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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n 30. 2024

남 부럽지 않게 자식 키우기

내가 만든 감옥

둘째의 중2 기말고사가 다음 주 목, 금에 있다.


아들(둘째)은 학원을 안 다닌다.

영어랑 수학은 다니자 했더니 매일 학원 가는 게 힘들단다.

그러면 영어는 곧잘 하니 수학이라도 가자고 했더니

생각해보겠고 한다.


작년부터 실랑이를 몇 번이나 벌였는데

억지로 데리고 가서 수강비를 내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안 가버리는 녀석이라

우선 설득이 중요하다.


대신, 본인이 다닌다고 하면 성실하게 잘 다닌다.


초등 때 3년간 다닌 영어학원 덕분에

웬만한 문법이나 독해 작문까지 해내는 녀석이다.


하지만 설득과정이 쉽지가 않다.



아들은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있다는 걸

얼마 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 외우는 게임이 있었는데

본인이 다 맞춰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놀랐다고 한다.


그냥 한번 보면 기억이 난다고

자신이 암기력이 뛰어난 거 같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다지 공부에 의욕이 있다거나

끈질긴 노력파는 아니다.


 오히려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려고 한다.



수학공부 중인 아들


그래도 수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선 지

학원을 안 다니는 대신 엄마랑 하겠다고


그래서 매 학기마다 문제집을 두 개 정도 사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3주 전부터 풀이를 시킨다.


이번 기말고사는 내가 완전히 까먹고 있어 늦게 시작했다.


풀다가 막히면 아들은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욕을 한다.


자주 겪은 터라

"욕하지 마라" 한마디 하고 더 이상 나무라진 않았다.





이혼 후

결혼은 실패로 끝났으나

대신 아이들을 잘 키워서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랐다.


저 집 애들은 모범생이다.

공부도 잘한다.

좋은 대학 갔다.

좋은 데 취직했대..

엄마가 혼자서 진짜 잘 키웠네..

  뭐 그런 소릴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식을 통해

사회적 시선을 만회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수록

아이들도 나도 불행해지는 것 같았다.


이혼으로 아이들도 힘들 텐데

그 짐을 또 아이들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나는 허용적인 엄마가 되었다.


우리 집이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길..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걸

자주 얘기해주곤 한다.


아들에게..

"아들! 엄마가 너 정말 이뻐하는 거 알지?"

하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인다.


"아들! 그런데 너 왜 작년에

엄마 보고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어!"

물어보면


"엄마 그때는 내가 어렸잖아. 철이 없었어."

그런다.


서로 마주 보고 피식 웃고 만다.



아들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게임하는 걸 좋아하고

유튜브 보는 게 취미다.


아침에 내가 몇 번이나 깨워도

주 1회 정도는 항상 지각을 하고

학교와 친구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영어와 과학을 좋아하지만

국어도 곧잘 한다.

수학이 약해서

시험기간에 수학만 나랑 조금씩 한다.


아들의 소원은

수학을 잘하는 것이지만

노력은 별로 안 한다.



평범한 10대 소년처럼 살아간다.

이 정도면 잘 크고 있다고 만족한다.


초등 6학년부터 중1 초반까지

폭풍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다.


이혼 후 평안을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또다시 찾아온 아들의 사춘기가

날 몇 번이고 무너지게 했다.


삶은 끝없는 고통이라더니

전남편 때문에 참 많이도 울었는데

그다음은 아들 때문에 또 많이 울었다.


오죽하면...

애들 아빠에게 보낼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당시, 아들이 아빠한테 가고 싶어 한다고 문자를 보냈으나

전남편은 내 문자를 무시했다.


이혼 후 어린 상간녀와 새 삶을 꿈꾸고 있는데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겠지





지나고 나서 알았다.


아들은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다.

변화를 싫어한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과

초등학교 졸업, 중학교 입학 등의 변화가

감정의 소용돌이와 함께 더 몰아닥친 것 같다.


중학교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좋아졌다.


게임하면서 심하게 하던 욕도 이젠 거의 안 한다.


유아기 때처럼 살가운 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할 일을 챙겨서 하는 편이다.

키가 아빠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고

수염도 자라서 매주 주말 깎아주고 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누나 가끔 잘 챙기고

엄마 고생하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


그 정도면 정말 잘 크고 있다고

엄마가 인정한다.


네가 무엇이 되고 싶든..

어떤 삶을 선택하든..

엄마가 응원할게.


앞으로 잘 살아내 보자꾸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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