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 하며 달달한 하루를 보낸 이야기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590 브레드까지 물멍과 달달함은 계속됩니다

by 천둥벌거숭숭이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곤 했는데,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로 이불밖에 무서워 더 꽁꽁 싸매고 누워있을 뿐이다.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지금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어제의 일들을 반추하며 일기를 쓰고 글을 정리하고 간단한 아침식사와 세수를 마치면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간밤의 추위를 이겨낸 전우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또 하루를 건강히 살아내야 한다.


예정된 스케줄이 저녁 5시부터 시작이었다.

그전까지는 자유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나는 오전에 실천해야 할 내 할 일들을 다하고 다시 침대로 가 꾸물꾸물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외출준비를 하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단체활동을 하나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같이 나섰다.

고래불 해수욕장

모래사장이 굉장히 길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겨울의 찬바람과 바닷바람의 조화로 전진하기 힘든 강렬한 바람이 우리를 반긴다.

늘 만나던 남해바다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깊고 잔잔하고 강렬하다.

만지고 품어보고 싶은 마음보다 멀리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바다다.

그러나 너무 추워서 오랫동안 바라볼 수는 없었다.

곧 사람들은 고래불까지 왔으니 물회를 먹어야 한다고 이동을 시작한다.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 소요되는 횟집에 도착한다.

고래불 머구리 횟집 옆의 머구리 카페

12시가 되기 직전의 횟집은 한산했다.

평소에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나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지만 다 가는 거니까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물회를 먹지 않고 카페를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바로 쫓아나갔다.

우리가 간 곳은 바로 횟집 옆에 카페였다.

생각보다 예쁘게 꾸며진 카페라 입구로 들어갈 때부터 좋았다.

다만 빵종류가 없이 음료만 있어서 아쉬울 뿐이다.

고구마라테 한잔을 시키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착석한다.

(고구마라테 5,500원)

물멍, 바다멍이 왜 좋은지 알려주는 좋은 뷰의 카페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광활한 하늘이 보기 좋다.

강렬한 바람으로부터 우리를 감싸 안은 카페 안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마치 캠핑을 온듯한 디자인의 내부가 바다 경치를 즐기기에 딱 맞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몽글몽글한 우유거품이 함께하는 따뜻한 고구마 라테 한잔이란 낭만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한낮의 물멍이 시작되었다.

잔잔한 물결들이 만나 파도를 이루어 뭍으로 다가와 온몸으로 부딪히고 부서진다.

거친 파도를 이겨내는 바위는 날카로워지고 모래알은 부드러워진다.

아마도 모두의 삶이 이와 같지 않을까.

거친 세월의 풍파에 날카로워지는 사람, 순식간에 고통을 잊는 사람, 부드러움으로 감싸안는 사람.

각기 다양한 문제를 품고 있어도 해결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도 잔잔한 바다는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온전한 하루하루가 완성되는 것이다.

완벽할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수습하기 바빴던 나날들에서 벗어나 한껏 바다를 만끽하는 중이다.

카페투어는 계속된다. 그리가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다른 카페로 이동을 권한다.

그렇다면 따라가는 것이 인지상정.

넓은 주차장이 마음에 드는 입구다.

그와 걸맞은 내부의 모습도 높은 천장과 전면 유리들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다.

시선 어디를 돌려도 보이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란, 바다를 찾아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특히나 강렬한 바닷바람을 피해 바다를 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전 카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 파란 바다와 어울리는 초록빛 식물과 원목느낌의 단정한 테이블이 편안함을 연출한다.

셀프주문과 간단한 빵이 함께한다

넓은 카페를 관리하기에 무인 기계는 수월하다.

한두 명의 직원이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공해 주면 잘 운영될 것이다.

간단하게 먹을 빵이 있어서 적당히 괜찮은 곳이다.

이만한 바다뷰라면 다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산한 카페에 일행들이 전세를 낸 것처럼 무리 지어 다니니 더 재미가 있었다.

실외공간도 괜찮은 그리가다

강렬한 바람에도 직접 바다를 보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입구에서 돌아 나오니 실외에서도 차를 마실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렬로 서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하지만 급격히 추워진 날씨로 인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은 모든 것이 다 나의 것이다.

한 여름에 오면 그림 같은 순간을 맞이할 것 같은 예쁜 파란 조형물이다.

사람으로 채워질 공간을 온전한 바다로 채운다.

그리고 듣기만 해도 청명해지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온전한 나

늘 사람들로 북적했던 바다를 만나왔는데, 이렇게 한적한 바다는 처음이다.

모든 하늘과 바다가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참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진한 바다내음, 철썩이는 파도소리.

고요와 공명. 그렇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콧물이 나올 만큼 추워진다.

재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실내로 쫓아 들어가게 된다.

바람을 막아주는 실내는 따스한 햇볕이 밖의 추위를 녹여준다.

온탕과 냉탕올 동시에 오가는 기분이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바라만 보아도 좋은 순간이다.


그리고 곧 예정된 오후 스케줄을 수행할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밤 티라미수 만들기.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서 나온 1등이 만든 메뉴.

달디단 밤 티라미수를 맛있게 만들어 볼 시간이다.

밤 티라미수만들기는 재료준비하기가 90%다

입담이 좋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빵집이다.

590 bread. 오 씨 사장님이 운영하는 빵집. 오군빵 빵집.

사장님이 준비한 토피넛 라테와 밤 크림, 직접 만든 그레놀라까지.

이 재료들만 있으면 만드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통밀 다이제를 토피넛 라테에 담가 적신 후에 준비된 용기에 넣고 손으로 다진다.

그 위에 크림을 짜놓고 평탄화 한 뒤에 다시 토피넛 라테를 적신 다이제 넣기.

그 위에 크림을 적당히 얹고 판초코를 갈고 그레놀라 뿌리기.

마지막 데코로 밤을 올리면 밤 티라미수 만들기는 끝.

밤크림이 적당히 달달해서 계속 짜 먹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루 정도 숙성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에 내일을 기약한다.

크림만 먹어도 맛있는데, 다이제까지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 티라미수는 숙성된 맛이 있다

여러 명이서 만든 만큼 냉장고 안에서 뒤섞일 염려가 있다.

제 것을 표시하기 위해 붙인 스티커마저 귀엽다.

간밤의 기다림이 충족되는 적당한 달달함이다.

적당히 씹히는 그레놀라와 과자였던 다이제의 눅눅한 맛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몽글몽글하게 혀끝을 감싸는 달달함에 압사.

아침의 시작을 이렇게 맞이할 수 있다니, 기다림의 가치가 있는 맛이다.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가을의 맛.

그저 좋기만 하다.


고래불 해수욕장에서부터 시작된 바다보기는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바람과 함께 느끼는 바다는 완연한 겨울의 형태를 띠었다.

하지만 포근한 카페 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계절감이 없이 그저 청명하기만 하다.

어떠한 소란도 없이 고요하다.

거친 파도가 들썩이지만 금방 또 사라지고 다시 다가온다.

그래도 큰 변화는 띄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중에 만나는 달달한 디저트가 내일의 설렘을 가져다주는 것이 삶 아닌가.

인생 복잡하게 볼 게 뭐 있나, 어떻게 해서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나는 온전한 나로 살아있을 것인데.

가끔은 이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는 것도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일상에서 벗어나 주변을 환기시키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당신의 오늘도 잔잔하지만 달달함이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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