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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Oct 22. 2023

13.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 홀로 인생

진정한 홀로서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견하고 뿌듯한 일들이 많이 생기곤 한다.

아이들을 통한 성취감은 꼭 나의 성취감인 양 한없이 기쁘다.


이혼 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친정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괜히 자랑인가 싶어

속 마음을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꼭 그럴 때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구부 씨(=전남편)가 생각난다.

아마 나만큼이나 기뻐할 유일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

방방 뛸 만큼 좋은 날도

조용히 식탁에 앉아 혼자서 기뻐해야 했다.


...

아프거나 버거워 힘겨운 날도

조용히 식탁에 앉아 혼자서 슬퍼해야 했다.



이혼 후 겪게 되는 고독감은

외로움이랑은 또 다른 감정의 영역인 듯싶다.


사람들 사이에서 때때로 느껴지는 외로움보다

고독감은 고립된 상태에서 느껴지는 더 깊은 영역이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단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에게 감정을 자세히 드러내지 않는다.

배우자 외도 또는 이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할 수 없기에


직장생활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하물며 형제지간에도 자세히 드러내지 않는다.

공감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쌓일수록 고독감은 점점 더 깊어져간다.



이혼 후 

깊고 깊은 그 고독감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자연스레 구부(=전남편)가 떠올려질 때가 있다.

그리다 헤어지기 직전

소통이 거의 없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 나서야 

허허 웃고 만다.


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이나 "사랑하는 감정"이 있을 땐

고독감을 잊고 지냈을 뿐, 애초에 없었던 것은 아니리라.


지금은 혼자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앞으로의 인생 역시 혼자일 수 있음을..

그 길이 고독하고 쓸쓸할 수도 있다는 것 모두 잘 알고 있다.





받아들인 후부터는

기쁠 때는 와인과 맛있는 안주로 자축을 하거나

너무 슬픈 날 역시 와인과 맛있는 안주로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나만의 작은 의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참된 벗은 "나 자신"이지 않을까?





혼자여서 좋은 점은

옆에 있는 누군갈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어쩌면 한때 그토록 갈망했던 일종의 자유일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사실을 그토록 두려워했었는데

최근에는 가끔 고독감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바쁜 일상과 주위 사람들 신경 쓰느라 희미해졌던 나의 존재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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