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복선

예고된 파탄

by 하루한끼
KakaoTalk_20230817_171650857.jpg 2015년 11월 어느 날 밤..


응급실에 갔다가 아들을 업고 집으로 가던 날,

택시는 안 잡히고 날은 쌀쌀하고

남편(이혼 전이라..)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언젠가 휘몰아칠 폭풍우가 예고된

복선과도 같은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말을 하면 대답을 안 하거나

몇 번 되물으면 왜 말이 많냐고 하는 데다

자는 사람 깨웠다고 짜증 낼 게 뻔했다.


오히려 아이가 아픈 것을 내 탓으로 돌릴 것이기에

부모로서 당연히 나눠야 할 것들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내가 많이 아프면 떠날 사람이구나.'


이 정도면 꽤 심각한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외면했다.


언젠가 친정언니들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으려 했었으나

"*서방, 돈 잘벌어다줘. 직업 좋아.. 네가 편해서 불만이 생기는 거다."


이런 소리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라서 속으로만 삭였다.



겉도는 이유가 무엇일까? 꽤 고민했었다.



구부 씨와 내가 처음 만나던 20대 시절,

그때 나는 돈도 제일 잘 벌고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고

구부 씨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구부 씨의 공부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데이트비용을 내가 부담하기도 했다.


둘 모두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가난과 결핍의 시간이 있어

서로 의지하며 연애했었다.


명석했던 구부 씨는 1년 만에 원하던 곳에 합격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또 둘째를 낳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집에 오면 침묵을 하거나

입을 여는 날이면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고민한 결과..

예전처럼 내가 능력이 없고 전업주부라서 그런가? 싶어

둘째가 유치원 들어가자마자 일자리를 구해서 직장을 다녔다.


하지만 구부 씨는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했다.


오히려 금전적인 여유가 생겼으니

용돈을 더 올려달라거나 비싼 차로 바꿔달라거나

요구사항만 많아졌을 뿐이다.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헤어질 거 아니면 내려놓자였다.


" 내 행복은 내가 찾겠어.

너에게 의지하지 않겠어!"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직장생활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승진도 하고

커가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느끼며 그렇게 지냈다.


남편에게 드는 서운함은

첫아이 낳던 날

아이 보고 너무 좋아하고 흥분해서

울먹이며 고맙다고 했던..

그때의 남편 얼굴만을 떠올리며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현재의 문제점들을 애써 무시했다.



부부가 똑같이 잘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잘 유지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주위만 둘러봐도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가정을 더 소중히 대하는 사람이

희생을 하게 된다.


가정만 지켜진다면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그 깟 희생이야 수백 번 할 수 있다고


양보하라면 양보하고

노력하라면 노력하고


그래서 내 인생에 이혼은 없을 거라

철석같이 믿으며 살아왔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어쩌면 그렇게 괜찮을 거라고 막무가내로 믿었을까?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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