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31일 구부씨와 함께..
밀레니엄이 다가오던 1999년
친구의 소개로 구부 씨(전남편)를 만났다.
이혼조정 마지막 날
그리고 20년 인연을 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쉽게 말해 이혼했다.)
헤어지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시달렸고
날 지켜주던 울타리와 신념을 깨부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삶이 아닌
결핍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싱글맘, 한부모로 살아갈 용기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홀로서기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이성과 감성의 두 자아가 분리되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날 밀어 넣고
숨도 못 쉴 만큼 파닥파닥 불안에 떨다가도
주저앉아버리고 또 파닥파닥 떨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몸이 망가져버렸다.
탈모와 함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하고
치아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하고
온 얼굴에 기미가 올라왔다.
급속도로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찌면서 병도 생겼다.
그래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건
평범한 가정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그 간절함에 눈이 멀어
몸이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
내가 붙들고 있었던 것이 그저 껍데기였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서야 볼 수 있었다.
아픈 과정에 비하면
결심이 선 이후부터 이혼을 진행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혼 후 점차 평온을 찾아갔다.
구부 씨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도
고통 속에서 숨죽여지내는 분들에게
괜찮다고, 자책하지 마시라고,
죽을 만큼 노력해도 안되는 거면
당신 탓이 아니라고
위로와 공감의 글을 써보고 싶다.
이 글은 평범하고자 했던 내 삶과 바꾼 흔적이기도 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써보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 저의 시선이라는 걸 감안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