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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Sep 21. 2022

일상이라는 소중함!

우린 늘 '일상'이라는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러면서도 사실 우리 아니 나의 현 상태에 대한 답으로 '요즘 그냥 일상을 보내고 있어~'라고 한다면.... 나는 늘 '나 자신이 혹시 나태한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조급함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나의 일상이란?

10년 전 이곳에 두 차례의 강진이 휩쓸고 간 후에 하던 일에서 강퇴(?)를 당하고 나서 나의 일상은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딸들이 학교를 간 시간동안 모든 준비를 해 놓아했다.

딸들이 하교를 하는 그 시간 이후에 우리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까....

그러다보니 나의 일상은...

오전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점심과 아이들이 3시에 돌아오면 마치 저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간식을 준비해 놓고... 세 딸들의 오후 스케줄까지 모두 점검한 후에 각자 해야 할 것들을 각자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우리의 일이 끝난 후에 먹을 저녁까지 준비를 하느라 엉덩이를 땅에 붙이지 못하고 종종거렸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3시 이후에 바쁘게 돌아갈 것을 대비해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고...

그리고 3시가 되면 정말 정신없는 우리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나의 일상이라기보다는 남편과 나... 우리의 일상이었다.

참으로 전쟁 같은 하루하루였다.

둘째와 셋째가 2살 때부터 시작된 나의 일상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딸들이 잘 따라줬기 때문이었기에 지금도 한쪽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일상이 딸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가족은 '운명 공동체'라고 했던가?

우리의 운명은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다시 돌이켜보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와서 가슴을 후벼 파는 시기도 있었고...

그저 이것이 삶인가 하며 앞만 보고 살았던 시기도 있었고...

큰딸에게 모두 올인을 하다보니 더 이상의 정신적, 육체적인 여력이 없어져서 둘째와 셋째에게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아니 해 줄 수 있는 것들로 채워갔었다.

그럼에도...

세월이 흘러보니 올인을 했다고 생각했던 첫째와 차선책을 택해서 또 다른 올인을 했던 둘째와 셋째는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상처와 영광을 모두 안고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부모에게 감사를 하면서...

때로는 부모에게 상처를 보여주면서....

부모의 일상이란~

생각해보면... 부모로서의 일상이란 먹고사는 문제일 수도 있겠고... 그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이 결국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함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꼭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가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리고 온 집안을 쓸고 닦고 하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닐 테니까...

결국 나의 일상이라는 것에서 나의 의미라는 것이 가족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나는... 아니 우리는...

이제 결혼으로 직장으로 모두 떠나가고 덩그러니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남았다.

그럼에도 나의 일상에는 세 딸들이 있다.

가끔 결혼한 큰딸은 사위와 두 손주까지 나의 일상에 끼워 넣는다.


나의 일상으로...

여전히 나의 일상속에는 온전히 내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종종거림은 없어졌다.

그런데... 요 몇 주 동안 북섬으로 떠난 둘째로 인해 나의 일상은 요동을 쳤다.

아침을 먹고 30분 거리의 둘째 집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집안을 정리했다.

같이 살던 셋째도 집을 비워줘야 하니 셋째가 다시 자기 집으로 가져가야 할 짐과 둘째가 가져갈 짐 그리고 우리 집으로 옮겨놓아야 할 짐... 그리고 버려야 할 짐을 구분해야 했다.

그뿐이랴... 이곳의 특성상 집을 팔려면 오픈 홈을 해야 하니... 깔끔히 집을 쓸고 닦아야 하고... 뒷산 가든까지도....

뒷곁에 무릎까지 자라버린 잡초에 난생처음 낫질도 해보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둘째와 함께 셋이서 정말 난리부르스였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일은 모두 제자리를 찾았고....

이제 오픈 홈만 남겨두고 있다.

슬슬 나의 일상도 다시 우리 셋만의 삶으로 되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조용히 글도 쓰고....

아침을 먹은 후엔  핸드폰을 허리에 차고 한두 시간 뒷 가든에 나가 텃밭일을 하고...

맞추어놓은 핸드폰 아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들어와 점심을 하고....

점심을 먹고는... 앉아있으면 졸리다는 핑계로 다시 텃밭으로 나가 아침에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답시고 정철의 영어 성경 통독을 듣고 쓰고 큰소리로 몇 번이고 읽어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 할 시간이 되고...

저녁을 먹고는 한국의 지구촌 뉴스와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도 보고....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문다...

이것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의 일상이다...

나는 이런 나의 일상이 너무 좋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경제 활동을 안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죄의식까지 느끼곤 했고....아니 하고 있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회의도 있었고...아니 횟수만 줄었지 지금도 여전히...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냥 숨만 쉬는 것도... 멍 때리는 것도 일이라고....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좀 위안이 되는 글이다.


이제 나의 일상을 즐겨보련다.

가끔 자식들로 인해 일상이 바뀌더라도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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