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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Jan 09. 2024

'안 하는 것이 기본'인 초등 어린이들

 눈이 오는 날이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행복한 사람도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지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도 출근길은 행복하지 않다. 그저 '정기적인 출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출근해서 일을 할 뿐.  


매일 학교에 가고 돌봄에 가고, 공부를 하는 것이 신나고 즐거운 일은 아닐 테지.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학교에 잘 다녔으면 좋겠는 게 나의 마음이다.


엄마의 잔소리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그게 우리 아이는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고 상위권이 되었으면, 숙제를 봐주지 않아도 숙제를 알아서 하고 선생님께 칭찬을 듣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게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아니다.  






얼마 전 막내가 아프면서 나도 밤새 간호를 하고 아이들 공부를 챙겨주지 못했다. 매일 분량을 정해서 거실 식탁에 올려두면 첫째와 둘쨰는 공부를 하는데 장염으로 밤새 구토를 하는 막내를 간호하면서 아이들 공부까지는 챙겨주지 못했다.


초등 어린이들은 자유를 누렸다. 밤새 힘들었던 나와 막내는 거실 바닥과 소파에 뻗어버렸고 밀린 잠을 청했다. 덕분에 첫째 둘째는 둘이 속닥속닥- 소곤거리면서 둘이서 얼마나 정답게 놀던지 그저 웃음이 났다. 공부를 쉬는 게 저렇게 좋은 건가, 싶어서.


' 안 하는 것이 기본 '



안 하는 것이 기본인 초등 어린이들은 그렇게 신나게 하루를 놀았고 아이들이 잠들 때쯤 정신츨 차린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 너네 교재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 한 장도 풀 생각도 안 하고... 노니까 좋았어?'


'네... 엄마. 놀아서 좋았어요'


' (아이고)  그래..... 좋았으면 되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하자, 알았지?'


' 네~!!!! '





그래,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없겠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공부를 당연할 일로 여겨 꾸준히 하고, 그래서 꾸준히 해서 잘할 수 있게 되고, 아이들 앞에서 잘난 척도 해보고, 자신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공부에 좌절하지 않고.


오늘도 '안 하는 것이 기본'인 어린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공부를 해본다.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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