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은 이사 준비를 했던 달이었다. 12월에 이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부지런히 새로 이사 갈 집을 꾸미고 틈틈이 이삿짐을 쌌다. 이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부쩍부쩍 컸다. 첫째와 둘째는 물론이고, 아기인 막내는 앉고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막내와 함께 거실에서 바닥에 앉거나 구르거나 기어다닐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 참 특별했다. 모두가 아기에게 맞춰 낮은 곳에서, 천천히 머무르던 시간.
11월 7일.
지아가 혼자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빠만의 놀아주기 스킬.
첫번째. 석민이는 번쩍 들어올려서 놀아준다.
두번째. 지아는 걷기 연습을 시켜준다.
세번째. 우현이에게는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려준다.
11월 8일.
우현이의 생일 축하.
11월 10일.
지아의 식사 시간.
이가 나오는 시기라서 치발기를 계속 씹고 침을 많이 흘리는 지아.
11월 13일.
지아가 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빠들이 오히려 거실에서 굴러다닌다.
11월 15일.
장난꾸러기 우현이가 옷을 가지고 가오나시 흉내를 냈다.
혼자서 기고 앉게 되니, 지아의 존재감 급상승 중.
11월 16일.
저녁 먹고 나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형제.
TV에서 방영해주는 만화 중에 아이들이 이렇게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한 캐릭터는 ‘뽀로로’와 ‘따개비루’였던 것 같다. 목욕을 시킬 때에 따개비루를 틀어주곤 했다.
나 혼자 동시에 세 아이를 씻길 순 없는 노릇이니까, 먼저 씻고 나간 아이는 일부러 잠이 오도록 불을 꺼놓은 집안에서, 무섭지 않게 TV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기다리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두번째도 씻기고 내보내면 둘이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셋째를 씻기고 나면 나도 나와서 셋 다 차례로 로션을 발라준 뒤에 옷을 입힌다. 그러고 나면 컴컴한 분위기에 셋 다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빈다. 잘 준비가 된 거다. 그러면 TV를 끄고 침실로 가서 막내를 업은 채로 두 아이의 침대 옆에 왔다 갔다 하며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자장가를 서너 곡 불러주고 나면 세 아이 모두 어느새 잠들어 있곤 했다.
11월 23일
드디어 우리가 새로 이사할 집의 짐이 다 빠졌다고 하여, 한번 살펴보러 다녀왔다. 우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이다.
이사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여름, 가을 내내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며 집들을 보러 다녔었다. 지아를 아기띠로 매고서. 오래된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 매물도 많지 않았다. 아무튼 가을이 다 가기 전에 1층에, 방이 4개이고, 거실이 널찍하고, 놀이터도 학교도 유치원도 가까이 있는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아직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이 집이다.
짐이 다 빠진 집안을 한번 둘러보고서, 유치원 하원 시간에 맞춰 우현이를 데리러 갔다. 항상 멀리까지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녔던 우현이는 직접 데리러 와줬다고 기뻐했다. ‘이제 유치원까지 걸어서 데려다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흐뭇했다. 우현이에게 이사 갈 집 구경을 시켜주고서 같이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았다. 워낙 오래된 아파트여서 나무들이 큰 공원의 나무들처럼 컸다. 화단에는 마침 샛노란 은행잎이 수북하게 깔려 있어서 노란 손수건 마냥 우리를 반겨주는 것만 같았다.
11월 27일.
기어다니게 되자, 잠시도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않은 지아. 각 방에도 들락날락, 부엌에도 현관에도 들락날락. 엄마는 지아가 행여나 물건들을 입에 가지고 갈까 봐 치우느라 바쁘다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