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Mar 11. 2024

고생했소. 가서 쉬시오.

고려거란전쟁 대단원의 막


궁정에서 황제 지키던 최정예군까지 닥닥 긁어다가 마지막 카드로 내 던졌는데 쫄딱 말아먹음.

홀로 목숨만 부지해서 간신히 도망쳐 온 초라한 노장을 보고 괴성을 지르며 도끼로 내리찍어 죽이려다 내려놓고 몇 초간 적막.



"... 고생했소."


풀조가리 하나 건진 거 없이 100대 0으로 깔! 끔! 하게 처발리고 왔기 때문에 이제 죽기 전까지 재정복 감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고려의 역사적 승리라는 말은 돌려 말하면 거란의 역사적 패배. 노장은 말년의 커리어를 한평생 아등바등 쌓아온 모든 명망과 함께 처참하게 말아먹었고 군주는 평생의 염원을 접어야만 한다. 무의미한 침략전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오명은 누구 말마따나 천년을 남을 것이다. 이제 장군과 군주는 후손들의 가슴에 역대급 치욕을 남긴 오명을 만대가 가도록 짊어져야만 할 것이다.



"가서 쉬시오."


그리고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가 버리는 군주.



홀로 남은 노장의 거친 얼굴에 눈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렇게 홀로 남아 아이처럼 훌쩍거리는 소배압.





고려거란전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차피 '마지막 내용'이야 모두가 알고 있을 부분이었고


갠적으로 '승리자' 고려의 환희에 찬 풍악소리보다 저 패배한 이들의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아마 고려거란전쟁 32편 중 (만들다 말았다는 귀주대첩 전투장면 포함)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될 거 같은데 필자의 인생 전반에 걸쳐 뭔가 더 익숙했던 모습들이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려거란전쟁 이 32편 마지막까지 달려온 우리 모두 고생했다. 이제 가서 쉬자.


https://www.youtube.com/watch?v=KFL41rXn16g



작가의 이전글 조국신당 지지율의 정치적 맥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