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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ki Oct 09. 2024

제4화 - 사막 한가운데

제4화 - 사막 한가운데

  나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을 나가는 길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데,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통해 그리고 침묵으로 대화하는 우리이기에 그 침묵 속에 혹은 빠트리거나 혹은 잘못 첨가한 나의 언어들이 많았겠지만 그 단 하나의 말, 단 하나의 진심만은 전했어야 했나 봅니다.


  극단적인 것만이 역사를 만듭니다. 나는 살고 있습니다. 백배나 진정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아… 생의 냄새.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던 생의 냄새가 비릿하게 풍깁니다. 나는 니나[Nina, 물의 마님이라는 뜻으로, 아시리아·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물의 여신]의 가벼운 걸음걸이를 사랑했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사랑했으며 니나의 검은 머리에 얹힌 바늘 같은 전나무 잎들과 니나의 치마에 감긴 거미줄을 사랑했습니다.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결혼도 끝이 아니며, 죽음도 다만 가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은 계속해서 흐릅니다. 모든 것은 그처럼 복잡하고 무질서한 것입니다. 생은 아무런 논리도 없이 이 모든 것을 즉흥으로 주관합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한 조각을 끌어내 뚜렷한 조그마한 계획 하에 설계를 합니다. 포즈를 취한 사진이며, 극장에서처럼 차례로 진행되어질 것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서」 중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간단하게 해 버리는 인간이 너무도 싫어졌습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할까요.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절박합니다. 내 스스로를 지지해 오던 세포 속의 상념들이 뒤섞여서 더 이상은 바르게 이성적으로 생각할 에너지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나는 살아야 하는 것이겠죠. 잘 넘겨야 하는 거겠죠. 이대로 세상에 나간다면 조롱거리 밖에 안 되겠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나만, 생각하겠습니다. 사막에서의 유일한 안내자인 가장 밝은 별을 찾기 전까지는 나는 걷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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