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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24. 2021

메뉴 고민될 때, 무조건 제육볶음

단짠의 행복이 느껴지는 고기는 언제나 진리!

눈 뜨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바로 새벽 배송 온 박스들! 손가락 몇 번 까딱까딱으로 집 앞까지 안전하게, 그것도 초스피드로 배달되는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살기 좋은 곳이다. 코로나 시대의 영웅이야말로 의료진은 물론이거니와 택배, 배달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참으로 크다. 이 감사한 마음을 어찌 갚을까 싶다. 아무튼 부지런히 먹거리들을 정리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마트에 장 보러 가 본지 기억이 가물가물~ 온라인 장보기 만세!


비몽사몽 하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쌩쌩하다. 오빠가 잠에서 덜 깨서 소파에 누워있는데 굳이 나팔을 가져와서 기상하라며 압박을 넣는 둘째. 너란 여자, 자비란 1도 없는 거니! 하여간 개성이 넘친다.

시끄러운 나팔소리로 잠을 깨워주는 안 친절한 현실 남매


개인적으로 그리스 음식을 좋아한다. 그 신선하고도 가벼운 느낌이 좋다고나 할까. 홍대에서 합정동으로 옮긴 그리스 음식점은 오랜 단골 맛집인데, 그 맛을 느끼러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난데없이 그리스 샐러드를 흉내 내 보기로 한다. 올리브도 넣고 적양파도 넣어야 좀 더 제대로 이겠지만 늘 그래 왔듯이 집에 있는 재료로 어지간히 흉내내기로 한다. 집에 오이와 토마토 풍년이라 넉넉히 썰어주고 여기에 요거트 드레싱도 준비한다. 


홈메이드 두유요거트에 소금 후추 넣고 레몬즙도 살짝, 꿀도 살짝 그리고 올리브유 듬뿍 넣어 섞어주면 완성. 을마나 맛있게요! 소스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 건지. 조금만 공을 들여 직접 만든 드레싱은 시판 드레싱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이전에 딸기바나나주스의 굴욕 사건을 만회하고자 심기일전하고 재 도전! 칼날을 제대로 맞물려 잠겄는지 확인 또 확인을 거듭한다. 이번에는 절대 폭망 하지 않으리. 다행히 이번에는 성공했다.


기정떡, 현미쑥떡까지 꺼내 놓으면 아침 식사 준비 끝. 딸기바나나주스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리필 요청이 쇄도해도 당황하지 않는다. 이럴 줄 알고 넉넉히 만들어 놨지롱. 꿀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과일 자체 당도가 높아서 어찌나 달콤한지, 잠시 살찔 걱정은 접어두고 일단 맛있게 먹는다.

조식나왔습니다~ 딸기바나나주스부터 원샷하던 아이들이란


무엇보다도 아침식사의 꽃은 이 샐러 드였다는 거! 늘 먹던 샐러드였지만, 드레싱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작은 차이로 색다르게 느껴졌다. 또 해 먹어야지!

그리스식 샐러드라고 하기엔 좀 부실하지만 맛은 꽤 괜찮음



아침을 다소 간소하게 먹었으니 점심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밀려온다. 고기를 좋아하는 쓰리이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면 제육볶음으로 결정! 냉장고를 보니 콩나물도 있고 상추도 있길래 모두 꺼내놓는다. 콩나물 국을 끓이려다가 에라 날도 덥고 귀찮은데 무슨 국이냐 싶어 그냥 제육볶음에 아삭함을 담당하기로 한다. 제육볶음의 업그레이드 버전 콩불(콩나물불고기)의 탄생 배경이랄까. 이 외에도 갖은 야채 탈탈 털어 썰어준다. 덕분에 꽉 차 있던 냉장고의 야채 칸이 확 줄었다.


맛의 키 포인트는 바로, 이 것! 돼지고기 잡내를 줄여줄 생강가루 한 스푼(물론 작은 티 스푼이다). 마늘이나 맛술, 후춧가루로는 잡히지 않는 미세한 잡내를 단번에 불식시켜준다. 물론 다진 생강이 있으면 더 좋지만 장기 보관이 편리한 생강가루를 선호한다. 간장소스로 맛을 내고 설탕도 듬뿍 뿌려준다. 


아이들 입맛에 맞게 간을 한 후에 절반 정도 덜어 놓고 이제는 어른용 매콤한 맛 버전을 만들 차례! 이 붉은 소스의 정체는? 바로 어제 점심에 먹었던 기름 떡볶이를 위해 만든 소스 남은 거. 역시 나는 재활용 요리의 달인인가 보다. 마치 일부러 만든 소스처럼 어찌나 찰떡궁합인지. 제육볶음의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제육볶음의 비법은? 생강가루, 그리고 남아 있던 떡볶이 소스


이로써 두 가지 버전의 제육볶음이 완성되었다. 거의 야채 반, 고기 반이다. 역시 한식의 마무리는 참깨 솔솔 뿌리기. 뚝딱 한 그릇 요리가 탄생하였다. 오늘 점심은 최소한 설거지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싶다.

콩나물과 야채 듬뿍! 제육볶음 


단짠의 조화는 언제나 옳다. 이건 뭐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지 않은가. 여기에 친정표 깻잎나물과 김치도 같이 곁들인다. 아삭아삭 콩나물의 식감이 역시나 좋다. 밥 한 공기 추가를 부르는 이 맛 이란.



점심을 잘 먹고도 뭔가 허전하다. 이 날 따라 왜 이렇게도 빵이 먹고 싶던지. 무더위에 밖으로 나갈 자신은 없고 고민 끝에 빵 배달을 시킨다. 20분도 안돼서 총알같이 쌀카스테라와 아몬드 크루아상이 도착했다. 할렐루야! 아이들과 함께 잠시 달달한 간식 시간을 가져본다. 



저녁에도 또 한 번 야채 털기 대 작전! 골뱅이를 필두로 하여 비빔면을 만들어 본다. 이번 메뉴의 핵심은 바로 참외! 콩나물 못지않게 아삭아삭함을 자랑하는 참외는 달달한 맛도 있어 비빔면에도 꽤나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마치 사교성 1등인 전학생 이라고나 할까. 안 어울릴 것 같아 그 맛이 상상이 잘 안된다면 당장 실행해보기를. 그 근사한 맛에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야채 속에 슬쩍 숨어 있는 너의 정체는? 바로 참외랍니다


물론 시판 냉면 육수도 필수 재료이다. 잠시 냉동실로 자리를 옮겨 시원하게 해 준 후 절반 정도 부어준다. 고로 우리 네 식구는 육수 2개면 충분하다. 


그냥 언뜻 보기에는 별로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비빔면이라지만 참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준다. 야채들 틈바구니에서 조용히 잠복근무하다가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고나 할까.


골뱅이 역시 밋밋함을 잡아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매운맛이 전혀 없던 아삭이 고추도 듬뿍 넣었다. 야채를 푸짐하게 먹으니 마음도 풍성해지는 이 기분이란! 칼로리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죄책감도 덜 수 있으니 이래 저래 참 괜찮은 저녁 메뉴였다.



후식으로는 충분히 후숙 된 멜론!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져서 당황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밥솥이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다. 취사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서 고장인지 아닌 건지 아리송하다. 10여 년 사용하고 난 가전제품이 하나둘씩 고장 나는 걸 보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짐과 동시에 가전제품 회사에서 일부러 이렇게 수명주기를 만든 건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실은 오늘 점심에도 제육볶음을 만들며 밥이 말썽을 부려 결국은 냉동실에 있던 비상용 찬밥을 긴급 투입했다. 주부로써 밥이 안 될 때, 참으로 진땀이 빠지는 상황이다. 아무튼 오늘은 밥솥 A/S를 좀 알아봐야겠다. 아니다 이 참에 하나 새로 사야 하나?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드는 이 밤.


*본 글은 Daum 홈&쿠킹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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