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심냈던 것은 아니었을까?

by 몽당

한동안 브런치에 전혀 글을 올리지 못했다. 예전에 소장용 책으로 작성해 두었던 육아 회고록을 고쳐서 올리는 것이었는데도, 그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더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는,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돌이켜보니 나의 육아 회고록은 원래는 그런 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의미가 발견되지 않아도 그저 매일매일이 흘러가도, 길어야 열줄만 써지더라도 괜찮았던 것. 그냥 담담하게 그날에 봤던 것,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 그게 원래의 내 글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기에 예전에 써놓았던 글을 그냥 그대로 옮겨보려고 한다. 짧은 글들이고 대단한 의미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그 담담했던 육아 기록을 나누고 싶다.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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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지금(10살)의 얼굴과 표정이 이 때 사진에서 보인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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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가을이 오는 느낌이 물씬. 석민이도 느끼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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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지아의 이유식을 시작하다.

육아는 매일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새로운 일이 생겨서 성장하게 되는 것인지, 성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인지 이제 슬슬 헷갈린다. 에이 뭐, 굳이 따지지 말자.

첫 이유식은 쌀을 곱게 갈아 체에 친 후에 끓인 미음 같은 죽이었던 것 같다. 사진에서 먹고 있는 것이 바로 첫 이유식으로 보인다. 첫 음식을 맛본 지아의 표정은 맛있다는 걸까, 맛없다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코가 찡긋해지는 맛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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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흘러가는 긴 하루. 저녁 9시 넘어 찍은 우현이 사진에는 눈에 졸음이 가득하다. 안 자려고 고집을 피워 보지만, 엄마는 이겨도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눈꺼풀은 못 이긴다.청소년이 되고부터는 친구들과 통화하고 게임한다고 새벽에 잠들곤 해서 골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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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엄마를 향해 항상 웃어주던 이 때!

아이들이 십대가 되고 나니, 엄마를 향한 감정 표현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니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아기 때 사진을 보면 마음이 찡해지곤 한다. 이 때는 아기한테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잘 몰랐다. 아기는 천사가 맞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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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옷에 잔뜩 케찹을 묻힌 채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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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요 표정도, 열여섯살인 지금의 표정과 놀랄만큼 똑같다.

타고난 표정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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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아기 헝겊 책을 가지고 놀던 지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함박웃음을 짓는다. 어, 엄마 나 보고 있었어? 하는 느낌. 아기가 혼자 노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보면 드는 그 비밀스럽고도 신비한 느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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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좀 흐렸지만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형을 열심히 쫓아가는 석민이. 하지만 좀처럼 거리가 안 좁혀져서 속상해 한다. “혀-엉! 형!! 같이 가!!” 소리 질러도 형은 못 들은 척하며 기다려 주질 않는다. 이것이 동생의 비애. 뭘 하든 형 옆에 바로 따라붙을 수가 없어서 속이 상한다. 어른들의 칭찬도 동생보다 잘하는 형이 다 받는다. 약이 오른다. 주위에 다른 것들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형을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동생으로 자란 내가 형제를 키워보니, 형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형의 마음은 뭐냐고? “절대로 동생에게만은 지면 안된다”인 것 같다. 하하하. 어쩌다 동생에게 지면 난리가 난다. 씩씩대고 울면서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형과 동생의 역학관계는 만들어지고…. 동생은 이기려고, 형은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게 되나 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부터 둘의 자전거 속도는 같아졌다. 더는 자전거로 경쟁하지 않는다. 요즘엔 게임할 때도 겨루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제 둘의 경쟁은 끝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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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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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석민이의 생일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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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오빠 것 멋지지?

아기 장난감보다 오빠들의 자동차, 로봇 장난감이 더 솔깃한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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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는 심하게 다툰 끝에 엄마한테 혼이 났다. 나는 정말 단단히 화가 나서, 둘 다 벽 앞에 손 번쩍 들고 서 있으라고 했다.

‘이거 왜 해야 하는 거야?’ 서로 귀엣말을 속삭이며 자꾸 내려오는 팔을 억지로 힘들게 올리고 있는데, 가만 보니 엄마가 저 쪽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우현이, 석민이의 표정에 슬며시 웃음기가 흐른다. 팔이 슬금슬금 내려온다.

“엄마, 화 다 풀렸지?”

‘아이쿠, 찍지 말 걸….’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형제는 팔을 완전히 내리고서 내 얼굴을 보며 웃고 있다. 둘이 벌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딱 두 장만 몰래 찍었는데, 들켜버렸다. 잔뜩 화난 척을 계속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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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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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레고 조립을 좋아하던 우현이.

레고 뿐만 아니라, 건담 조립, 종이접기 등을 잘했었다.

이제 자기는 다 까먹은 모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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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차 디오라마 전시를 보러 킨텍스에 다녀왔다.

기차를 좋아하는 석민이가 얌전하게 전시를 구경했다. 내가 보기에도 신기한 모형들이 많았다. 너무 정교해서 당장 움직인다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였다.

석민이 덕분에 기차 전시회, 기차 모형 박물관, 철도 박물관 등등 많이도 다녀본 것 같다. 정교한 철도 모형을 만드는 회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인천대공원 옆의 카페에도 모형 기차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뿐이랴, 종이로 작은 기차 모형을 만드는 것 또한 지겨울 정도로 했던 때가 있었다. 특히 남편이 끈기를 갖고 수십 개의 종이 기차 모형을 석민이에게 만들어주었다. 종이 기차 도안이 프린트되어 있는 책이 있었던 것이다. 석민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세계였다. 나는 나무로 된 기차 모형 만드는 것을 도와줬다. 처음엔 거의 다 내가 만들었고, 두번째부터는 석민이가 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을 도와줬다. 석민이도 손재주가 제법 있었다. 이 때 만들어본 경험으로, 이후에 나무 총을 만들 때는 혼자서 전부 만드는 것을 보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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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가을, 브로맨스, 장난, 그리고 해질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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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2015 로보월드에 다녀온 날.

로봇은 한 때 기계공학도였던 엄마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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