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중국으로 떠났다

낯선 도시에 던져진 시간은 외로웠고, 동시에 자유로웠다

by njelo

가족도, 친구도 없는 도시에서, 나의 중국 생활이 시작됐다.


2015년, 스물여섯의 나는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같이 입사한 동기와 한달이 꽉찬 OJT와 상사들이 내어준 과제에 시달리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한국에서는 퇴근 후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지만, 이곳에서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만 혼자 사는 외국인 여성이라는 사실이 동네에 알려질까 늘 조심스러웠다. 불필요한 시선을 피하려 저녁이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냈다. 낯선 도시에 던져진 시간은 조금 외로웠지만, 동시에 자유로웠다.

STRFKR @MAO Live House Shanghai (2015)

어느 주말, 밴드 STRFKR의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상하이의 MAO Livehouse를 찾았다. 혼자 공연을 본 적은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낯선 사람들과 같은 리듬을 타며 이곳에서의 생활이 조금씩 즐거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 밴드 생각이 계속 났다. 퇴근 후 동네를 걷다 우연히 악기를 판매하고 레슨도 진행하는 공간을 발견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어쩌면 나도 이곳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는 밴드를 어떻게 결성하는지 물었더니, 한국의 ‘뮬(Mule)’처럼 중국에서는 ‘도우반(豆瓣)’이라는 커뮤니티를 활용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음악 친구들을 한 명, 두 명 알게 됐고 그들은 또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하루는 친구들을 따라 상하이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草莓音乐节)에 갔다. 혁오밴드의 ‘위잉위잉’을 떼창하는 중국 관객들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사전 조사 없이 간 터라, 다음 날 라인업에 Disclosure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좋아하던 그들의 공연을 놓칠 수 없어, 다음 날 혼자 다시 페스티벌을 찾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즐기는 페스티벌이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혁오밴드 @Strawberry Music Festival Shanghai

공연을 보러 다니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음악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음악을 따라 점점 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글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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