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곰 Lagom Feb 01. 2024

준비물은 네가 챙기는 거야, 엄마가 아니라.


 작년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뫄뫄야, 엄마는 너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줄 수 없어. 엄마가 평소에 얘기하듯이 네가 할 수 있는 거는 최대한 해보고 할 수 없거나 힘들면 엄마한테 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매번 알림장을 써오고 준비물을 챙겨야 할 때 첫째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학교는 엄마가 다니는 것이 아니고 네가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하는 것도 너의 몫이라고. 실수로 숙제나 준비물을 집에 놓고 가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거를 엄마가 가져다줄 수는 없다고.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종종 준비물을 잊어버렸고 어떤 날은 받아쓰기 시험 보는 것을 잊어버려서 20점을 맞아온 적도 있었다. 몇 번 잊어버리고 '아, 내가 챙겨야 하는구나' 생각이 아이들 스스로 들었는지 아이들은 부지런히 본인을 챙기기 시작했다.


' 엄마, 수요일까지 휴지심 가져가야 해. '

' 딱풀 거의 다 써가니까 하나 새로 챙겨줘'

' 내일은 실내화 가져와야 하니까 보조가방 좀 줘'


어떤 날은


'엄마, 뫄뫄는 엄마가 준비물도 학교에 가져다주고 다 챙겨주는데 엄마는 왜 나 안 챙겨줘?'


' 뫄뫄야, 학교는 네가 다니는 거지. 엄마가 다니는 게 아니야. 그러니 준비물도 스스로 챙기고 혹시 학교 다니다가 몸이 힘들면 양호실도 다녀오는 거야. 그렇게 천천히 스스로 하는 법을 익히는 거야.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란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아이를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우리 집 아이들이 다른 집보다 더 독립심이 강하기는 하다. 다섯 살부터 나는 아침이면 소파에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었다. 스스로 입으라고. 어떤 날은 양말을 뒤집어서 신고 가고 바지를 반대로 입고 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자기 주도성은 그렇게 길러진 것이지. 아이가 하는 것을 다 도와주고 싶지만 나의 역할은 그게 아니다. 아이가 독립성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입학한 순간부터 나는 아이들을 마음에서 놓기로 했다.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등교하고 집으로 하교하는 것은 당연히 내가 봐줘야 하는 일이지만, 학교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아이의 몫이다. 부디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기를.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커피만이 위로였던 육아와 다시 시작된 정신과 약 복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