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들과 이렇게 좋은 날씨의 주말 오후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자기 친구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만난 아이와 하루 종일 통화를 하는 등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오픈 채팅 같은 걸 통해서 연애를 하냐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4개월쯤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고 온라인과 전화 통화를 통해서만 만나는데, 완전히 푹 빠져서 친구들 연락도 씹기 일쑤라는 것이다. “원래 연애하면 그래.”라고 말해주니 “오픈 채팅 때문에 친구 연락을 씹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계속 통화 중인 건 원래 연애하면 그렇다니까. 근데 왜 오픈 채팅으로 연애하는 건 좀 아니라는 거야?” 여러 번 물어도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오픈 채팅에 있는 사람들은 다 이상한 사람, 이라고만 했다.
그래서 옛날 얘기를 꺼냈다. 라떼는 말이야,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는 말이야, 펜팔 친구라는 게 있었어. 청소년들이 보는 잡지 같은 것 어느 귀퉁이에, “펜팔 친구 찾아요. 편지 보낼 주소는 @@@” 이렇게 광고처럼 넣어서 펜팔 친구를 찾기도 했어. 그렇게 얼굴 한번 안 보고 편지만 몇 년을 주고받다가 결혼한 사람도 있었어, 엄마가 알던 사람 중에. 엄마도 중학생 때 모르는 남학생 둘과 엄마 친구랑 같이 ‘판타지 소설 이어 쓰기’ 같은 것도 했었는데? 이메일로. 그리고 최근 어느 통계 자료에서 보았는데, 미국에서는 커플이 서로 만나게 된 경로가 온라인인 비율이 꽤 높아.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이가 실제로 만나서 연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 온라인 연애이면 뭐 어때. 네 친구는 그 감정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지 않을까?
그러자 아들은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엄마랑 저는 정말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통수에다 대고 '이 녀석아, 너도 1년 반쯤 전에 오픈 채팅에서 알게 된 여자랑 밤새 통화해서 엄마가 걱정했던 거 기억 안 나?'하려다가 말았다.
그랬다. 그랬던 녀석이, 고 사이 오픈 채팅은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또 친구가 여자랑 통화하느라 연락이 안 되면 이상해진 것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어떤 감정이 있는 걸까. 분명히 평소랑 다른 친구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연애하기 좋은 날씨의 6월이다. 계속 통화 중이라 연락이 안 된다는 아들의 친구는 아마 게임보다 더 빠져들 대상을 만난 것이겠지. 과정이 어떻고 결과가 어떻든 사람이 사람에게 빠져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서만이라니, 더 낭만적이구만 그래. 솔직히 아마 딸애가 들려준 얘기였으면, 나는 그 부모가 걱정을 하고 있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중학생 때 모르는 남학생들과 온라인에서 소설 이어쓰기를 하지 않았던가! 그때 그렇게 한 번만 실제로 만나보자던 남자애들은 나이를 먹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희망하던 대로 소설가가 되었을까? 중학생 때 부끄러움 없이 소설 이어쓰기같은 걸 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