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곰 Apr 11. 2021

낯선 길 걷기

04.11 밤 여덟 시


4월 11일.

출근을 했다가 갑자기 시간이 붕 떠버렸다.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 싶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기온.

산책을 하기로 했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하지만

좋지 않은 무릎과 평발을 생각해서 많이 즐기진 못했다.

오늘은 날 잡고 1시간 걷기로 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3.5km, 5546 걸음이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고작인 거리겠지만

길치인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낯선 길을 걷는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살던 동네인데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있는 줄 몰랐다.

사실 걷기 시작할 때,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부지런한 줄 알았다.

그러나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걷고 있었다.

반성하게 됐다.

겸손해야지.



걷다가 하늘이 너무 예뻐 찰칵.

틈새로 찍힌 태양도 반짝.



열심히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꽤나 직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걸었나 보고 싶었다.

그때 마주친 내 그림자를 찰칵.



열심히 걷기.

육교를 건너는 중이었다.

매일 신는 단화가 아닌 꼬질꼬질 흰 운동화.

무슨 기분인지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데

오늘은 걸을 운명이었나 보다.



민들레다.

후후 불면 날아가는 민들레.

후 불고 싶었는데 마스크 때문에 사진만 찍었다.


동네에 거의 도착하자 급격히 발이 피곤했다.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선 지 괜히 숨이 더 차는 것 같고

땀도 더 나는 기분이었다.


중간에 횡단보도를 한 번 기다렸다.

세상에, 초록불로 바뀔 때까지 잠시 멈췄다

발을 내딛으려니 엄청 아팠다.

역시 한 번 시동이 걸리면 계속해야 한다.

오늘의 교훈.




"시간에 쫓기지 않고 걷는다는 것.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을 수 있다는 것.

맘에 드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며 걷는 것.

낯선 길 위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


         

이전 19화 거절의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