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 무음의 세계
일기장에서 찾아낸 소연의 전화번호는 이미 다른 사람의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식을 알 수 없었던(사실, 그녀와 연락을 끊은 건 윤희 자신이었다.) 시간이 짧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자, 윤희는 조금 미안해졌다. 114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국에서 소연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줬다.
전화번호 주인이 원한다면 전화국에서는 바뀌기 이전의 전화번호를 6개월간 보존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연의 전화번호는 5개월 전에 바뀌었다는 것까지 상담원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소연은 결혼을 했을까. 결혼을 했다면 그 상대가 지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랬다. 하지만, 윤희는 소연이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가 지영이든 누구든 궁금하지 않았다.
소연이 자신의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윤희는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소연의 세계로 접속을 시도했다. 신호음이 저쪽에서 들려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열 번. 열다섯 번. 전화를 끊고, 다시 재다이얼을 눌렀다. 제발. 전화를 하면서 이토록 간절해 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다른 세계와 연결된 것이다.
「여보세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목소리였다. 윤희는 울컥 눈물이 났다. 그건 다름 아닌 그토록 그립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나야……」
「누구세요?」
「윤희야……」
아무 소리도 없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저쪽에서는 잠을 깨는지 몸을 일으키는지 윤희의 목소리를 알아챘는지 아주 잠시, 목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들이 들렸다.
「정말……. 윤희야?」
「그래」
거울 속의 그녀가 전화기에 귀를 바짝 붙이고 윤희와 나란히 앉아 소연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런데…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어? 바꾼 지 꽤 됐는데……」
「널 만나고 싶으니까…… 정말로 보고 싶으니까…」
소연도 이제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는지 무거운 목소리가 많이 사라졌다.
「응. 잘 지냈지? 결혼식에 못 가서 미안해」.
「우리, 지금… 만날 수 있어? 아니, 어디야? 내가 갈게」
윤희는 분명히 소연과 지영이 같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이런 감정은 무엇일까. 가끔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윤희는 소연과의 세계로 연결이 되자마자, 사당동 반지하가 몹시도 그리웠다. 소연이 사당동에서 낙성대로 이사를 했다는 것을 통화 중에 알게 되었고, 낙성대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윤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한편에 쓴 통증을 느끼며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지영의 존재와 싸우는 동안 만나기 시작했던 지영을 대신해 주었던 재원이 떠오른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몰랐다.
한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던 두 개의 지하방이 윤희의 감각을 통째로 마비시켰다. 지하에서 맨 꼭대기, 옥탑으로 소연의 거주지는 상승해 있었다.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가면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가까이에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윤희는 애써, 다른 한 이름을 밀어내고 소연을 만나기 위해 시동을 켰다. 방배동을 나와, 사당사거리에서 낙성대 쪽으로 우회전을 하자,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늦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었다. 저 멀리 남태령으로 넘어가는 길가의 버스정류소엔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고생들로 가득했다. 윤희는 참새 부리처럼 귀여운 입술로 재잘재잘 거리는 그녀들 속으로 들어갔다. 윤희에겐 소연과 밖에서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조잘거리거나 함께 영화를 봤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녀는 늘 윤희를 집으로 오게 했었다. 그만큼 편하게 윤희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편안함 때문에 지영과의 관계가 만들어졌고 그리고 몽땅 깨지게 된 것이었다. 편안함에는 어느 정도의 과장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도로는 차츰 풀렸고 차는 시속 80으로 소연의 구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소연은 집 찾기가 어렵다며 낙성대역 근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윤희가 낙성대역 근처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소연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인도풍의 원피스를 입고 나이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정확히 2년 3개월 만의 재회였다.
소연에게서는 이국적인 느낌이 깊었다.(‘시각적이다.'라기보다는 체취라고 해야 정확했다.) 소연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색깔의 공기가 윤희의 몸을 감쌌다. 보조석의 소연은 집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었고, 2년 전 지하방보다 더 좁은, 그렇지만 햇살은 아주 잘 들어올 것 같은 산 끝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옥탑 방으로 윤희를 초대했다. 살림이라고는 혼자 이사해도 될 만큼 적었다. 그 흔한 비키니 옷장도 없이 예전 그대로인 침대와 아주 작은 오디오, 더 늘어난 살림이라고는 명상에 대한 책과 인도 관련 서적들뿐이었다.
산에서 쓰는 가스버너 위에다 코펠에 물을 부어 올렸다. 윤희는 그 방에 앉아 있으려니 숨이 막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가장 작은 방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었다. 방안에는 소연의 몸에서 느껴지던 냄새와 비슷한 것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향기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향수 같기도 하고, 담배 냄새도 조금은 배어 있는 듯하고, 어느 산골의 풀냄새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 방 안의 공기는 서울의 공기라기보다는 인도의 공기인지도 몰랐다. 소연은 인도에서 가져온 차라며 윤희에게 끓여주었다. 침대는 나이만 먹었을 뿐, 달라진 게 있다면 거기에 지영이 누워있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었다.
소연이 내준 차를 다 마시고 윤희는 차에서 가지고 내린 가방에서 집에서 마시던 양주를 꺼내고 그 찻잔에 양주를 소주처럼 가득 부었다. 소연이네 집에는 달랑 두 개의 찻잔이 있었다. 어쩌면 윤희가 마시고 있는 잔은 지영의 것인지도 몰랐다. 소연은 무감각한 표정으로 익숙하게 술을 따르는 윤희의 행동을 보면서 밝았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야?」
소연의 질문에 윤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희는 고개도 들지 않고 술잔을 보며 말했다.
「오래간만에 만났잖아. 너랑 술 마시고 싶어서 그러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엄청 많은 걸…… 그중엔 술이 필요한 이야기도… 있고…」
윤희는 고개를 들어, 소연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윤희의 눈은 망막까지 슬픔으로 가득했다. 소연은 ‘언제라도 술이 없이도 어떤 이야기라도 다 들어줄 수 있어. 알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윤희를 위해서라면 별로 좋은 의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눈물이 어린 눈을 외면했다.
윤희는 술을 삼키는 게 고통스러운 표정이면서도 계속 술만 마셨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소연이 자퇴를 한 후, 인도로 떠났다는 사실과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알아주는 인도 여행가이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연은 윤희의 결혼생활이 그다지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걸 그녀가 말은 안 했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윤희는 소연과 함께 즐겁던 시절의 이야기만 끄집어냈다. 자신의 결혼과 지금의 생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연이 물어보면, 대충 답을 얼버무리거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었다. 어쩌면, 소연보다 늘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녀보다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삶을 감추려는 이유일지도 몰랐다.
소연에게서는 언제나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윤희는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을 만큼 취해 버렸다.
「나, 내일 여행 있는데……」
소연은 아침 일찍 공항에 나가야 한다고 취한 윤희에게 말했다. 윤희는 내일 새벽까지 이야기하다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연은 그냥 웃었을 뿐이다.(‘시간은 아직 충분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너무 오래간만에 만나서였을까.
술을 마시던 윤희는 속에 것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화장실에서 소연은 윤희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급하게 마셨던 술이 다시 밖으로 흘러나왔다. 소연은 윤희의 입가를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윤희는 소연의 어깨에 기대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 뭐가?」
윤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영이……」
소연은 그런 윤희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누구에게도 소유당하고 싶지도, 누구를 소유하고 싶지도 않았어. 지영이를 강제로라도 떠밀어 보내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 녀석 너한테 무척이나 미안해했었어」
「정말로 그런 거야? 함께 있으면 당연히 욕심이 생기잖아? 난 너의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어. 솔직히…」
「그 부분, 의심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지영이에게 사과해야 할 거야」
윤희는 그녀에게서 몸을 일으켜 조금 떨어져 앉았다. 힘을 주고 앉아 있으려 해도 자꾸만 몸이 저절로 흔들거렸다. 「어디 있어? 지영이. 지금 어디 있어? 같이 사는 거 맞지?」 윤희는 정신을 차리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죽었어, 그 녀석. 죽어버렸어」
윤희의 머릿속에 흐르던 술이 가슴으로 한순간 밀려들었다. 숨이 막혔다. 그녀는 방금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소연은 침착했다. 윤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지영이에게 감정이 남아있었던 거야?」 윤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녀석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 너의 사랑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지영이 많이 괴로워했어!」
윤희는 고개를 들어 담배연기에 찌든 천장을 보았다.
「지영이는 속에 있는 생각을 너에게 말하지 못하고 너를 정리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 네가 재원이라는 남자를 만나기 시작한 거 나도, 지영이도 알고 있었어.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했었어, 그 녀석. 지영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윤희는 볼과 콧등 사이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윤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영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어. 그때 마지막으로 인도에 갔다 오겠다고 말하더라고…… 너 때문이었어」
「……」
「무언가 결심을 해야 했을 거야. 너 때문에 이 세상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려 했던 거 아닐까?」
윤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영이는 윤희에게 단 한마디 떠난다는 말도 하지 않고 인도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지영이는 단 한 번도 윤희와 어떤 감정으로 만나는 건지, 무슨 관계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생각인지 표현하지 않았었다. 소연이가 끝도 없이 꺼내는 지영이의 이야기들이 정말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눈앞이 아득하게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인도로 떠나고 두 달 동안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어. 인도에 갈 기회가 생겨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에게 알아보니 네팔의 어느 산에서 얼어 죽었데. 떠나기 전에 그곳 친구들에게 자기가 살아서 돌아오면 이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했었데……」
「……」
「그 녀석이 죽은 곳은 무음의 세계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었어.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
윤희는 일어나 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남아있는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소연은 그녀와 나란히 앉아 담배만 피웠다. 윤희는 전혀 취하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기엔 모든 걸 초월한 목소리 뿐이었다.
「예기치 못한 이별은 항상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슬프게 하지. 사랑하면 할수록, 우정이 크면 클수록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그만큼 큰 상실감, 상처를 남기는 걸까? 내일…… 그곳에 가줄 수 있니? 아니, 나보다는 그 아이가 죽었다는 그 산에 더 가깝게 있는 걸 테지…. 그럼, 지영에게 내 몫의 명복을 빌어줘.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해줘. 바보 같은 놈, 눈 내리는 산에 뭐가 있다고……」
윤희는 들고 있던 찻잔을 벽에 힘껏 던졌다. 찻잔의 파편은 방 여기저기로 떨어졌다.
「나는 그냥……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셋이서 예전처럼 술이나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어. 정말로 보고 싶었단 말이야… 정말로……」
윤희는 한참을 울다가 그렇게 옆으로 스러져 잠이 들었다. 소연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앉아 담배를 피웠다. 윤희는 지금, 눈 덮인 그곳, 지영이가 새로운 삶을 꿈꾸려고 자신을 버리던 그곳에 함께 있는지도 모르겠다.(‘내가 누리지 못하는 행복과 기쁨, 성공과 영광까지 너에 몫이 되길 바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지영이 윤희에게 속삭였다.) 윤희의 얼룩진 눈가에 옅은 통증이 스쳤다.
소연은 울다 지쳐 잠든 윤희의 젖어있는 새까만 속눈썹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윤희와 결혼한 사람의 연락처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결혼한 남자의 연락처는 없었다. 소연은 이따금 윤희가 생각날 때마다, ‘재원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윤희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탓하곤 했었다. 소연은 윤희가 결혼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누구와 했는지는 몰랐었다.
가방 속에는 조그마한 화장품 가방과 핸드폰, 그리고 오래된 일기장이 들어있었다. ‘언제부터 가지고 다녔을까.’ 생각하면서 소연은 조심스럽게 그 일기장을 펼쳤다.
그 속엔 소연과 지영, 그리고 재원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지영이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나자, 소연은 윤희가 재원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지영에 대한 상실감을 다른 것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박했을 나날들이었던 것이다. 그 일기장의 마지막에 윤희는 재원을 사랑하고 있었다.
지영이가 시린 눈보라 속에서 다른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을 때, 윤희는 재원과 함께 있었다. 지영이 죽어가던 그 순간에도. 삶은 이따금 보잘것 없이, 황망한 엔딩을 선사하는 것이다. 일기장의 마지막엔 재원의 연락처가 남아있었다. 여러 개의 번호였는데, 집과 아르바이트라고 적힌 번호, 그리고 고시원 번호였다.
고시원 번호가 마지막에 쓴 것처럼 느껴졌다. 윤희는 자신과 헤어진 재원이 고시원에 들어갔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소연은 재원과 연락하기 위해 가장 최근의 연락처로 보이는 고시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그곳 총무는 재원과 지금도 간간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가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것도 지금은 고등학교의 국어선생님이 되어있다는 것도 소연에게 말해주었다. 고시원 총무가 알려준 재원의 전화번호는 다른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소연은 전화안내 서비스로 바뀐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전화를 걸었을 때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핸드폰으로 넘어가게 해 놓은 전화였다. 핸드폰 신호음이 들렸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재원의 목소리다.
「여보세요?」
「장재원 씨… 저, 윤희 친구 소연인데요,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미안해요. 지금 윤희가 많이 취해서 와서 데리고 가주셨으면 해요. 저는 내일 아침 일찍 공항에 가봐야 하거든요. 한동안 한국에 없을 거예요」
저쪽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여보세요? 듣고 계세요?」
「네, 미안합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깊이 관계되어 그걸 빼고는 인생을 말할 수 없는 깜깜한 밤이 도시에 내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