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시작은 묘지 투어와 함께.

끝은 시작을 이끈다

by 손두부

나는 주말이 되면 city of Orange(오렌지카운티안에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 제법 유지되어있는)에 있는 빈티지샵에 들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간의 흐름과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는 매력적인 물건들을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보물 찾기에 실패한 날이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이곳이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묘지 투어’ 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잡히지 않는 날이면 나는 이곳을 종종 찾는다.


가게 주인은 큰 공간을 작은 섹션으로 나누어 각각의 벤더들에게 그 공간을 대여한다. 벤더들은 누군가가 죽은 후 나온 에스테잇 세일 물건을 가지고 와 이곳에 진열해놓으면, 가게 주인은 그 벤더들을 대신해 물건을 팔아주는 일을 하면서 가게는 운영된다.


그날은 발 사이즈가 5인 멋쟁이 할머니의 물건이 들어온 날이었다.

나는 멋쟁이 할머니의 깃털 달린 모자도 써보고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코트도 어깨에 걸쳐보았다.

그녀가 읽었던 낡은 책들도 훑어보고, 정성스럽게 닦아가며 썼을 커트러리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구석 구석 둘러보다 보니 짝이 없는 촛대 한 개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다리가 예쁜 촛대였다.

나는 그녀가 어느 밤, 혹은 울적한 낮에 촛불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상상을 했다.

결국 나는 짝이 없던 다리가 예쁜 그 촛대를 들고 카운터 앞으로 왔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문 앞에서 벤더들이 들여오는 새로운 짐 박스가 길을 막고 있었다.

가까스로 피해 나오면서 보게 된 그 박스 안에는 Queen과 Duran Duran의 레코드판이 있었다.

틴에이저였던 두 언니들 덕에 나는 일찌감치 국민학생(옛날사람인증) 시절부터 AFKN(진짜 옛날사람 인증)을 통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접하게 됐는데,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도 그렇고, 듀란듀란의 베이시스트 존 테일러도 그렇고, 테일러 집안은 훈남 집안인가 봐~ 하면서 그 당시 작은 언니와 나는 호들갑을 떨고는 했더랬다.

그때 우리가 듣던 그들의 레코드판이 빈티지샵에 들어오는 세월이 된 거다. 이제 더이상 깃털달린 모자나 촛대는 이곳에서 사라지고 내가 익숙했던 것들로 이 가게가 채워지겠지...

어쩔수없이 싱숭생숭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는 이미 예저녁에 죽어버린 슈베르트의 음악을 감상 중이었다.

나는 사들고 온 촛대를 잘 닦은 후,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초를 다. 그리고 나는 발 사이즈가 5였던 그녀가 되어 촛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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