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이 때 우현이 나이가 7살, 한창 공룡에 빠져있을 때의 나이이다.
우현이가 좋아했던 공룡들은 모사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안킬로사우루스였다. 이보다 더 어릴 때에 상어와 악어를 좋아했는데, 조금 더 자라니까 그와 닮은 모사사우루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사실 상어보다 훨씬 크고 다르게 생겼지만 이빨이 닮았다.) 그러면서 다른 공룡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모든 아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아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상은 신기할 만큼 비슷비슷하면서 시기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우현이는 3살 전후로는 자동차와 기차를 좋아했다가 5살 즈음에 동물로 관심이 옮겨 갔다. 동물 중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바로 상어와 악어였다. 그리고 그 다음, 7살 때 좋아한 것이 공룡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변신 로봇이었고, 마지막으로 관심이 많았던 것은 포켓몬스터였던 것 같다. 그 뒤로는 건담을 만들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했다. 지금은 농구와 게임을 좋아한다.
석민이는 독특하게도 쭉 기차만을 좋아했고, 공룡이나 자동차, 로봇, 포켓몬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총을 좋아하게 되었다. 탱크나 비행기 등에도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다. 석민이는 하나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것에 ‘꽂힌다’. 내가 ‘총의 과학’이라는 책을 사줬더니 학교에 가지고 다니면서 독서 시간에 늘 그 책만 읽는다고 했다.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있다고. 총에 대한 설명을 할 때면, 나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군사무기 쪽에 흥미가 있어서인지, 우리나라 역사나 북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지아의 경우, 자동차나 변신 로봇을 좋아한 적은 없는데, 7살 때 공룡은 꽤 좋아했다. 유치원에 가져간 공룡백과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서, 아무데나 펼치고 이름을 맞춰보라 하면 다 맞췄었다. 그 다음인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 좋아했던 것은 슬라임과 먹는 것. 슬라임을 가지고 정말 수준급으로 ‘잘’ 놀았다. ‘바풍(바닥풍선)’도 커다랗게 만들고, 직접 물풀과 엑티베이터, 쉐이빙 폼, 반짝이 가루, 물 등을 섞어서 슬라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먹는 것’은 지아가 음식을 주제로 이것저것 그림도 그리고 모형도 만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 좋아하는 것은 포켓몬스터 중의 하나인 메타몽 캐릭터와 연예인 포토카드다. 연보라색을 좋아하는데 마침 메타몽이 연보라 색이기도 하고,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한다.
사진 속 우현이가 쓴 편지는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께 편지로 보냈다.
뒷모습이 앙증맞다.
1월 5일.
커튼 뒤에 숨어서 지아에게 까꿍놀이 해주던 우현이.
우현이는 아기 때에도 커튼 뒤에 숨는 것을 좋아했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놀아주는구나.
1월 6일.
이제 아기 욕조 말고 큰 욕조에서 목욕하는 지아. 욕실 용품들이 이사 온 뒤 아직 제자리를 못 찾은 채로 분홍색 봉지에 담겨 있다. 대부분 형제가 목욕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었다.
다 씻기고 난 뒤에 아이들에게 바디 로션을 발라줄 때의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개운하고, 보송보송하고, 나른 해진 아이들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줄 때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보송보송해지곤 했다.
요즘도 큰 애는 가끔 아침에 머리를 말려달라고 한다. 늑장부리다 지각하게 생겼을 때, 내가 머리를 말려주는 사이 자기는 양치질을 한다. 여전히 머리를 말려줄 때 머리칼이 사락거리는 그 느낌이 좋다.
1월 7일.
지아가 자꾸 노는 데 방해한다며 짜증내는 석민이. 이럴 바엔 그냥 밖에 나가서 놀겠다고 했다.
막상 나와 보니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금방 집으로….
1월 8일.
햇빛이 좋던 날. 오래된 집이라 추운 날은 집안도 춥다. 아이들이 내복 위에 조끼를 입고 있다.
아파트가 동향으로 지어져서, 아침 해가 뜰 때면 집안 깊숙이까지 햇빛이 들어온다. 바로 앞에 놀이터가 있어서(햇빛을 가로막는 다른 건물이 없어서), 다른 1층집에 비해 빛이 잘 들어오는 편이다.
위 아래로 두 개씩. 앞니가 나왔다.
빼빼로 먹으며 티비보는 행복.
1월 11일.
2층에 우현이, 1층에 석민이가 자고 있다. 지아가 태어나기 몇 개월 전부터 2층 침대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렇게 2층으로 쓰다가 이사하고 얼마 안되어서 그냥 분리하여 둘 다 1층으로 사용했다. 2층침대로 사용하면 2층에서 나오는 먼지나 각질들이 1층으로 다 떨어진다고 하여…. 이 상태로 몇 년 동안 형제가 침실을 같이 썼다. 지금처럼 각 방으로 나누고 각자 자기 방의 침대에서 자게 된 것은 2020년부터이다.
원래 지아를 임신하기 전에는 내가 석민이를, 남편이 우현이를 데리고 모두 한 방에서 잤었다. 특히 석민이는 내 옆에 딱 붙어서 손가락을 빨며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지아가 태어난 뒤에는 우현이, 석민이는 이제 엄마 없이 아빠가 재울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미리 2층 침대를 산 다음에 출산 몇 달 전부터 적응에 들어간 것이었다. 내가 1층에서 석민이를 재우고, 우현이는 2층에서 자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지아가 태어난 뒤에 석민이는 매일 밤마다 엄마랑 자겠다며 울었다. 오랫동안 그랬다.
석민이와 지아. 지아 표정에 서러움이 가득. 뭐가 마음에 안들었을까?
석민이는 할많하않 표정이네.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1월 13일.
오후에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펑펑 눈이 내리자, 우리 동네가 겨울 왕국이 되었다. 주차장이 하얗게 덮이고 큰 나무들이 하얀 옷을 입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강아지처럼 마구 뛰어 놀았다. 나도 지아를 유모차에 태우고서는, 지아가 자는 사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 속 아이들 표정만 봐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만 같다.
1월 16일.
삼촌이 놀러 왔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삼촌이 연주를 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옆에 딱 붙어서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1월 17일.
오빠들이 간식 집어 먹으면 자기도 집어 먹고, 오빠들이 TV 보면 자기도 TV 보고. 지아는 열심이다.
아기라서 같이 놀기 보다는 돌봐 주어야 하다 보니, 오빠들은 지아와 같이 있는 걸 부담스러워 하곤 했다. 지아가 오면 슬그머니 다른 데로 자리를 옮겨서 놀고…. 지아는 그러면 시무룩 해졌다가 금방 다시 기어가서 놀이에 끼려고 애썼다.
1월 19일.
석민이가 아기였을 때, 나의 할머니(그러니까 아이들에게는 외 증조할머니)께서 석민이를 보시고 “어쩜 이렇게 밤톨 같은 아이를 낳았어” 라고 하셨었다. 그 뒤로도 자주 그 말이 생각나곤 했다. ‘밤톨’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표현 같아서.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은 많이 크긴 했지만 여전히 귀엽다.
1월 20일.
놀이방에서 석민이는 지아를 막느라 바쁘다. 형과 재밌게 노는 데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싫고, 자기의 기차 테이블 위에 있는 기찻길들을 다 분리해버리는 것도 싫고….
1월 26일.
눈이 또 왔는데, 형은 유치원가고 없었다. 석민이 혼자 눈사람 만들다가 혼자 하니까 재미없다고 하며 금방 집에 들어갔다.
1월 30일.
지아가 끼어들면 자리를 피했다가, 지아가 쫓아오면 또 다시 도망가는 오빠들. 지금은 셋이 잘 놀지만, 이처럼 지아가 아기 때에는 아무래도 같이 놀기가 어려웠다.
1월 31일.
앞으로 빨리 기어가려다가 바닥에 꽝, 입을 부딪힌 지아. 윗입술이 앞니에 찍혀서 피가 났었다. 많이 놀랐는지 엄마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항상 꽉 안아줄 수 있고, 힘을 줄 수 있는 엄마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나보다 키가 훌쩍 커졌다. 언젠가는 나보다 생각의 크기도 커지겠지.
칼릴 지브란의 시가 생각난다. 부모는 활, 아이는 화살.
나는 지금 힘껏 휘어지고 있는 활인 걸까?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그 때가 되면 나는 삶의 의미를 아이들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할까?
자기 전 목욕하고 머리 말리는 중. 주말이라 아빠가 말려줬다.
세상 제일 행복해 보이는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