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같으면 그게 쉽게 되겠는가?
필자가 방구석 히키코모리 생활 그만하고 바깥세상으로 기어 나온 5~6년 전부터 줄곧 던져왔던 미래예측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지금(6년 전) 정치구도는 신좌파 리버럴 페미피씨와 구좌파 반미주의자가 '같은' 진보좌파로, 시장 자본 우파와 종교 전통주의 우파가 '같은' 보수우파로 이렇게 좌우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신좌파 페미 피씨세력이 자본 우파와 손을 잡아 '자유주의 동맹'을 이루고, 이에 맞서기 위해 구좌파 반미주의계열과 종교 전통주의 우파가 서로 손을 잡아 '권위주의 동맹'을 결성하게 될 것이다.
권위주의 동맹은 서구 자유진영에서 버려진 찐따 남성들에게 호소하게 될 것이며, 그들의 울분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게 될 것이다. (직접 찐따로 살아봐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구좌파 반미주의자와 종교 전통주의 우파의 연결고리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있을 것이다.
등등
수년 전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을 때 자주 받았던 반응은, 방구석에서 SF 세계관에 너무 심취해 있는 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으니 바깥세상으로 나와 햇볕 좀 쐬라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지금' 여러분들은 저 과거 예언(?)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물론 '저 예언'이 완벽히 들어맞았다 하기엔 여전히 애매한 지점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들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건, 우리의 정치세상이 6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적어도, 다른 나라도 아닌 '미쿸의 대통령'이 "전쟁은 우크라탓"이라는 푸틴의 프로파간다를 있는 그대로 읊조리며 전 세계인의 눈앞에서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면박하고, 또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를 지켜보며 "못할 말 한 거 아니다. '전쟁의 책임이 있는' '나쁜'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는 이제 세상 앞에 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러면서 동조하는 상황은, 적어도 '6년 전 세상'이 예상할 수 있었던 대목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건너게 될 거라는 이야기는, 6년 전이었으면 그냥 아포칼립스 SF 시나리오의 한 대목 즘으로 치부되었겠지만 이젠 '근 시일 내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대만을 먹기로 마음을 다잡은 중국이라면, 대만해협을 건너기 전에 북한을 이용해 반드시 한반도의 혼란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이는 토탈워나 삼국지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한 번 해 보았다면 중학생이라도 납득할 수 있는 너무나 필연적인 지정학적 흐름이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서구식 자유주의 질서체제가 지금처럼 흔들리면 그 질서의 최외각에 있는 한국의 안보정세는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를 덮친 혼돈의 불꽃이 다음번에 향하게 될 곳은 필연적으로 대만과 한국(+일부 불안정한 동유럽 일대) 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불행을 흥미로운 강 건너 불꽃놀이 즈음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그러해서도 안된다.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은 누가보아도 러시아보단 우크라이나의 처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도만 되어도 지정학적 상황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며 다소 여유(?)를 부려보겠으나, 우크라이나즘 되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우리가 '확실하게' 확인한 부분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를 더 비난하며 내심 북중러 권위주의 진영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하는 이웃들이 이 땅에도 넘치도록 많았다는 것이다. 좌 우 양 진영 모두에서 말이지. 다시 말 하지만, 이건 더 이상 방구석 망상가의 미래예측 같은 게 아니라 이미 우리의 두 눈으로 '확인된' 사안이다. 그리고 진정 두려워지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지금'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더 비난하는
침략당한 약소국보다 침공한 권위주의 강대국의 입장에 내심 더 감정이입 하는 이 분들이라면
가까운 미래에 이 땅에도 '우크라이나'가 펼쳐지는 순간이 왔을 때
이들의 총검은 어느 방향을 향하게 될까..
"애초에 반중감정 자극하면서 중국을 화나게 만든 이들이 먼저 잘못한 거 아냐? 그러게 왜 약소국 주제에 중국을 화나게 해서 이런 상황을 자초해? 이건 한국의 반중 정치가들이 먼저 잘못한 거지 북중러 잘못이 아냐!"
"어차피 우리 국력으로 막을 상대가 아닌데 점령당한 제주도, 인천이랑 광주 일대는 그냥 중국령으로 양도하고 전쟁부터 끝내자."
"이제 평화를 구해야 하는데 사악한 일부 반중 정치가들의 이권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인천탈환! 광주탈환! 이 따위 구호나 외치면서 전쟁이 안 끝나는 거 아냐! 인천이랑 광주 없다고 나라 망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