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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Nov 26. 2024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특별한 하루

수제비 만들기와 대구 이월드 방문은 험난하지만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기상시간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다.

피로가 본능을 이기는 순간이다.

트레킹의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관어대를 간다고 하루 2만보를 걸었던 일.

내가 조금만 더 계획적인 사람이었다면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있는 나 그대로의 모습이 그려진 하루를 살아내고 있으니까.

하루하루 여행하듯이 살자고 하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나는 괜찮다.

그래도 여러 명과 함께 있을 때는 아침형 인간이 조금은 좋다.

넓은 거실 공간에서 혼자만의 할 일을 다 해놓고 침대 위에 누워있으면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침대 위에서 쉬고 있을 때, 막내의 호출이 들어왔다.

-수제비 반죽 살려주세요.

지난밤 제과제빵 전공의 막내가 솜씨를 발휘하겠다고 수제비 만들기를 예고했었는데, 그 실천을 하고 있었나 보다.

여러 명이 함께 장을 보고 재료 손질을 하면서, 수제비 반죽을 만들다 보니, 어쩌다 밀가루 반죽에 물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밀가루는 이미 다 썼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감자전을 위해 준비한 부침가루다.

오늘도 대충 수습하자.

나의 인생 마인드가 여기서부터 다시 발동된다.

부침가루를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하니 그래도 좀 그럴 듯 해졌다.

끓는 육수에 숭덩숭덩 썰어놓은 감자를 넣고 반죽을 손으로 떼어내 육수에 넣는다.

반죽이 묽어서 손에서 떼어내기 쉽지 않지만, 함께 하니 즐거움이 피어난다.

수제비보다는 옹심이 같이 두꺼워졌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떤 모양이라도 괜찮아.

특별함이 묻어나 있으니까.

계획에 변경이 생겨도 좋아.

감자를 동그랗고 얇게 썰어 감자전을 부치려던 계획도 변경.

감자채를 썰어 부침가루를 넣은 뒤 얇게 부쳐내기.

예쁘게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아침 만들어 먹기 뒤에는 놀이공원 가기가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만드는 과정은 즐겁고 제법 완성도 높은 결과물에 만족하는 아침

모든 과정이 험난했지만, 결국은 해내었다.

모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결과물이 제법 훌륭하다.

수제비는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쫄깃하고 간이 딱 맞았다.

함께 곁들여 먹는 김치와의 조화가 참 좋다.

곁들임 음식으로 만든 감자전의 맛이 고소하니 먹으면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 난다.

오로지 감자와 소금, 후추 간만 했을 뿐인데 감자전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식구처럼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아침이 즐거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구 이월드를 가기 전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

일행 중에 오늘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순하고 여린 친구는 사람들의 염려에 고마워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갔나 보다.

한 명씩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이야기를 걸어오니 왠지 자신도 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과 지친 몸에 대한 피로함이 몰려와 결국엔 눈물까지 비추었다.

괜찮다. 친구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아플 때 곁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고 가는 우리가 미안한 것이지.

너는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다시 즐겁게 함께하면 되는 거야.

다행히 금방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를 보며 안도하며 숙소를 나서게 되었다.


경북 영덕군 영해면에서 대구 이월드로 가는 길이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덕분에 우리는 드라이브를 즐기면서도 놀이공원에 간다는 설렘과 어색한 시간을 재미로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차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따라 부르기도 하고,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누면서 즐겁게 대구로 향했다.

대구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너무 춥다.

어제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제대로 놀기 위해 방문한 대구에서의 첫 느낌은 강렬한 한파였다.

사람들은 경량패딩을 입고 다니고 있었다.

날씨 예측의 실패.

반팔에 바람막이만 입고 있었던 나는 하루종일 모자까지 꽁꽁 싸매고 다녔다는 후문.

입구부터 설레는 웅장한 대구 이월드

네이버로 대구 이월드 종일권 특가로 25,900원에 구매를 하고 입장하는 기분이란 꿀맛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금방 이동해 버린 놀이공원 안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우리들이 놀기에 최적의 상태였다.

제일 먼저 탄 놀이기구는 바이킹.

흥겨움의 열을 올리기에 좋은 시작이다.

높이에 비해 생각보다 스릴이 적어서 다음 놀이기구에 대한 욕망이 조금씩 더 생겨났다.

아점으로 수제비와 감자전을 먹은 것이 차를 타고 오면서 바로 소화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추로스와 핫도그, 앤티앤스프레즐을 먹으며 약간의 허기를 달랬다.

그다음은 허리케인.

스피드를 즐기며 다시 예열을 시작한다.

짧아서 금방 끝나는 게 아쉽지만, 다른 재밌는 것을 타기에 또 이만한 것이 없다.

그다음에 찾아간 놀이기구는 바로 메가스윙 360.

놀이공원에서 먹는 츄러스는 꿀맛. 메가스윙 360 최고

대기하는 순간에 바라본 메가스윙 360은 바라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무시무시한 놀이기구다.

앉은자리에서 동그랗게 회전하는 동시에 위아래로 공전하는 모습에 타기 전부터 무서웠다.

대기시간부터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아찔함이다.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덜렁거리는 다리들을 밑에서 보았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천천히 회전하면서 시작되는 스릴의 시작.

회전의 강도가 거세어지면서 하늘에서 바라보는 대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첫 회전에는 아찔한 공포감에 눈을 감았지만, 두 번째가 되어서는 눈을 뜨고 바라보게 되었다.

석양이지는 하늘빛에 물든 대구의 시내는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뛰는 심장과 함께 돌아가는 하늘의 모습이 마치 현실이 아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맛에 놀이기구를 타는구나.

길고도 짧은 시간을 끝내고 기구에서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동안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다음에는 바로 부메랑.

허리케인보다 스릴 있었지만 꽉 조여 오는 안전바에 갈비뼈가 아팠다.

스릴보다 아픔이 강한 부메랑이었다.

우리는 동심을 가득 품은 채로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마지막 놀이기구는 메가스윙 360을 타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아찔함이 최고야. 쉽게 만드는 도파민에 순간 중독되어 있었다.

공포물은 인공적인것보다 역시 현실적인 것이 더 무섭다

야간의 빛이 밤하늘을 더 어둡게 만들고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만든다.

분위기에 취해, 여흥에 취해 더 즐길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번에는 고스트하우스.

상당히 긴 내부였다.

소리와 빛,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주 무섭지는 않았지만, 출구로 향하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고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워킹 대드 라이드는 버스 안에서 느끼는 공포를 자극했다.

화면에 비치는 배우들의 열연을 시청할 수 있었다.

공포를 느꼈다기보다는 그냥 체험을 했다고 하면 좋은 표현이다.

그리고 다들 좋아하는 범퍼카.

나는 어렸을 때 범퍼카를 타다가 세게 부딪혀 갈비뼈에 금이 간 이후로 범퍼카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20분을 넘게 기다려 범퍼카를 타는 사람들을 보는 구경이 더 재미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메가스윙 360을 타는 시간이다.

밤시간이 다 되어오니 줄이 적어서 오히려 좋다.

두 번째 타는 사람은 첫 번째보다 더 들떠 있었다.

이 재미를 또 느낄 수 있다니.

완전히 저물어버린 까만 밤하늘 위를 나는 기분.

밤하늘보다 더 밝은 대구의 야경이 다시 한눈에 들어온다.

낮과 밤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

스릴보다는 대구의 전경을 한껏 바라본 순간이다.

아쉬움 없이 대구 이월드를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구에서 맛있다는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신천 황제 떡볶이 본점 방문

신천 황제 떡볶이 본점을 방문했다.

너른 가게전경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고 갔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모습이다.

총 인원 8명, 5, 6번 세트에 납작 만두와 쿨피스 추가.

총 38,000원의 행복이다.

퍼먹는 국물 떡볶이와 대구에서 먹는 납작 만두가 조화롭다.

튀만두와 튀긴 어묵, 잡내 없이 쫄깃한 순대와 내장, 오랜만에 먹는 쿨피스가 맛나다.

열심히 놀고먹는 주전부리가 급한 허기를 달래주었다.


잘 놀고 잘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구 이월드 탐방기의 정산을 시작했다.

기름값 50,000

톨게이트비 7,600 왕복

주차료 3,000

식비 38,000

총인원 8명. 차 2대 이동

이동경비 포함 식비 총 174,400원

운전 노동력 제외 결제 인원 총 6명

비운전자 각 29,000원 수납.

운전자 각 68,200원 입금.

바로 정산하고 단톡방에 올리니 수납이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운전자에게 입금 완료.

그렇게 아름다운 마무리로 밤 12시가 다되어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말 한마디로 시작된 오늘 하루다.

수제비 만들어 먹을까,에서 시작된 장보기부터 채소를 씻어내고 껍질 까기, 밀가루 반죽 만들기.

육수 만들기, 수제비 반죽 뜨기, 감자채썰기, 감자전 굽기.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음식을 만들어주는 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다시 샘솟는다.

대구 이월드 가고 싶다는 막내들의 요청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놀이공원이라는 설렘이 뒤섞어 떠난 대구로의 여행.

안 갔으면 후회했을 법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렇게 순수하게 즐거웠던 하루가 또 언제였던가.

여러 명이 함께하니 좋은 이점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못 타면 다른 사람이 함께 하면 되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서로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쁨은 배가 된다.

함께라서 안심되고 즐겁다.

돌아오면서 급하게 한 정산이지만, 다들 이의 없이 동의해 줘서 고마운 밤이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 오늘이 특별하고 귀하다.

당신에게도 온전한 마음이 전해져 당신의 바람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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