‘삶의 여유를 갖는 법’ ‘내려놓고 즐기는 법’ ‘직장에서는 빨리 행동하고 집에서는 천천히 

행동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김선생님은 앞 만 보고 달려온 엄마에게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 두 아이 우람이와 해미에게 ‘더 신경을 못 써서 미안 하다’는 엄마를 위해

매일 아이들을 30초 이상 안아 주면서 행복감을 느껴 보라고 조언을 했다

‘애들이 있어 나는 행복한 존재구나“라는 행복감을 느끼면,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


병구는 가족을 그려 보게 하고, 거기서 자기의 위치를 찾도록 했다, 그리고 어느 위치로

가야하는지 얘기했다. 그러려면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했다.


아빠의 상담은 병구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었다. 

            김선생    아버님은 어머님이랑 병구만 없으면 굉장히 편안하시겠네요? 

            남편       그렇죠, 병구도 말 잘 듣고 사고 안치면, 어떻게 정이라도 붙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잘 해주려고 싶다가도 사고치고.. 답답하죠

            김선생   그래서 술을 드시는 거예요? 

            남편      유일한 낙은 술 한잔 먹고 자는 거죠, 그런데 병구 같은 경우는

                        10시 까지 들어오라고 정해 놨는데, 새벽 2~3시에 들어와서, 

                        배고프니까, 그때 와서 밥 먹는다고 뒤적거리고, 나는 자고 있는데

                       소리가 나면 매번 잠이 깨고 짜증나죠

 아빠는 여전히 모든 문제를 병구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김선생님은 아빠에게 도화지를 주면서 집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 보라고 한다. 

 빠짐없이 그려달라는 부탁도 한다.

그림을 보고 잠시 후 김선생님이 아빠에게 물어본다.


            선생님    병구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어머님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가요?

            남편       그렇죠 

            선생님    어머님한테는 이야기 해보셨어요?

            남편      많이 이야기했죠.. 

            선생님    뭐라고 하세요?

            남편      저 놈이 나가면 저도 따라 나간다고...

            선생님    솔직하게 따로 살고 싶어요? 

아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와의 상담을 마치고 김피디는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가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김선생님 

         “먼저 아버님이 마음을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아버님이 그린 가족그림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어요. 가족을 빠짐없이 그려 

         달라고 했는데 병구가 빠진 거예요. 병구와 엄마가 함께 있는 것이 아직도 답답하다

         는 거죠. 그리고 아직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표현이거든요.“


김선생님은 병구가 빠진 가족그림을 보고,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병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은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선생님이 말을 이어 나간다.

         “저는 계속 마음에 남는 게 있어요

          아버님의 불만 중에 하나는 병구가 새벽 2~3시에 들어와서 밥 먹는다고, 

          소리 나는게 짜증난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 소리가 듣기 싫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친자식이라면 그런 말을 할까요? 

          미리 방안에 먹을 걸 갖다 놓거나, 밥상이라도 차려 놓지 안 을까요?

          매번 늦게 와서 먹을 것을 찾는데...

          자기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이 가장 고민 되요“


선생님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김피디도 그 점이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생각

했다. 상황은 진전 됐지만 ‘아빠가 병구를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3주전 광주에서 드라마 치료를 하러 갔을 때도 박선생님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아빠였다.

아들배역을 맡은 선생님이 무릎 끊고 ‘아들로 받아 주세요’라고 했어도, 

아빠는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둘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풀릴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김선생님이 한마디 한다. 


“ 병구는 3년만 버티면 돼요 사회 나가면..” 


김피디의 머리가 혼란해 진다.

분리 독립! 그게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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