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풀기
얼마 전 유튜브에서 '밀라논나'님의 액세서리 소개 영상을 보다 나도 목걸이를 정리해야겠다 싶어 정리함을 꺼냈었다.
평소 옷보다 액세서리를 더 좋아해 꽤 양이 많았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과 잘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달랐는지 목걸이들이 모두 엉켜있었다.
나비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탄생석 목걸이와 얽혀있고 그 뭉치가 또 다른 목걸이에 엉켜있고.
열심히 풀기 시작했다. 엉킨 상태가 답도 없었기에 그냥 무작정 풀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풀리긴커녕 어째 더 꼬여만 갔다.
아끼던 목걸이였기에 차분히 목걸이들의 끝을 찾아보았다. 엉킨 그 끝으로 돌아가 매듭 하나씩 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엉킨 고리들의 끝을 찾는 건 절대 쉽지 않다. 눈이 빠질 듯이 아팠고 손 끝은 아렸으며 손톱은 만신창이였다.
십 분쯤 흘렀을까. 삼십 분을 부여잡고 머리를 싸매게 했던 목걸이가 끝을 찾아 하나씩 푸니 오 분만에 분리되었다.
어쩌면 지금 눈이 빠질 것 같이 아프고 모든 걸 끊어버리고 싶을 만큼 그만두고 싶고 손 끝이 아리고 마음이 아픈 난, 엉켜있는 매듭의 시작을 찾고 있는 중 아닐까.
아직 덤덤하지 못해 다가오는 1분 1초의 흐름에 휘날리며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생각이 뒤바뀌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날 잠식한다. 그뿐일까.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열정이 타오르기도 한다.
매번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지혜를 구하지만 찾지 못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끈을 놓지 않는 힘뿐이다. 붙잡고 서있을 뿐.
흔들리다 못해 뽑혀 나갈 듯이 힘에 부쳐도 날 붙잡고 있는 저 어딘가에서 내려온 끈을 그저 붙잡고 하루를 버틸 뿐이다.
이 모든 ‘버팀의 과정’이 조만간 매듭의 시작점으로 날 데려가 하나씩 풀고 또 끊어 결말엔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주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매듭의 시작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