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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Sep 03. 2023

7화. 몰랐던 나를 마주하다.

잠자고 있던 괴물이 깨어나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었을 때

 나 스스로의 가치를 느끼곤 했다.


범죄자는 타고난 유전자부터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구부 씨(=전남편)의 여자문제를 시작으로 

분노로 활활 타오를 때

 무슨 일이든 저질러 버릴 것만 같았다.


억눌러있던 것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모두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이성과 의지가

그 감정들을 다룰 수 없었다.


그로 인하여 자책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분노는 분노대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고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감정이 고요할 땐 이성적인 나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불현듯 쿵 소리와 함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내 인생을 지지하고 있던 모든 세상이 깨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날 덮치곤 하였다.







감당할 수 없을 때면  한밤 중에 차를 몰고 소리를 지르거나 펑펑 울곤 했었다.


세상이 꺼질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

존재를 부정당한 배신감과 분노,

자신이 너무 못나보이는 자책감,

지난 내 인생에 대한 억울함과 슬픔


수많은 감정들로 터질 것 같은 날이면

한밤 중에 차를 조용히 몰고 나와

한적한 곳에 주차한 뒤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엉엉 목놓아 울었다.






모든 원인이 구부 씨에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분노하기 시작했다.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이 모든 건 너 때문이야!"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분노를 표출하는데 온 힘을 쏟느라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목숨과도 바꿀 소중한 내 아이들마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뿜어대는 분노와 절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구부 씨의 단 한마디

"네가 원해서 그렇게 산 거잖아. 아무도 그렇게 시킨 사람은 없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난 괴물이 되었다.


"널 가만두지 않겠어."

"네 인생을 끝장내 버리겠어."

"날 조롱해? 이것들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 두눈뜨고 잘 봐."

"내 인생을 걸고 널 망가뜨리겠어."





.....................

가정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나를 소홀히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였을까?


분노는 날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모든 믿음과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가장 내 편이라 믿었던 사람도 못믿게 되었다.

괴물이 된 나도 내가 끔찍히 싫어졌다.


앞으로 살 수 있을까?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여태 열심히 살아와도 산산히 부서져버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왜 살아야할까?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날들..


이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난 이제 더이상 못할 것 같아.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어.

왜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편해지고 싶어.

유일한 길이 죽음 밖에 없는 것 같아..





구부 씨의 여자문제를 시작으로 이혼에 이르기까지

지옥같았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짧게나마 그림으로 표현해보았다.


그리고 한참 더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그 분노의 감정들이 비단 구부 씨의 여자문제 때문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저 내 삶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나 자신을 소홀히 대하며 살아왔기에

억눌렸던 그 감정의 세포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

이 꼴을 보려고 네가 그리 살았냐?

도대체 너는 무엇을 위해 살았니?


살아온 인생을 되물으며

나 자신에게 끝도 없이 분노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 시점을 계기로

구부 씨와는 더 멀어졌다.


나도 내가 끔찍하고 무서운데

하물며 구부 씨는 어땠을까 싶다.


이 자책감은 평생 가지고 가야할 것 같다.


분노를 내 뿜고 조용해진 

내 안의 어린 나는 

지금은 새근새근 잠들어있다.


미안하다고..

네 마음을 돌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가장 소중히 대해야할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고 가혹했다고..


그리고 구부 씨에게도 나도 가해자였다고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상처받은 두 영혼이 만나

서로 갈기갈기 더 찢어놓고 헤어졌구나.

구부 씨. 미안해. 잘 살아.

아이들 보살피며 잘 키우도록 애쓸게.

나도 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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