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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Feb 11. 2024

동생의 선물

"누나, 잠시 이 방으로 와~~"

막둥이가 명절 때 날 조용히 부른다.

(막둥이라 부르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막내남동생이다.)


"누나야. 

**이(올케)와 내가 의논해서 준비한 건데

이건 누나 취업선물 상품권

이건 누나 일하면서 커피 사 마셔!

그리고 축하해."



막둥이가 상품권과 별다방 카드를 내밀었고

순간 망설이다가 받았다.



누나가 되어

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기도 했고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신경 써주고 축하해 주는 그 마음을 생각하며

받긴 받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저녁 식사 준비하고

다 같이 맛있게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


오래전부터 친정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아마 애들 아빠와 

이혼여부를 두고 고민할 때부터 몇 년간...

친정가족들 보는 것이 힘들어

명절이 제일 싫은 날이기도 했었다.


가족들이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될 거라 믿고 살았는데

막상 힘든 일이 생겨 무너지기 바로 직전에,

별생각 없이 내던지는 물음? 수군거리는 느낌,

나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 등등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특히나 이혼 후 공무원 공부를 하던 그 시기에

불안정하고 대책 없어 보였던 나에게..

그 불신의 시선이나 눈빛을 받아내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다.


대책 없이 이혼은 왜 했냐.

공무원은 공부한다고 다 되더냐

네 나이가 몇 살인데..

등등


둘러서 말하거나

거리를 두기도 했다는 걸 잊지 못한다.


사이가 조금 나아진 건

시험에 합격한 이후부터이다.


그제야 다들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사실 나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가끔 나는

나를 믿고 바라봐주는 존재가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밥은 잘 챙겨 먹고살아?

헤어지고 나니 어때?

어렵거나 힘든 건 없어?

널 믿어보렴. 

네가 그리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행여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괜찮으니

혼자 끙끙대지 말고 얘기해~~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듣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런 말을 해주는 존재가 있었다면 

어쩌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던

그 고립감과 슬픔이 덜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는

각자의 삶에 버거워 버티는 것도 힘들었고

그런 부모 밑에 자랐던 나의 형제들도

자신들의 문제만으로도 벅찼다.



모든 기대가 사라지는

중년의 어느 나이에

막둥이가 누나라고 챙겨주는 마음을 보니

살짝 눈물이 고였다.



표현이 서툴러 

아프고 서운했던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장 중요한 마음 하나만 생각해보려고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고

가족이기 때문에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진실이라는 것,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로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것..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 진실 하나만 간직하며 살아가자고



잘 살아가고 싶다.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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