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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이해는 하지만, 인정은 힘들어!

절반의 성공

#왜 ‘부부공동 대응’인가?


대학로 상담실에서 김교수의 2차 가족상담이 진행 중이다.


김교수는 저번 상담에서 약속한 가족회의는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하지만 “다시 원위치“가 되어 버린 가족들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김교수는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한다

“쉽지 않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넘어간다.


        김교수   오늘 모신 것은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데요. 한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 해보죠,

                  ‘말썽 부리는 거’요.  거기에 먼저 초점을 맞출 텐데 괜찮으세요?


엄마에게 특히 불편한 얘기가 될까봐, 엄마에게 김교수가 먼저 동의를 구하고 

상담을 시작한다.


          김교수    “오늘은 일단 아들 병구에 대해서 초점을 맞출게요 그러면 아이가 

                       또 사고를 칠거에 대해서 예상은 되세요“ 


‘병구는 등치는 크지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의지나 뜻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여기에 대해 인정 하냐’고 물었다, 부부는 인정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또다시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김교수     ‘앞으로 안 훔칠게요 오토바이 안탈게요’라고 말하지만 의욕보다 지킬만한

                        의지와 절제가 부족하다는 걸 이해하시겠습니까?

 부부는 모두 인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교수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데, 

                         첫 번째로는 부모가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이 아이가 돌아오는  

                         1~2주안에 남의 물건을 가지고 온다거나 오토바이를 가지고 온다거나.

                         한 번 더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제일 먼저 뭐를 하시겠어요?   

           남편        저는 일단 어디 있는지 찾아가봐야겠죠 

            아내       경찰서에 찾아가야겠죠 

            김교수    두 분 다 틀렸습니다 

                         두 분 먼저 배우자에게 알리십시오 그리고 두 사람이 회의를 해야 합니다 .    

                         지금 이 상황이 올 것이 왔는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서로 상의 하세요! 제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부가 공동상의를 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고 대답한다. 김교수는 ‘부부공동 대응’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저번 실천과제로 얘기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은 왜 필요한지 자세히 이해시키는 시간을 갖고 있다.

김교수는 엄마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다음번에 아들이 사고를 치면, 남편 에게 먼저 알릴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남편은 아들과 자신에게 비난 만 할 거‘라고 걱정 했다.

남편과 의논을 하려고 사실을 알리는 순간, 남편의 반응이 바뀔까?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니 

남편과의 공동대응에 선뜻 자신이 없어진다.

‘병구는 내가 낳은 내 자식이지만 아빠도 자식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다.

김교수는 엄마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김교수     제가 병구에 대한 어머님의 마음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쭤보겠습니다.

                      어머니는 병구의 어떤 문제 행동에 대해서 남편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바라시는 거죠? 

          아내      그렇죠 

          김교수    남편이 아들을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은 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과 같은 거죠? 

          아내      그렇죠 

          김교수   왜냐면 이 아이는 나의 분신이니까 병구에 대한 배려는 곧 나의 배려니까.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남편이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다.


          김교수    남편이 병구가 없을 경우, 병구 문제가 아닐 경우 아내에게 냉정하게 말하는 편인가요?

          아내       아니요 너무 잘해요 병구가 없고 4명이서 있으면 너무 저한테 가정적이고 애들한테도 

                      잘하고 하는데, 병구만 개입하면 이제 서로 안 맞죠. 근데 저는 4명이 있을 때 저한테 

                      잘해준다고 해서 저는 고마움을 못 느끼겠어요. 

         김교수    그런데 이 아이의 그런 모습을 감싸주지 않으면 아내를 감싸주지 않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는 세트예요. 

         남편      그래요...


김교수는 ‘부부가 공동으로 병구문제를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한 시간 째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해가 돼야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당부를 한다, ‘아들이 사고 치면, 제일 먼저 남편에게 

알리고 협의 할 수 있겠냐‘고 다시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보며 말을 이었다.


           김교수   그래요, 사고 친 얘기를 했을 때 비난이 와도 부모로서 감당 하셔야 해요.

                       감당이 안 되시는 부분은 제가 도와드릴게요. 다음번에 아들이 사고 쳐서 

                       어머니가 알게 됐어요, 남편에게 먼저 알릴 수 있나요?

           아내       네~ 해볼게요

           김교수    이 아이의 장래를 우리가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이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두 분 사이의 감정은 접어두시고, 협동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싸우는 건 나중에 하세요, 그렇게 해주세요?


‘아들문제에 대해서 공동으로 상의하고 대처하겠다’고 부부는 김교수에게 약속 했다. 

그리고 청소년 상담을 마치고 병구가 들어온다. 엄마가 반갑게 아들을 맞이 한다.

잠시후

김교수는 상담실 중간에 가족들을 둥글게 세우고 손을 잡게 한다.

아빠 엄마 그리고 병구가 둥글게 서서 손을 잡는다. 병구와 아빠가 어색하게 손을 잡는다

          김교수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까 어떠세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가족들   ... 

가족들 아무 말이 없다

          김교수   어색하죠? 


3명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에는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올려 보라고 한다.

가족들은 역시 ‘어색하다’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서로 눈을 감고 등을 대고 서게 한다.


          김교수   자~ 손을 잡고 어깨를 얹고, 서로 등을 대고 서봤어요. 어떤 게 가장 편한가요?

                     등을 보고 서있는 게 편하세요? 병구는?

         병구      등이요

         김교수   등을 보고 있는 게 났죠 아버님은? 

         남편   저도요 

가족들의 반응을 확인한 김교수가 다시 의자에 앉아도 좋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좋은 가족에 대해서 마지막 정리 멘트를 한다


     “우리 가족은 서로 등을 보고 있는 게 더 좋은 가족이에요 서로 앞을 보고

      얼싸안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서로 뒤를 보면 그나마 어색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어요. 앞으로 서로 노력해서 

      대화도 잘 통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살면, 앞으로 얼싸안는 게 훨씬 더 좋을 거예요.

      등을 보지 말고 얼싸 앉는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세요“


교수님은 의미있는 말을 남기고 두 번째 상담을 끝냈다.

과연 서로 마주보며 얼싸 안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광주로 간 가족들


며칠 후  가족들은 전라도 광주로 향하고 있다.

엄마 아빠 병구 이렇게 3가족이 연극 치료를 위해서 먼 곳까지 여행을 가는 것이다

우람이와 해미는 큰 형님 댁에 맡겨 놓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다. 가족들은 이렇게 멀리 한 번도 함께 와 본적이 없다, 

이들은 왜 전라도 광주까지 4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가는 걸까?


이번에는 병구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엄마와 아빠는 병구가 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듣어 주는 것이 임무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오래 동안

자기표현을 하지 않았던 병구에게는 마음의 소리를 듣기는 더욱 힘들다.

이번에는 연극치료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은 연극치료 전문가인 박선생님을 찾아 광주까지 내려왔다. 제작진이 한 달 전부터 

미리 스케줄을 잡아 놓았다. 

박선생님과 드라마치료를 도와줄 2명의 보조 선생님이 함께 진행을 할 것이다.

오늘은 역할극을 통해 병구를 마음을 들여다 볼 것이다.


무대에는 박선생님이 서있다. 엄마 역할을 할 선생님은 병구와 초록색 끈으로 거리를 

두고 이어져 있다. 그리고 병구의 뒤에는 다른 선생님이 병구의 허리를 잡고 있다. 

어린 시절 병구의 역할을 도와 줄 것이다. 


박선생님이 병구의 어린 시절 엄마를 만나서 헤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엄마는 같이 있어주지 못하고 항상 밤에 떠나야 했다. 그런 엄마를 어린 병구는

‘더 있어 달라’고 얘기도 못하고 엄마와 헤어져야 했다.


     엄마배역     병구야 엄마 간다. 

     병구           싫어! 가지마!


박선생님이 상황을 설명하며 어린 시절 그 때의 생각과 감정을 토해 내도록 이끈다.

박선생님이 어린병구를 대변한다.


“얼마나 싫은지 나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었어, 엄마가 등보이고, 떠날 때 마다 

내가 얼마나 싫었는지를 몰라. 나는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됐잖아, 나도 엄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엄마배역    엄마 가야돼, 엄마는 돌아가서 할 일도 많아

     병구          싫어 싫다고,,,

     엄마배경    이것 좀 놔줘 병구야, 엄마는 여기까지도 힘들게 왔어! 이거 놔줘! 


병구는 초록색 끈을 더욱더 힘차게 잡아당긴다. 객석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눈물을 흘린다.

옆에 있는 아빠가 엄마의 등을 두드려 준다. 병구배역 선생님이 병구를 대신해 말한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날 때 마다 난 너무 슬펐어 그리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답답하고 화가 났어“


병구는 엄마와 연결된 초록색 끈을 놓지 않으려고 힘을 다해 당기고 있다. 

그리고 병구가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객석에서 일어나 무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배역을 대신해서 끈을 잡았다.


“미안하다 병구야, 엄마가 미안해, 니가 그렇게 까지 상처가 될 줄 몰랐어”

그리고 병구에게 다가가 안아 주었다. 

“옆에 못 있어줘서 미안해...엄마가 용서가 안 되겠지?”


엄마는 18세 어린나이에 병구를 낳았다, 엄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조건 먹고 살아야 했다. 어린병구는 엄마의 친구집을 이리저리 옮겨 살아야 했다.

어린병구는 낯선 사람과 살아야 하는 불안감 보다는 ‘엄마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구를 만나러 왔다. 하지만 하룻밤도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

외할아버지와 살 때도 엄마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엄마가 밤에 집을 나설 때도 병구는 늘 엄마를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보내기 싫었지만 한 번도 떼를 쓴 적이 없었다. 

그렇게 어린병구가 겪었던 기억들이 16살이 된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엄마는 제삿날 병구와 싸웠던 일이 기억났다. 병구는 멱살을 잡은 엄마에게 

“내가 필요할 때 있어줬어! 그런데 지금 와서 왜 지랄이야 ”라고 울부짖었다.


지금은 옆에 있는 엄마. 하지만 병구는 또 다른 두려움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이 집을 떠나게 되면 또 어디로 가야하나?” 

가족이 되지 못하는 두려움이 병구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박선생님이 병구의 마음을 읽어 준다.


박선생님   

       “이제까지는 내가 슬프고 답답하고 화난 온갖 감정들이 일어났지만,

         아들은 그런 감정들을 누르고 살았어요, 제일 무서운 건 그 감정 속에 분노라는 

         감정까지도 누르고 살아 왔어요. 그래서 내가 살면서 엄마가 밉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불쑥 올라오는 분노가 조절이 안된 거죠.

         하지만 끝가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는 것 같아요“


# 이해하나, 인정하기 힘들어
 

무대 위에는 엄마와 병구가 등을 마주하고 서있다. 그리고 병구의 맞은편에는 아빠가 서있다.

아빠의 등 뒤에는 배역선생님이 서있다. 

        아빠배역     아빠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아들아 넌 내 아들이야! 

        박선생님      이 아빠가 나를 인정하고 사과하니까 기분이 어때요? 

        병구      괜찮아요

배역 선생님이 아빠를 대신해 병구를 아들로 인정해 준다.

        아빠배역   미안해 아빠가 너한테 사과할게. 

        아내        엄마도 뒤에 있단다.

        박선생님   지금 느낌은 어때요 좋아요? 기분이 별로 예요?

        병구        좋아요


아빠의 사과와 아들로 인정한다는 말에 병구는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비록 타인의 말을 빌려 들은 얘기지만, 엄마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이다.

병구도 ‘정말 듣고 싶은 말‘이란 것을 아빠도 알게 되었다.

대역이 선생님이 빠지고 아빠 그리고 병구와 엄마가 무대에 남아 있다.

박선생님이 마무리 멘트로 정리를 한다


       “이미 엄마는 내 뒤에서 든든한 엄마 역할을 할 거고, 

        아빠도 노력 할거 예요. 아들을 꼭 껴안아 주세요“


꼭 껴안고 있는 엄마와 병구에게 아빠가 다가가서 두 사람의 등을 두드려 준다.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병구의 마음은 알았지만, 아들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힘든 것인가?

아빠가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다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 밖에 되지 않는다.


박선생님이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모두 밖으로 나가고 무대에는 박선생님과 아빠가 마주 앉았다.

박선생님이 솔직하게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눈에는 저 아들이 열외 된 아이로 봅니다 이 두 아이만 내 아이로 봅니다 

         문제는 ‘이 아들이 가족에 소속되지 않아서 오는 부작용’이예요. 아빠의 

         마음에는 우람이가 첫째아들이고 둘째는 해미 그리고 셋째가 병구예요. 병구를 

         첫째 아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인다. 곧 이어 병구의 대역선생님이 무대로 올라온다, 

그리고 아빠에게 큰 절을 한다.

           병구대역     저는 아빠의 아들입니다. 저를 아들로 받아주세요, 

                           저도 아빠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박선생님    아빠한테 두 손을 모으고 큰절을 하네요. 아들이 절하니까 

                           지금 느낌이 어떠세요?

           아빠          마음으로 믿고 받아줘야 되는데...


아빠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려웠다. 

그렇게 절반의 성공를 거두고 연극치료는 끝이 났다.


언제 병구를 아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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