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주홍글씨 "이혼녀"

세상은 여전히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by 하루한끼
"이혼녀"라는 주홍글씨-세상은 여전히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이혼 후 마주한 세상은 예전과 달랐다.


세상은 유책배우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혼했다는 사실,


누구의 잘못이든

세상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결혼에 실패한 사람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은 사람

자녀들 또한 결핍이 있을 거라 여기고

내 아이와 어울리는 걸 꺼린다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너그러운 댓글을 남겼던 사람들도

실제 세상에서는 편견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이혼녀", "이혼가정"의 틀 안에서 바라본다.


작은 사건 하나에도

"저러니 이혼했지."

"이혼가정 아이라 저런가보다."

이런 말을 듣기 쉽다.



무엇보다 이혼녀는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이혼녀와 유부남의 만남은

그 만남이 공적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고 이성관계가 아닐지라도

그 남자의 배우자가 경계심을 풀지 않을 것이다.


살갑게 구는 남자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이혼한 여자를 쉽게 보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혼녀는 친구의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친구의 남편 역시 남자이다.


행여나 친구가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친구와도 멀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혼 후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졌다.


의도해서 멀어지기도 하고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멀어지기도 했다.


제일 먼저 정리가 되는 관계는

동네엄마들과 학부형들이었다.


행여 아이에게 어떤 소문이라도 돌까 싶어

제일 먼저 관계를 멀리했다.



그리고 직장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비밀이 있는 관계는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나를 솔직히 내보일 수 없으니

깊이 있는 대화는 못하고 겉돌기만 했다.


오랜 친구들에게는 털어놓았지만

그 친구들 역시 조금씩 멀어졌다.


친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반대로 너무 배려심이 많아서


이혼한 친구가 상처받을까 봐

혹시 무안할까 봐

본인 얘기를 편하게 꺼내지 못했다.


행복한 결혼기념일을 보내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을 다녀와서 자랑하고 싶어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가끔은 바쁘다며 모임에 나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결국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몇 없다.



소통과 공감이 필요했던 나는

배우자의 외도를 겪은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혼을 한 분도 있고

가정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만남 또한 편치는 않았다.


일회성으로 만나 속풀이하는 것은 좋지만

꾸준히 이어갈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는 관계였다.



그리고

"이혼과정"을 겪으면서

구부 씨(=전남편)에게 받은 상처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마음을 열어 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쉽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혼한다고 상처가 낫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혼"자체에 대한 편견 때문에

더 움츠려 들기도 했다.


특히나 한동안은 명절 때가 되면 더 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지낼 것인가?

이 상황을 조금 더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사람마다 돌파구를 찾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어떤 분들은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려

다시 완전체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하고

꼭 결혼까지는 아니라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극복하려고 한다.



또 다른 돌파구는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덮을 만큼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세상에 당당히 선 여성들은

이혼녀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이혼했다는 사실보다 이뤄낸 것들이 더 크기 때문이다.



40대 후반, 곧 50이 될 나이에

성장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날들이 많다.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도전,


첫 번째 도전은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제 나를 소개할 때 직업군은 "공무원"이다.

비록 말단이고

10년 좀 넘게 근무하면 퇴직일지라도..


이제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지난 인생을 정리하고 훌훌 털어버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 이름보다 더 유명한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처음에는 살아갈 이유가 유일하게 "아이들"이었다면

공부를 하며 성장을 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고

내 안의 목소리는 매번 외치고 있다.


성장을 한다는 건 여전히 어렵다.

가끔은 게을러져서 모든 걸 멈추고 싶다가도

이정도 했으면 됐지. 그냥 편하게 살자 싶다가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들을 모른척 할 수 없다.


나 자신을 외면하면

결국 또 나 자신을 잃고 방황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예전처럼 길을 잃거나 방황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어서

조금만 기운 내서 성실히 한 걸음씩 내딛으면 된다.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더 큰 타이틀로 덮어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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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에는 구부 씨(전남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혼 후 닥친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겪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 구부 씨에 대한 생각은 점점 옅어져 갔다.


아이들 때문에 완전히 지워버릴 순 없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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