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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Aug 09. 2021

삼시세끼 내내 집밥으로 불태운 주말

덕라이스부터 김치찜까지! 별별 요리 총출동

주말에는 보통 한두 끼는 외식을 하거나 대충 때우기 마련인데,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뀌 놓았다. 일단 집콕이기 때문에 강제 집밥이라는 점,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많아졌기에 각종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


정리해보자면 집콕의 무료함을 이색적인 요리로 조금이나마 답답한 마음을 달랜다고나 할까.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주말 내내 총 6끼를 성실하게 집밥을 먹었다. 몸은 좀 고됬지만 그래도 덕분에 냉장고도 비우고, 외식비도 아끼고 좋은 점도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주말 삼시세끼의 식탁 이야기.



일단 토요일 아침밥상부터. 아침부터 힘 빼면 안 되니까, 무조건 가볍게 시작한다. 일명, 아무 건강 샐러드. 여름에는 역시 최대한 불을 쓰지 않는 요리가 최고다. 각종 야채와 견과류, 그리고 푹 익은 바나나에 단백질 담당 삶은 계란 까지. 사과주스까지 곁들이니 완전 건강식이 따로 없다.

요새 한참 꽂힌 요거트 드레싱



점심은 스페셜 요리! 홍합탕과 덕라이스로 준비한다. 홍합 손질을 부지런히 마치고, 파, 마늘, 고추, 소금 이렇게만 넣고 푹 끓였을 뿐인데 맛이 끝내준다. 이런 감칠맛 나는 국물이 육수도 아니고 맹물로부터 나다니, 홍합의 위대함에 그저 신기했다. 어차피 애들은 맵다고 못 먹을 거 같을게 뻔해서 아예 처음부터 어른 입맛에 맞춰 매칼 하게 끓였더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다음으로 덕라이스! 원래는 며칠 전 빠에야를 해 먹고 그때 산 빠에야 시즈닝 남은 것을 활용해 보았다. 빠에야는 스페인 음식으로 새우, 홍합, 오징어 등을 넣고 먹는 일종의 리조또 같은 요리이다. 꼭 해산물만 넣으라는 법 있나? 예전에 마카오에 갔을 때, 매케니즈(마카오 + 포르투갈) 음식인 덕라이스를 먹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며 비슷하게 흉내 내 보기로 한다.


먼저 쌀을 씻어 1시간 정도 불려 놓고 채에 받쳐 물기를 빼놓는다. 동시에 에어프라이에는 오리고기를 굽는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마늘, 토마토, 베이컨을 넣고 볶아준 후 불려놓은 쌀과 빠에야 시즈닝 그리고 물을 넣고 섞는다. 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10~15분 정도 익혀주면 끝. 바닥이 살짝 눌어붙을 정도로 익으면 딱 알맞다.


빠에야인 듯, 빠에야 아닌 덕라이스는 일단 비주얼이 참 좋다. 빠에야 시즈닝에는 샤프란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도 향도 색깔도 고급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다. 샤프란을 따로 사기에는 워낙 고가이기도 하고 자주 먹는 향신료가 아니기 때문에 단독으로 구매하시는 부담스러웠다. 빠에야 시즈닝으로 구매하는 게 백번 나은 선택.


아이들의 시식평은 해산물 버전보다 오리고기 버전이 훨씬 좋다고 했다. 나는 큼직한 새우가 들어간 빠에야가 더 낫던데 말이다. 아무튼 오늘 요리 대 성공!



저녁 요리는 동남아 스타일로 결정! 나시고랭이 요새 종종 생각나던 터라 양념을 미리 사 두었다. 그리고 맛을 확 끌어올려 주는 코코넛 오일도 빠질 수 없다. 팬에 숙주나물, 새우, 마늘, 부추를 볶아주고 나시고랭 양념과 밥을 넣어준 후 잘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계란 프라이 얹어주면 끝.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면 재미없지! 나시고랭을 한 입 먹어보니, 어랏 생각보다 간이 세고 의외로 꽤나 매콤하다. 이거 둘째는 아무래도 못 먹을 거 같다. 순간 또 머릿속에 드는 생각,

 '아 망했다, 또 사서 고생의 서막이구나'


계란 프라이를 활용하면서도, 최대한 빠르고, 컴플레인 없이 먹일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남은 베이컨과 김치를 꺼내서 후다닥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그러고 보니 어제 먹고 남은 장어구이도 생각났다. 근데 장어 소스가 없다. 인터넷으로 후다닥 검색을 해서 대충 스캔한 후 장어소스를 만들어 남편용 메뉴로 장어구이 덮밥을 만든다.


분명 저녁 메뉴는 나시 고랭 하나로 가볍게 끝낼 계획이었으나 처참하게 무너졌다. 무려 3가지 요리를 하게 될 줄이야! 이거 완전 코메디가 따로 없다.


이 웃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래도 찬밥도 싹 해치우고, 각자 맛있게 먹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 본다.

왼쪽부터, 장어덮밥, 김치볶음밥, 나시고랭


저녁밥을 먹고 서둘러 설거지까지 마치고, 여의도에 자전거를 타러 오래간만에 출동해본다. 해가 지는 저녁에는 제법 날씨가 선선해져서 이렇게 자전거를 탈 만 했다. 어느새 이런 날도 오다니, 감격스러웠다. 상하이 못지않은 멋진 야경도 감상하고. 비록 모기는 몇 방 물렸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토요일 저녁 가족 나들이.



또다시 시작된 하루! 주일 아침도 어제 아침과 비슷하게 가볍게 먹는다. 어제 수박을 자르며 자투리 수박으로 만들어 놓은 수박주스와 냉동실에 남아있던 식빵들 총집합, 그리고 역시 바나나와 토마토, 견과류 등을 접시에 담아본다.


여기서 틀린 그림 찾기! 무엇이 다를까요? 정답은,

1) 주스 중 하나만 사과주스

2) 접시 중 하나만 방울토마토


수박주스와 일단 토마토를 싫어하는 까다로운 둘째를 위한 고객 맞춤 식단. 으이구 이 놈의 시집살이는 언제 끝나려나.



점심으로는 한식이 땡겼다. 물론 둘째의 김치찜을 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반영할 겸. 김치찜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반찬은 뭐 고민할 여지도 없이 계란말이이다. 각종 야채 썰어주어 넣어주고 돌돌 말아주면 끝. 예쁜 모양을 위해서는 네모 프라이팬이 필수이다. 샌드위치나 김밥에 넣을 계란을 부치기에도 제격이다.


김치찜은 덜 매운 버전과 매콤한 버전 두 가지로 준비했다. 돼지고기 사태와 묵은지 그리고 다진 마늘, 양파, 파 이렇게 넣고 양념으로는 간장, 설탕, 미림을 넣어주고 푹 끓인다. 여기에 팽이버섯은 냉장고에 있길래 넣어 본 재료.


처음에는 귀찮아서 안 매운 버전 한 가지로 만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콤한 맛을 포기할 수 없는 거다.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중간에 재료를 건져서 작은 냄비로 옮겨 담았다는 후문. 이런 열정은 왜 꼭 먹을 때만 샘솟는 걸까?


김치찜의 킬포인트는, 바로 들기름! 고소함을 담당해주는 아주 고마운 녀석이다. 역시나, 매칼한 김치찜이 내 입맛에는 제격이었다. 쓰리이는 간장 맛의 씻어낸 김치를 넣은 단짠 김치찜을 아주 좋아했다. 그 까다로운 둘째도 밥 두 그릇을 뚝딱할 정도였으니.


살짝 매콤함이 얼얼하게 치고 올라올 때는 계란말이로 중화시켜주면 환상의 조합이다. '역시 한식이 최고로구나'를 느끼는 순간.



주말 삼시세끼의 대미를 장식할 메뉴는, 바로 시저샐러드바질페스토 파스타! 시저샐러드의 소스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이 중에서도 정어리 통조림(엔쵸비)이 핵심이다. 쉽게 말하자면 참치 같은 맛인데 짭조름하면서도 뭔가 감칠맛이 난다. 원래는 파마산 치즈가루가 있으면 좋은데 그게 없는 관계로 예전에 비건 치즈를 만드려고 사 두었던 뉴트리셔널 이스트로 대신했다.


이 웅장한 식재료의 등장 무엇? 먼저 엔쵸비를 잘게 다지고, 모든 재료를 섞어주면 된다. 맛을 보니, "어머 이건 꼭 먹어봐야 해!" 남편에게 한 입 시식을 권해보니 두 눈을 번쩍 뜨며 "아니 무슨 재료를 넣었길래? 이거 엄청 맛있다!"라며 웬일로 진심 어린 리액션을 보여준다. 소스에 공 들인 보람이 있었다. 어쨌거나 소스는 일단 완성이고, 로메인을 손질해 놓고, 베이컨과 식빵을 잘라 각각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는 세상 간단하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마늘과 새우를 넣고 볶다가 삶은 파스타면을 넣고 섞어주면 끝이다. 만드는 건 쉽지만, 아이들은 글루텐프리 스파게티면으로, 어른들은 푸실리로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드느라 좀 복잡했긴 했지만.


만들고 보니, 파스타도 샐러드도 둘 다 짭짤한 맛이다. 그래도 달달한 수박주스가 있어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비록 거대한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일단 온전히 음식을 즐기기로!


드레싱 듬뿍 뿌려 먹는 시저샐러드는 오래간만에 먹어서인지 더더욱 꿀맛이었다. 아삭아삭한 로메인과 크루통, 그리고 베이컨과 드레싱의 맛은 훌륭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고급진 맛이라고 해야 하나.


돌아보니 주말 동안 정말이지 다양한 요리를 해 먹은 것 같다. 한두 끼 외식할 비용으로 주말 내내 화려하게,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이만하면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 집밥 하느라 고생한 나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며! 다가오는 주말에는 또 무슨 특별한 이색 요리를 선보여야 하나? 행복한 고민이 된다.


*본 글은 Daum 홈&쿠킹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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