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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Aug 05. 2021

돼지갈비찜 하나로 대동단결!

가족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드는 비장의 메뉴

친한 언니에게 받은 선물이 도착했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를 위한 맞춤형 선물, 아이스티! 엄밀히 말하면 남편 생일 선물로 받은 건데 뭐 같이 먹으면 되는 거니까. 어제 늦게 잠든 터라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는 아이들 덕분에 아침이 여유롭다. 갓 구운 크루아상과 차 한잔,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이 소확행이란.


(참고로 우리 애들로 말할 것 같으면, 워낙 잠도 없고 자주 깨는 걸로 유명함. 여름 방학인데도 빠르면 6시 반이면 기상하는, 무셔운 새나라의 어린이들)

애들 잘 때 몰래 빵 먹기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슬슬 일어나는 두 초딩들을 위해 부지런히 아침밥을 준비한다. 방학이니까, 아침은 가볍게! 현미쑥인절미와 시리얼과 견과류를 넣은 두유요거트, 방울토마토, 그리고 과일주스까지.

조식나왔습니다~


친정에서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마늘꿀절임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아무래도 미니 크루아상 하나로는 배가 차지 않는 나는 어제 먹고 남은 떡볶이를 처리하기로 한다. 아침부터 떡볶이라니!

아침 밥상에 우리들도 추가요~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여름 성경학교를 마치고, 선물로 치킨 모바일 쿠폰을 받았다. 그것도 2개나! 물론 치킨에는 밀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 동안 끊고 지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 간절하다. 아이들 알레르기 비염 증세에 차도가 있어 8월부터는 밀가루를 어쩌다 한 번은 소량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래 먹자 먹어!


네 식구가 치킨 1마리는 부족하고, 2마리로는 분명 남길게 뻔하다. 하지만 남은 치킨으로는 치킨마요덮밥을 만들어 먹으면 되니 차라리 넉넉하게 먹고 남기는 쪽을 택한다.


그리하여 냉장고에서 하룻밤을 대기 남은 치킨을 소환시킨다. 양파, 마늘, 대파, 쪽파, 계란 그리고 간장, 설탕, 맛술, 마요네즈, 후추를 집합시킨다.

치킨마요덮밥 만들기 시작!


마늘과 양파, 파는 넉넉하게 준비할수록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도 좋고 치킨의 느끼함을 달래주려면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게 좋다. 기름에 먼저 볶아준 후에 물과 간장, 설탕, 후추를 넣어 단짠을 잘 조절하여 소스를 끓여준다. 동시에 치킨도 볶어주어 바삭한 맛을 살리는 일명 '심폐소생술'을 시키고, 또 다른 팬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둔다.

인덕션 풀 가동~ 아이고 덥다 더워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마요네즈를 준비한다. 약통에 넣어도 되지만 없는 관계로 비닐에 넣어 이쑤시개로 구멍을 뽕 뚫어주어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음으로 그릇에 담는 순서가 중요하다. 맨 먼저 밥을 깔아주고 테두리에 스크램블 에그를 둘러준다. 그리고 양파 간장소스, 치킨을 차례로 담고 마지막으로 마요네즈와 쪽파로 장식하면 치킨마요덮밥이 드디어 완성이다.

치킨마요덮밥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어제 먹었던 치킨보다 오늘의 치킨마요덮밥이 더 맛있다는 사실! 이 조합은 누가 만든 건지, 정말이지 훌륭한 한 그릇 요리다. 아이들도 맛있다며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남은 치킨도 처리하고, 한 끼 식사도 얼렁뚱땅 해결하고 여러모로 이득 로구나.

폭풍 흡입하게 만든 치킨마요덮밥



한낮임에도 빠꼼하고 온도가 낮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심심하다고 몸부림치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로 갔다. 물론 평소보다 훨씬 시원한 날씨였지만 여름은 여름인지 가볍게 1시간을 놀았음에도 집에 오니 어질어질하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 후다닥 당을 충전해야 저녁밥을 만들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사 둔 카야잼이 생각난다. 아! 그렇다면 카야토스트로구나~ 여기에는 두툼한 버터가 들어가는 게 핵심이다. 잼도 듬뿍 발라주면 초간단 간식 메뉴 완성. 커피 대용 오르조(보리차) 티도 시원하게 곁들이니 방금 전까지 방전될뻔한 컨디션이 확 회복되는 느낌이다. 칼로리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싱가포르의 추억이 새록새록~ 카야토스트



저녁 메뉴는 쓰리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돼지갈비찜이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흠이지만. 돼지갈비는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한 스푼 넣고 30분가량 담가놓아 핏물을 빼는 방법이 찬물에 오랜 시간 담가놓는 쪽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핏물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이제 한번 데치기 과정이다. 월계수 잎과 후추를 넣고 끓여주다가 불순물이 충분히 올라오면 불을 끄고 고기를 건져낸다.


고기를 데치는 동안 야채를 준비한다. 그리고 소스는 세상 편하게 시판 양념소스로. 이 더운 여름에 불 앞에 한참을 서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라도 체력을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합리화를 시켜봄). 여기에 집에 간식용으로 있던 밤도 추가해 주었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야채들은 깍둑썰기로 끝냈지만, 이날만큼은 둥글려 깎기를 해보았다. 재료 손질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으나 확실히 돼지갈비찜을 끓이며 아무리 뒤적거려도 놀랍게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둥글리기를 하지 않았을 때는 재료들이 뭉개지기 마련인데, 역시나 재료 손질에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손님 대접용이 아닌 이상 다음에는 정신건강을 위해 둥글려 깎기 따위는 쿨하게 생략해야겠구나 다짐했다는 후문.


아무튼 이제 소스를 넣어주고 한참을 푹 익히면 완성이다. 강불에서 익히면 꼭 바닥면이 타기 마련이라 불 조절도 해주고, 상태도 중간중간 체크해줘야 한다. 이래서 돼지갈비찜 자체는 조리과정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소요된다.

야채반 고기반


드디어 오랜 시간 끝에 완성! 통깨와 쪽파로 곱게 단장시키면, 그야말로 비주얼 깡패 돼지갈비찜의 탄생이다. 밥 한 그릇 뚝딱 하게 만드는 이 달큼하고 짭조름한 이 고기 맛은 "역시!"를 외치게 한다. 보들보들한 고기는 물론이고 푹 익은 야채도 뭘 먹어도 맛있고, 양념장에 밥을 비벼먹어도 꿀맛이다.

a.k.a 밥도둑


국도 없고 반찬도 딸랑 김치와 브로콜리 이 두 가지밖에 없었음에도 오늘 저녁밥상은 아주 화려하게 빛났다. 뜨거운 여름에 나름 고생하며 한 요리였지만, 그 수고와 더위를 충분히 잊게 할 만큼 썩 괜찮은 메뉴였다.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 둥글려깎기의 효과


후식으로 또 남편 생일 선물로 받은 체리를 먹었다. "오늘만큼은 우리 부잣집에 사는 것 같아! 푸짐한 고기반찬에, 체리에 이게 웬 횡재?" 라며 서로 마주 보고 웃는다. 소갈비찜도 아닌 돼지갈비찜에 이리도 행복해지는 소박한 우리 가족들. 하지만 체리는 비싸서 평소에 자주 사줄 자신이 없으니, 선물 받았을 때 맛있게 잘 먹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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