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공간 트렌드 돌아보기_리테일편'에 이어
이번에는 ESG편을 준비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 탓에 많은 분들이 잊으셨겠지만,
지난 여름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웠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역시 10월까지 더위가
이어져 '추석'이라는 명절 이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죠. 11월에 방문했던 도쿄에서는 반팔차림의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더워지는
날씨 탓에 기후 변화를 사람들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에 반해 지난번 리테일 편에서도 주제로 다뤘던
AI 덕분에 지구상의 수많은 데이터센터가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구글이 AI로 인해 배출한 온실가스가
유럽의 소국가 단위 정도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AI는 이제 시작단계일 뿐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생태계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어떤 양상을 나타낼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우려와 걱정에 대한 목소리 때문인지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2024년 파리 올림픽은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워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죠. 에어컨이 없는 숙소부터 새로 지은
건물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경기장까지 탄소배출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서 선수들과 많은 운영진들이
더위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죠.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거부감을 드러냈던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입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적극 지원과 친환경 분야에
대한 배척을 최우선적 정책으로 내세우는 그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앞으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세계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화할 지 주목이 되는데요.
작년 말부터 ESG팀에서 친환경 공간 업무를
다루며 이 주제로 포스팅을 해 왔습니다.
1년을 돌아보니 유난히 지속가능성, 특히 공간과
연관지어 생각할만한 많은 흐름과 사건들이
가득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2025년은
어쩌면 올해보다 더 뜨겁고 견디기 힘든 여름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려는 흐름에 반기를 드는
국제 정세는 예고편 처럼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궁금합니다. 우리가 삶을 지속하는 공간은
어떻게 이를 담아낼 것인지, 올 한해를 장식했던
이야기들을 돌아보며 짐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첫번째
2024년 파리 올림픽,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축제
파리올림픽이 남긴 지속가능한 공간과 이야기들
2024년 지속가능성, 그리고 공간과 관련해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고 한다면 파리 올림픽이
될 것입니다. 기존 올림픽 행사의 탄소배출량보다
절반을 줄이겠다는 목표와 그 의지가 곳곳에서
배어나왔죠. 도미니크 페로가 마스터플랜을
계획한 선수촌은 자연환기에 유리한 배치계획과
함께 냉방설비를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때마다 화려한 주경기장이 이슈가 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올림픽은 새로 짓는 경기장 조차
거의 없이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모습이었죠.
그 정점에 있었던 행사가 바로 개막식이었습니다.
세느강을 무대로 한 행사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결론적으로 야속한 폭우로 인해 극적인 효과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개막 전 환경을 위한 이런 정책이 과연 참가자와
관객들을 위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나왔지만, 폐막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교훈을 남긴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친환경'은 '친인간'이 될 수
없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시켜준 이벤트였죠.
하지만 폐막 이후 활용도가 떨어진 많은 경기장
시설을 보며 씁쓸한 맛을 삼킨 많은 대회들과
달리, 그 발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은 파리 올림픽이
남기는 시사점은 분명 클 것입니다.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두번째
뜨거워지는 지구, 길어진 여름
기후줄무늬의 경고, 탄소중립 국가기상센터 설계공모
올해 ESG트렌드와 공간기획 포스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후 줄무늬'를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원어로는 'Warming Stripe', 즉 온난화
줄무늬인 것이죠. 지구 온도가 높아질 수록 붉은 색을
띄는데, 이제는 더 짙은 색깔이 필요할 정도로
온난화의 심각성이 커졌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연초에는 그저 으레 나오는 경고성 기사려니 했지만,
여름이 되어 그 경고는 현실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2024년의 여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9도 높았고
이는 1973년 이래 최고 높은 온도였습니다.
여름이 점점 길어져 이제 9월을 가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가 되었죠.
4월에 있었던 국가기상센터 설계공모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맞서 탄소중립을 설계조건으로 제시한
거의 최초의 경쟁설계였습니다. 저 역시도 관심을
갖고 유튜브 라이브로 심사를 지켜봤습니다.
심사 결과가 다소 예상 외로 나오기도 했고, 과연
설계안이 뜨거워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를
견뎌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전제로 한 해외사(PLP 아키텍츠)의
시뮬레이션과 다양한 친환경 요소가 적용이 되었고
무엇보다 기후에 대한 예측을 관장하는 기상청의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기에, 발주처와 건축가의
세심한 설계 진행이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모처럼 준공시 방문해보고 싶은 공공건축물이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세번째
고쳐쓴 공간으로 환경을 생각한다
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한 구글의 새 사옥, 그 이면의 이야기들
올 2월, 구글이 새로운 사옥이 준공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기존에 빅 텐트 형상을 한 베이뷰 사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구글이었지만, 이번 신사옥은
리노베이션이었습니다. 뉴욕의 세인트존스 터미널로
사용되던 건물을 고쳐서 쓴 것이죠. 그들이 새 사옥을
홍보하면서 내세운 가장 핵심 문구가 '새로 짓지 않고
리노베이션한 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78,400톤의 온실
가스를 저감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환경에 대한 기여 외에 비용 저감과 검토해야할
수많은 여건들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겠지만, 환경에
대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건축과
공간 관련 전문가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름 즈음 그들이 2023년 배출한 온실가스
양에 대한 기사를 보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죠.
리노베이션 사옥으로 아낀 온실 가스는 8만톤이
조금 못되지만, 그들의 데이터센터가 배출한 양은
무려 2023년 한 해 1430만톤이었습니다. 유럽의
라트비아 한 국가가 배출한 양과 맞먹는 수치라고
합니다. 개발행위 정도를 줄여 환경에 대한 영향을
저감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수백배 이상을 배출하면서 홍보문구
전면에 온실가스 저감을 내세우는 그들의 행위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AI의 진보로 인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2025년, 우리의 환경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네번째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한 공간들
포터리반의 모두를 위한 가구 컬렉션 /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어린이병원
2024년 주목받았던 개발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시니어'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트렌드에 발맞춰
많은 자산운용사, 개발사들이 시니어관련 개발상품
연구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극심한 저출산을 겪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 예비 부모 또는 아이를 한창 키우는 가족
들을 위한 공간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현실입니다. 이렇게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배려한 브랜드와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소식이 저에게는 그저 반갑기만 했습니다.
신체가 불편한 분들을 배려하면서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잃지 않아 사용자들 역시도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는 포터리반과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협업 컬렉션이야기, 그리고 어린이 환우들을 위해
빛과 정원이 가득한 공간을 선사한 프리츠커 수상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어린이 병원 이야기
까지, 2025년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는 이런
공간을 더 많이 소개시켜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다섯번째
다시, 정원으로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이 걸어온 길 / 생태를 고려한 다양한 공원들
올해 열린 전시 중 무엇보다도 의미가 컸던 것이
바로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의 개인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올림픽공원, 서울식물원 등
수많은 공공 프로젝트와 아모레퍼시픽 사옥,
호암미술관 희원 등 기업의 시그니처 공간 등
대한민국의 조경에서 그분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조경가'는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땅에 쓰는 시'라는 주제만큼이나 깊은 철학을
보여줬던 선생님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유퀴즈와 같이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셔서 조경 디자인의 가치를 알리시는데
큰 역할을 하셨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작업을
알리시고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반성을 했던 올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여섯번째
지속가능을 말하는 건축가들
스노헤타 / 헤닝 라르센 / 노먼 포스터의 공간들
올해 주목받았던 건축, 공간관련 행사를 꼽으라면
단연 노먼 포스터의 전시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행보가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어져 왔기에 직접 가보지 않을 수 없었죠.
건축 디자인과 관계된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할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가의 메세지와 이를
전시기획으로 잘 살린 덕분에 많은 영감을 받고
올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적 메세지를 말하는 것은 이제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업을 전개해 나가면서 이를
기본으로 삼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죠. 게다가 기능적인 면과 함께 디자인으로
일체화 시켜 우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수십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의 방법론을 세운 건축가만이 가능한 일
이라고 할 수 있죠. 노먼 포스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베이징 도서관을 통해 친환경 건축의
트렌드를 보여준 스노헤타, 자연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알레만 스레텐'의 철학을
공간으로 선보인 헤닝 라르센 역시도 주목할 만
합니다. 2025년에는 어떤 건축과 공간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해석하고 담게 될까요.
2024년 공간 트렌드(ESG) 돌아보기 _ 일번째
노들섬은 언제쯤 편안히 쉬게 될까
헤더윅이 제시하는 노들섬의 미래가 과연 정답일까
2024년을 장식했던 공간 이슈 중 노들섬 설계공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에도
새로 오픈한 공간을 선보이며 그의 화려한 디자인
언어를 세계 곳곳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디자인을 연상하게 하는 그의 노들섬
디자인 안을 보면서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노들섬을 좀
쉬게 하면 안될까'라고 말이죠.
얼마 전 다녀온 아자부다이 힐즈의 굽이치는 저층
리테일 부분도 그의 작품이었죠.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그의 언어가 노들섬 역시도 화려하게 장식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연 시간이 지속되어도
그 힘이 계속 될 지는 미지수라 생각합니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긴 호흡으로 노들섬이
자리하게 기다려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2024년 공간 트렌드를 리테일, 그리고 ESG 주제로
나누어 각 7가지의 흐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올 해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ESG트렌드를
별도로 정리해 포스팅을 하다보니 환경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제법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제 지속가능함이라는 트렌드가
그저 이슈거리로 취급되는 것이 아닌 '기본'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이제 '리테일', 'ESG'로 구분하기 보다
주제를 연계시켜 통합적으로 포스팅을 전개해
보려 합니다 :)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기대해 주신
만큼 더 깊은 성찰을 통해 인사이트를 드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 한 해도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고, 더없이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해가
되시기를 온 마음 다해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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