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 열 시 오십삼 분
반짝반짝하게 타오르는 태양을 두 눈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얼핏 보이다 검게 변하는 시야.
그래도 어떻게든 눈 한 번 마주쳐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떨어지는 고개.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의 힘을 빌려 찰칵.
핸드폰에 예쁘게 담긴 오늘의 태양.
어쩌면 난 태양과 나만큼 멀고 먼 무엇을 직접 바라보고자 애쓰고 있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보다 더 멀 수도.
때로는 구름 뒤에 숨어, 때로는 나뭇잎 사이로.
가끔은 내 그림자로 태양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럼 언젠가는 오늘의 태양이 분명 내 앞에 나타나 주지 않을까.
화르륵 손이 타버려도 좋으니 그 날이 어서 와주길.
일단 오늘은 구름 뒤에 숨어 해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